"오래전 중국음식점에서 가끔 벌어진 일이다. 반세기 전 중국음식점에 파리가 날아다니는 것은 보통이어서 자장면에 파리가 빠져있는 일은 흔했다. 그럴 때면 주인을 불러 항의를 했고 주인은 “미안해 해.”란 말을 연발해대며 자장면을 새것으로 바꿔 주었다. 어떤 장난꾸러기들은 중국집에 들를 때마다 억지로 파리를 잡아 넣어 두세 그릇을 더 챙겨 먹기도 했다. 이를 눈치챈 주인은 “왜 학생은 파리가 그렇게 잘 빠져 있어 해?” 하고 되레 따져 묻기도 했지만 자장면 한 그릇을 더 갖다 주곤 했다."
자장면에 빠진 파리 - 문기욱
건강식으로 보리밥을 찾는 사람이 많아졌다. 나는 휴일이면 가끔 식구들과 함께 보리밥집을 찾곤 한다. 파전과 함께 막걸리 한 잔 곁들이면 그 맛이 일품이다.
봄날 점심때 모처럼 옆집 부부와 함께 보리밥집에 갔다. 여러 가지 채소를 넣고 보리밥을 척척 비비노라니 어느새 침이 입 안에 고인다. 밥알이 고추장에 물들기 시작하면 밥 한 숟갈 크게 떠 입에 넣는다. 햇나물 씹히는 맛이 향긋하게 우러나고 따끈한 비지찌개 맛 또한 고소하다. 담백한 그 맛에 한두 숟갈 연거푸 떠 먹는데 무엇이 질근거리며 씹힌다. 애고, 살짝 뱉어 보니 이게 뭔가? 비닐뭉치가 찌개 속 건더기라니. 주인이 백배 사죄하며 새 찌개로 바꾸어 주었지만 입맛이 싹 가셔버렸다. 불쾌히 여긴 이 일이 깊이 묻혀있던 옛일을 끌어온다.
오래전 중국음식점에서 가끔 벌어진 일이다. 반세기 전 중국음식점에 파리가 날아다니는 것은 보통이어서 자장면에 파리가 빠져있는 일은 흔했다. 그럴 때면 주인을 불러 항의를 했고 주인은 “미안해 해.”란 말을 연발해대며 자장면을 새것으로 바꿔 주었다. 어떤 장난꾸러기들은 중국집에 들를 때마다 억지로 파리를 잡아 넣어 두세 그릇을 더 챙겨 먹기도 했다. 이를 눈치챈 주인은 “왜 학생은 파리가 그렇게 잘 빠져 있어 해?” 하고 되레 따져 묻기도 했지만 자장면 한 그릇을 더 갖다 주곤 했다. 우리들은 낄낄대며 그걸 나누어 먹곤 했다. 알아도 모르는 척, 먹어도 먹어도 허기지는 소년들의 뱃속을 이해해주는 인정이지 않은가.
부활절 예배가 끝나고 사람들이 교회를 빠져 나가는데 허름한 등산복 차림의 여자가 꾸벅 절을 했다. 그녀는 이 지역 국회의원 후보 부인이다. 현재 그들은 부활을 꿈꾸고 있다.
봄꽃이 피어나는 4월, 사람들은 꽃들의 향연에 들떠 산과 들로 꽃맞이를 떠나고 있다. 그런데 사람들의 마음을 들뜨게 하는 것은 꽃소식뿐만이 아니다. 4월 11일에 있을 제19대 국회의원선거로 온 나라가 말잔치로 들썩거리고 있다. 입후보자와 정당 그리고 추종세력들까지 한데 어우러져 전국을 들쑤시고 돌아다닌다. 그들이 휩쓸고 지난 자리에는 욕설과 비방이 메아리치고 쉰내 나는 악취와 함께 거짓과 불신의 쓰레기들이 난무한다.
혼돈의 선거운동기간이 끝나고 드디어 개표방송. 비통과 환희의 엇갈림 속에 300명의 새로운 국회의원이 선출됐다. 그들은 전혀 선량해 보이지 않는 구태의연한 인물이거나 혹은 낯선 얼굴들이다. 그들 덕분에 이상한 지도가 하나 만들어졌다. 이 나라 땅에 동쪽은 붉은색, 서쪽은 노란색. 평화·통일·창조·광명의 상징인 태극 팔괘는 어디로 가고 이단의 표징이 섬뜩하다. 남북이 이념으로 갈라진 한반도가 이젠 동서마저 색깔을 달리했으니 이 민족의 운명은 어찌 될꼬.
부활주일에 성당의 신부는 예수의 복음을 전했다.
“예수님께서 다시 그들에게 이르셨다. ‘평화가 너희와 함께! 아버지께서 나를 보내신 것처럼 나도 너희를 보낸다.’ 이렇게 이르시고 나서 그들에게 숨을 불어넣으며 말씀하셨다. ‘성령을 받아라. 너희가 누구의 죄든지 용서해 주면 그가 용서를 받을 것이고, 그대로 두면 그대로 남아 있을 것이다.’”(요한 22, 20-23)
미사를 끝마치고 정문을 빠져 나오는데 허름한 청바지 차림의 한 남자가 신자들에게 꾸벅꾸벅 절을 했다. 저 사람은 이번 선거에 출마한 이 지역 국회의원 후보다. 그는 이번 선거에서 부활했다. 그는 교회에 들어오지도 못하고 허름한 옷과 웃는 얼굴로 겸손을 떨고 있다. 그는 지금 순한 양을 흉내내고 있는 것이다. 그나마 양심이 아직 남아있는 게 다행스러운 일이라 할까.
그의 가슴에 금배지가 달리는 날, 그는 권력자로 변신하게 될 것이다. 그날로부터 그는 국민이 아닌 위정자 편에서 헌신하게 될 것이다.
“저들에게도 평화를!”
이 시대에도 자장면에는 파리가 빠지는가? 만약 그러하다면 견디며 먹을 수밖에 없는 일이다. 그건 우리 스스로가 야박한 상전을 모시고 살기로 작정했으니까.
문기욱 ------------------------------------------------------------
≪수필과비평≫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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