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불구하고 ‘따뜻하고 훈훈한 기운이 음식점 주변을 살랑거리게 하는 묘한 기쁨이 있는 기이한 이유는 무엇일까? 하는 의문 속에, 드디어 그 남자는 음식을 먹은 후에 “맛있게 드세요.”라고 인사를 한다. 나도 “안녕히 가세요.”라고 하며 활짝 웃어주었다. 서로 많은 말은 하지 않았지만 진심이 통하는 것을 느낀다."
부메랑 - 박현규
잿빛 하늘에 사람들은 종종거리고 차가운 바람결은 구멍 뚫린 뼈마디를 핥아가듯 숭숭거린다. 금방이라도 눈발이 내릴 듯 으스스한 날씨다. 이렇게 추운 날에는 따끈한 국물이 먹고 싶어진다. 그러나 이런 어수선한 날에는 먹고 싶은 것을 찾아 멀리까지 가야 하는 극성스러움은 없어진다. 주변에서 간단하게 요기할 것을 찾아본다.
이리저리 살피던 중에 반갑게도, 조그마하지만 깔끔한 분식점이 멀지 않는 곳에서 눈에 뜨인다. 분식보다는 밥이라는 평소의 소신이 오늘은 제외된다. 분식점에 들어가 두 손을 비비며 엉거주춤한 자세로 2인용 식탁을 차지하고 앉는다.
음식점은 성수기가 지난 관광지처럼 한가한 편이다. 그러나 음식을 주문하고 시간이 흐르자 약간 미안한 마음이 서서히 생긴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아냐! 손님은 왕이야!’ 라고 생각하면서 느긋해하면서도 약간 불편한 마음까지 슬금슬금 올라온다. 여기에 어두운 그림자가 전해졌는지 드디어 우려했던 일이 생긴 것이다. 갑자기 손님들이 밀려들어와 줄을 서서 기다리는 사태까지 발생한 것이다.
그런데 어떤 한 남자가 들어와 기웃거리며 두리번거린다. 나는 분위기상 주인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달래주려고 순간적으로 그 남자에게 합석하자고 제안한다. 그 남자도 아주 기분 좋은 듯, 흔쾌히 승낙을 한다.
독한 마음으로 모른 체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조그마한 배려가 식당주인과 그 남자에게 직접적인 기쁨을 주었을 것이고, 이를 지켜보는 주변의 사람들에게 간접적으로나마 여릿한 감동을 주었을 것이다. 비록 이런 소소한 일들이 주변 사람들을 의식하는 이기심과 허영심의 발로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혼자서 넓은 테이블을 차지하고 있는 것보다는 의미 있는 일이 아닐까?라고 나 자신에게 주술을 걸면서 애써 태연한 척한다.
서로 모르는 사이여서일까? 아니면 두 사람 모두 과묵해서일까? 그 남자와 나는 서로 어색해하며 말이 없다. 그야말로 묵묵히 만둣국만을 맛있게 먹을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따뜻하고 훈훈한 기운이 음식점 주변을 살랑거리게 하는 묘한 기쁨이 있는 기이한 이유는 무엇일까? 하는 의문 속에, 드디어 그 남자는 음식을 먹은 후에 “맛있게 드세요.”라고 인사를 한다. 나도 “안녕히 가세요.”라고 하며 활짝 웃어주었다. 서로 많은 말은 하지 않았지만 진심이 통하는 것을 느낀다.
나는 느긋하게 식사를 끝내고 음식값을 계산한다. 그런데 뜻밖에도 주인까지 음식값을 할인해준다고 한다. 물론 그 금액은 크지 않았지만 참으로 센스 있고 영업을 할 줄 아는 음식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런지 앞으로 그 음식점 주인은 꼭 성공할 것이라는 강한 믿음이 생긴다. 아니, 성공해야 한다. 왜냐하면 음식점 주인은 그의 마음을 샀으며 그런 일을 지켜보았던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넉넉히 품었기 때문이다. 더불어 많은 사람들의 상큼한 기운이 음식점 구석구석에 고이는 느낌이 들어 생동감까지 있어 보여 좋았다.
나는 분식을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앞으로 좋은 인상을 가진 그 음식점을 가끔씩 때가 되면 생각할 것이고 자주 찾을 것이고 가급적 지인들도 많이 데려가려 노력할 것이다.
기분 좋음이 이어져서일까! 가볍게 저녁을 먹고 헬스장에 갔다. 그날따라 사람들이 많아 개인사물함이 복잡하다. 프런트에서 홀수 키를 받으면 옷을 갈아입는 데 편하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홀수 키를 받기를 원한다. 그러나 그날은 홀수 키가 부족하여 어쩔 수 없이 짝수 키를 받아들었다. 사물함을 열고 옷을 갈아입을 준비를 하는데 서로 잘 모르는 어떤 남자가 홀수 키를 자기는 다 사용했으니 친절하게도 바꿔주겠다고 한다. 프런트에서 구차하게 바꿔준 저간의 이야기를 해야 하는 불편함을 감수하고 키를 바꿔주겠다고 하니 참으로 고마운 느낌이 들었다. 또한 여기에 누군가로부터 관심과 호의를 받는다는 것은 묘하게 기분 좋은 일이다. 점심때 보았던 흐뭇한 행복바이러스가 아직도 이어지고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앞으로도 세월이 흐르면 흐를수록 사람들의 삶은 더욱 풍요롭고 풍요로워질 것이다. 하지만 점점 부족함이 없어지면 없어질수록 각자 자신들이 삶도 빨라진다. 서로서로 여유 있는 만남도 힘들어지고 훈훈한 이야기와 다정다감한 분위기도 사라질 것이다. 바쁜 시간에 일부러 친척이나 지인들을 따로 만나는, 만나기가 힘들어진다면 우연히 마주치는 주변 사람들에게라도 가급적 따뜻함을 함께 나누면 좋을 듯, 하다는 생각이 들어온다. 그 따뜻함의 온기가 전해져 주변으로 돌고 돌아 결국 자기 자신에게 부메랑으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오늘은 우연히 그것을 실제로 느끼는 참 좋은 하루였다.
이렇게 좋은 날! 이 좋은 느낌의 연장된 바람의 파도를 계속 타고 싶어진다. 나는 부모님이 돌아가신 이후로 우리 형제들이 아주 특별한 이유 없이 서서히 몸과 마음이 뜸해진 마음을 이어 줄 만남의 광장을 조만간 주선해야겠다는 넉넉한 마음이 생긴다. 만나면 서로 좋은 말들을 하고, 많이 들어주고 공감해주는 시간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으로, 생하는 기운이 부풀어 오른다. 비록 옛 시절엔 가난했지만 만남만으로도 한없는 즐거움이 되는, 힘이 되는 가족이라는 진한 추억이 있기 때문이리라. 이런 저런 생각들의 틈바구니에 머무르다 보니 어느새 자정이다. 잠자리에 들기 전까지 만남에 대한 기대감으로 흐뭇해진 마음이 설레는 마음으로 바뀐다. 그러면서 나른하고 달콤한 꿈나라로 서서히 빠져 들어간다.
박현규 -----------------------------------------
≪수필과비평≫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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