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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수필 2012년 여름호, 신작수필20인선] 손, 손, 손 - 정명숙

신아미디어 2012. 9. 12. 15:31

진솔한 생각을 즐겁게 풀어가는 손재주를 가지신 정명숙님의 수필을 소개합니다. 항상 감사합니다.

 

 

 

 

  손, 손, 손


   손가락 발가락은 손과 발에 나뭇가지처럼 뻗어나온 것이라 한다.
우리가 하고 있는 모든 것 쥐다 잡다 펴다 털다 밀다 주무르다 만지
다 풀다 치다 조이다 꼬집는다 깠다 다듬다 파다 패다 깎다 담배를
피우다 술을 마시다. 먹다 만들다 등에 이르기까지 우리 몸에 달려
있는 나뭇가지와 같은 부분으로 만들어내는 예술 창작으로부터 일
상적인 잡다한 것까지 때로는 아주 나쁜 것에도 손가락은 쓰이는구
나 생각하자 인간의 역사는 손으로부터인 것 같다.
   그러나 각자의 뜻에 따라 손을 움직이기에 정말 다행이다. 시험 때
마다 부처님 앞에 합장하는 손 그 간절한 기원에 돌부처도 측은해 할
것 같다.
   손이 하는 일 특히 웅변할 때 불끈 주먹을 들어 자기 주장을 강조할
때 한몫한다. 손을 들어 인사하기 엄지와 검지로 동그라미 하면 OK
사인 사람들의 손의 움직임으로 정신상태를 판단한다는 것이다. 무
릎 위에 팔자 모양으로 얹고 곧은 자세로 앉아 있는 사람, 초조하면
손 만지작거리는 사람, 화가 나면 주먹에 힘주며 억울함을 참는 사
람, 그래서인지 한 30년 전 합장한 손 그림엽서로 프러포즈해 결혼했
다는 시인의 성공담, 턱을 고이고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처럼 사색하
는 사람, 책상 위에서 피아노나 컴퓨터 자판 치듯 손을 움직이며 마
음을 다스리는 사람, 때로는 검지손가락 마디 꺾으며 소리내는 사람,
양손을 꼭 잡고 이 악 무는 사람, 수신호로 오라 가라 안 돼나 실수했
을 때 머리 긁는 사람, 네가 제일이다는 엄지. 고향집에서 오빠 친구
들이 현관 들어서며 아버지가 계시니 할 때,어린아기들이 나이 물으
면 고사리 같은 손으로 대답하며 잼잼으로 재롱을 떤다. 정말 못하는
것이 없이 가위 바위 보에서 솜씨, 손맛, 손재주, 손사래 요리하는 손
맛은 요즘 예술이라 한다.
   미켈란젤로의 최후의 심판을 그린 그 손, 지옥문에서 로댕의 오묘
한 손놀림, 음악가의 천상의 소리를 내는 그 손끝은 우리와 다른 세
계로 통하는 영혼이 깃들어 있을 것이다. 어떤 때는 남자들끼리 길을
가다가 여자와 인사만 해도 뒤에서 새끼손가락으로 여자친구니, 여
자친구 있니, 어른들은 아내 아닌 딴 여자를 지칭했다. 결혼한 남자
가 젊은 여자와 데이트하는 걸 보면 검지로 입을 다물어 달라고 함구
령이 내린다. 오래간만에 고향 친구가 찾아와 술 한잔하는데 뜸 들이
더니 동그라미로 돈 꿔 달라는 부탁이다. 손가락 셋으로 삼백만 원이
다. 바짝 긴장할 수밖에, 삼천만 원이 아닌 게 정말 다행이다. 요즘은
어른 아이 할것 없이 말 없이도 하트형 만들어 사랑 표현을 쉽게 한
다. 그뿐인가 손으로 그림자 놀이, 손이 없는 사람은 입과 발이 대신
한다. 눈이 안 보이는 맹인에게 손은 시력을 가진 눈이고 뇌이다.
   손은 한방에서 신체의 축소판으로 진맥하고 진찰한다. 산부인과의
사의 손, 아름다움을 만들어내는 성형외과의의 손, 1968년 명동성모
병원 한국의 슈바이처였던 외과의 장기려 박사(이광수 소설 사랑의
실제 모델)의 손은 작고 아담했다. 남편 흔파의 주치의여서 뵐 수 있
었다. 마침 추석이어서 집에서 송편 빈대떡 노티(평양의 약과)를 가
져다 대접했더니 평양 분이라서 맛있게 드시며 두고 온 가족 생각에
목이 메시던 선한 모습이 어제 같다.
   우리는 인사할 때, 감사할 때 모두 합장한다. 불교 신자가 아니어
도 성당에서도, 교회에서도. 인도를 비롯 유교권에서는 합장이 인사
여서 서양의 악수인 셈이다. 합장한 손을 조형화한 것이 고딕건축의
돔이라 한다. 죄 지은 자 용서를 구하고 말하자면 손은 정신이고 몸
이다. 칸트의 말처럼 손은 우리 몸에 돌출되어 나온 또 하나의 뇌라
는 것, 나는 오늘도 손재주가 없는 내 손을 지긋이 보고 있다.

 

 

정명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