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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과 비평 2012년 6월호, 사색의 창] 영혼을 울리는 소리 ‘YANNI’ - 김나현

신아미디어 2012. 6. 26. 16:28

감미로운 음악을 들으면서 더운 여름 밤을 날려버리는 것도 좋을 것 같네요. 행복하고 감미로운 저녁 되세요.

 

 

 

 영혼을 울리는 소리 ‘YANNI’


   “모든 예술은 당시의 체험에 의해서만 가능하다.”라는 그의 말대로,
나는 지금 공연 체험을 하러 왔다. 영혼이 자유로워지기 위해 음악을
한다는 그가, 드디어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인 검정 반소매 라운드 티와
검정 바지차림으로 무대 위에 나타났다. 한때 나를 심취하게 한 그와의
만남이 그저 감개무량하다.
   뉴에이지 음악계의 베토벤으로 불리며 그리스 대표 음악가인 ‘YANNI’
다. <Romance>로 잘 알려진 일본의 피아노 연주자 유키 구라모토처럼,
유럽인답지 않은 아담한 몸집이다. 1995년 공연에 이은 두 번째 내한
공연이다. 현대백화점이 창사 40주년을 맞아 기획한 콘서트의 주인공은
바로 야니였다. 그가 한국에 온다면 그곳이 어디든 달려가리라던 나의
오랜 꿈을 현대백화점이 이루어 주었다. 오래전에 문을 닫은, 부산 광복
동 소재 미화당백화점 외벽 대형 스크린으로 그의 아크로폴리스 공연을
접한 지 십수 년 만이다. 그때 생전 처음 접한 장르의 연주에 흠뻑 취해
한 시간여를 거리에 서 있었다. 그 이름조차 몰랐던 때의 정서적 충격이
아직 생생하다.
   YANNI 공연 관람은 오래전에 한 자신과의 약속이었다. 인터넷 예매
때에 기십만 원씩 하는 VIP 좌석 선택에 조금의 망설임도 없었다. 그렇
게 예매한 후부터 몰래 큰일을 저지른 듯 키득키득 웃음이 새어나왔다.
공연 티켓이 우편으로 배달되어 오고, 그것을 서랍 속에 고이 넣어두니
천군만마의 지원군을 얻은 기분이었다. 그리고 고대하던 공연 현장에
와 있다.
   그의 건반 연주는 행진곡인 듯 경쾌하면서도, 물방울이 튀어 오르듯
한 섬세함과 애잔함이 묻어난다. 그의 연주를 듣노라면 강물처럼 넘실
넘실 흐르는 선율에 심신을 실은 듯 편안해진다. 조지 윈스턴, 엔야, 시
크릿 가든과 함께 뉴에이지 음악 붐을 일으킨 야니. 영어 소문자 ‘yanni’
는 이 뮤지션이 아직 한국에 덜 알려졌을 때부터 지금까지 줄곧 쓰고
있는 내 인터넷 대표 아이디이기도 하다.
   고대 그리스 문명의 산실인 아크로폴리스에서 연주한 타이틀 <Live
at The Acropolis>는, 파르테논 신전에 걸맞은 웅대한 스케일로 자신을
전 세계의 수많은 음악애호가에게 각인시킨 공연이다. 그동안 즐겨듣거
나 방송에서 배경음악으로 종종 흘러나온 곡들은 주로 이 공연에서 연
주된 것들이 많다. 여러 대의 키보드를 연주하며 연주단을 지휘하는 그
의 유연한 몸짓과 현란한 연주, 연주 중간에 듣는 그의 부드러운 저음은
청중을 매료시킨다. 함대를 움직이는 지휘관처럼 오케스트라를 선두에
서 지휘하며 하는 그의 연주는, 마치 그리스 신화를 노래하는 듯 장대하
고도 신비롭다.
   무대 인사 곡은 그를 모르는 사람도 한 번쯤은 들었을 법한 <Santorini>
다. 그가 태어난 나라 그리스에 속한 섬, 지중해의 아름다운 휴양지이며
신혼여행지로 각광받는 바로 그 산토리니다. 귀에 익은 선율이 청중들로
가득 찬 실내에 감미롭게 흐르자 객석에서 ‘오!’ 하는 감탄사가 터진다.
그의 마니아들이 모였을 테니 눈앞에 환상처럼 나타난 그에게 어찌 열광
하지 않으리. 꿈을 꾸는 듯 내 얼굴에도 행복한 미소가 떠날 줄 모른다.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을 가득 메운 일만 관중의 열기와 환호 속에
공연 분위기는 점점 달아오른다. 연주곡 사이에 곁들이는 그의 육성에
‘그 당시의 체험 현장’에 있음을 실감한다.
   자신의 어머니에게 바치는 곡으로 애틋하게 이야기하는 듯한 <Felitsa>,
그리스의 자택에서 작곡했다는 <The End of August>, 파도가 부서지는 달
빛 밝은 해변에서 사랑했던 그녀와의 추억을 표현했다는 <Acroyali> 등이
속삭이듯 마음을 위무하듯 뻑뻑한 가슴을 촉촉이 적신다. 그중에서도 가
장 오랫동안 즐겨 들었던 곡인 <One man’s dream>을 연주할 때는 나도
몰래 낮은 탄성이 흘러나온다.
   건반 악기 하나로 인종과 국경, 나이를 초월해 전세계 음악애호가를
하나로 묶은 야니. 그리스의 아크로폴리스, 인도 타지마할, 중국 자금성
등 주로 고대유적지에서 해 온 공연의 감동을 서울에서 체험하는 중이다.
   그의 악단은 다국적이다. 다양한 문화의 민속 음악을 적용시키는 그
는 이번 연주단에도 러시아 출신 첼리스트, 파라과이 출신의 하프 연주
자, 중국 출신인 키보디스트 등 분야의 최고연주자로 구성했다. 다국적
음악인 개개인의 음악스타일은 그들이 속한 문화를 그대로 보여주기 때
문에 자신에게도 많은 영감을 준다고 그는 말한다. 대중에게 더 나은
음악을 들려주고 창작하기 위해 그가 연주에 들이는 정성을 엿보게 하
는 부분이다. 이번 공연은 아크로폴리스 공연 같은 규모에는 비교도 되
지 않을 15인조 연주단이지만, 그의 음악을 느끼기에 전혀 손색없다.
   팔이 뻐근하도록 손뼉을 쳤다. 나만 그런 게 아니었다. 옆 좌석의 중년
남자는 쉬지 않고 리듬을 타는 바람에 그 진동이 고스란히 전해져 온다.
뒤쪽 이십대로 보이는 여자는 무대를 향해 괴성을 질러대고, 누군가가
외치는 “I love you”에 화답하는 그의 “me too”에 관중은 자지러진다. 이
런 환호에 그는 “당신들이 나에게 힘을 준다.”라는 인사로 화답한다. 연
주가와 팬 사이는 음악을 매개체로 하여 서로가 위로받는 사이가 아닌
가 싶다.
   예술은 영혼으로 교감하는 성질의 것임이 분명하다. 음악뿐 아니라
미술품이든 춤이든 자신이 좋아하는 예술을 접함은 진정 가슴 벅찬 일
이다. 서울까지 먼 거리를 달려왔어도 들인 시간과 노력이 아깝지 않을
만큼. 이곳에 모인 사람들 가슴에도 저마다의 물결이 일렁이고 있을 것
이다.
   두 시간의 선물로 음악만이 메울 수 있는 공간을 채운 듯 충만하다.
언젠가 DMZ에서 공연할 기회가 생긴다면 자신에게 큰 영광이 될 거라
는 그의 꿈이 이루어지기를 그와 함께 바란다.
   늦은 밤, 가로등 불빛에 저만치 길어진 그림자를 앞세우고 올림픽공
원을 걸어 나온다. 아주 오랜만에 안개꽃 더미 속에 장미꽃 한 다발 품은
기분이다.

 


김나현  ----------------------------------------------------------------------
2004년 ≪수필과비평≫ 등단.
수필집: ≪바람의 말≫. 시집: ≪달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