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남숙님의 따뜻한 시선과 색깔을 느껴보세요.
화려함속에 숨은 아픔을 통해 본질을 찾는 몸부림을 느끼실 수 있을 것입니다.
불꽃놀이
머드축제 개막식으로 해수욕장은 분주하다. 대천 해변의 풍경은 이색
적이다. 젊은 외국인들이 홍수를 이루고 있다. ‘세계인과 함께하는 즐겁
고 신나는 머드체험’이라는 부제를 실감케 한다. 맘껏 시원함을 뽐낸 의
상은 바다처럼 푸르고, 그들의 거침없는 몸짓은 역동적이다. 모두가 머
드축제를 알리는 광고모델 같다. 점점 하늘이 어두워질수록 그들의 몸
짓도 더욱 흔들린다. 손에 들고 있는 캔 음료와 술병도 같이 흔들린다.
축제 환호에 파도소리가 묻힌다. 불꽃놀이가 시작된다. 한방씩 터질
때마다 젊음이 탁구공처럼 튄다. 어린아이를 동반한 가족들과 단체 모
임으로 온 어른들도 축제분위기에 한껏 취한다. 어두운 하늘에 빛나던
별이 사라진다. 화려한 불꽃이 별을 삼킨다. 터져버린 불꽃의 매캐한
냄새가 비릿한 바다 냄새도 삼킨다. 마지막 불꽃은 정적을 남기며 삼켰
던 별과 바다 냄새를 토해낸다.
이즈막에서 캄보디아 여행에서 만났던 현지인 가이드가 생각난 것은
왤까. 그는 눈동자가 아름다웠다. 그는 이십대 초반으로 가정을 꾸리고
노부모까지 모시고 있었다. 어깨에 짊어진 삶의 무게를 이기기 위해 그
는 열성적으로 일을 하였다. 독재자의 포악함과 강대국의 욕심으로 자
주성을 잃었던 역사가 그의 힘겨운 눈빛 속에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가난할 수밖에 없었던 젊은 가장은 피곤이 역력해 보였다. 그러나 말이
통하지 않는 한국 여행객에게 눈빛으로 의사소통을 하고 있는 그의 눈
만은 별처럼 빛났다.
그곳의 하늘은 까만 도화지 같다. 하늘에서 빛나는 별들은 소름이 오
소소 돋을 정도로 감동적이다.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 저녁이면 이내 어
두워진다. 어둠이 내리면 맑은 눈동자를 지닌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별들이 그들의 눈동자로 타 들어간다. 참으로 멋진 광경이다. 조용히
찾아오는 초저녁별은 소박한 축제를 즐기는 그들에게 불꽃놀이가 된다.
그들은 매일 축제를 하는 셈이다. 사원 옆, 해자를 만들어 놓은 둔덕에
돗자리를 깔고 노부모와 함께 담소를 즐긴다. 가족과 함께 있는 어린아
이들은 낮에 유적지에서 물건을 팔던 어린아이일지도 모른다. 웃는 모
습이 순박하다. 젊은 연인들도 자전거를 타고 별빛 속을 달린다.
낮에는 유적지 곳곳에서 여행자를 따라다니며 물건을 파는 소녀와 소
년들을 만날 수 있다. 그들의 눈동자에서 궁핍함보다 오히려 자연을 닮
은 순수함을 엿볼 수 있다. 오빠와 여동생은 팔찌를 팔기 위해 여행자를
따라다니며 황톳길에 발 도장을 찍는다. 앙상하게 그대로 드러나는 맨
발이다. 여동생이 오빠의 손을 든든하게 잡고 따라다닌다. 동생은 가느
다란 손가락 세 개를 펴 보이고, 오빠는 ‘1달러’를 외쳐댄다. 여행자들이
떼 지어 지나간 붉은 길에 흙먼지가 인다. 흙먼지를 따라 여행자를 따라
다니는 남매의 맨발이 붉은색으로 물든다. 문명의 혜택을 받지 못하고
가난하게 살아가고 있는 그들이지만 불행해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남
매의 잡은 손이, 맨발이, 까만 눈동자가 행복한 모습으로 내게 들어온다.
이 낯선 땅이 낯설지가 않다. 나의 유년시절을 보는 것 같다. 다 같이
가난했던 시절에 우리도 이들처럼 입성도 좋지 않았으며, 가는 팔과 다
리에 익숙한 짧은 단발머리가 대부분이었다. 학교에서 옥수수 빵을 배
급했으며, 육성회비 때문에 수업 도중에 집으로 보내지곤 했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하늘에는 별이 꽃을 피웠고, 그 별을 보며 육성회비를
내게 해달라고 소원을 빌기도 했다. 단발머리 여학생과 빡빡머리 남학
생의 설레는 마음이 별을 노래하는 시인이 되곤 했다. 앞마당에 모여
앉아 모깃불을 태울 때 날아가는 연기를 쫓아 바라본 밤하늘은 찬란한
불꽃놀이였다.
머드축제 개막 행사가 끝났다. 불꽃놀이도 끝났다. 취기가 오른 관광
객들이 휘청거린다. 흐려진 눈동자로 밤바다를 응시한다. 여기저기서
고함지르는 소리도 개의치 않는다. 더 크게 괴성을 지르며 고함소리에
화답한다. 파도소리에 묻혀 밀물되어 사라졌던 삶의 아픔들이 썰물되어
되돌아온다. 찢겨진 ‘보령 머드축제’ 현수막이 펄럭인다. 외국인 모델 얼
굴이 이상하게 보인다. 웃는 얼굴이 우는 것처럼……. 버려진 술병과
먹다 버린 핫도그, 주인 잃은 슬리퍼가 밟힌다. 개막 행사 뒤이어 준비된
축하 무대가 시작된다. 별이 또 숨어버렸다. 찬란한 무대 조명이 진저리
나는가 보다.
세계화를 꿈꾸는 여름밤이 끈적끈적하다. 바다로 뛰어 들고 싶다. 불
꽃놀이가 시끄러워 숨어버린 별을 만나고 싶다. *바위나리가 보고 싶어
매일 울었던 아기별처럼, 매일 울기 때문에 하늘나라에서 쫓겨났고 빛
까지 잃게 된 아기별이 빠져 들어간 곳, 그 바다 속에서 다시 빛을 찾은
아기별처럼, 바다에 숨어버린 별들을 찾고 싶다. 물이 깊으면 깊을수록
환하게 보이는 곳을 찾아야겠다. 그곳에 숨어버린 별들이 모여 있을 것
이기에. 아직도 빛을 내고 있는 아기별과 함께.
점점 화려해지는 글로벌 문화가 부담스럽다.
* 바위나리와 아기별 ; 마해송님의 동화에 등장하는 주인공.
조남숙 -------------------------------------------------------------------------
계룡수필문학회 회원
소상소감
수상 소식을 듣고 온 가족이 즐거워합니다. 그 즐거움과 내가 함께
한다는 사실에 감사합니다.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글은
넋두리가 되기도 하고, 비판의 목소리가 되기도 하고, 사랑하는 사람에
게 미안함을 전하는 마음이 되기도 합니다. 책상 서랍을 정리하듯이 삶
을 정리하고플 때 글을 쓰곤 했고, 쓰고 싶습니다.
지금까지 살아온 세월보다 살아갈 날이 점점 줄어드는 나이에 글쟁이
가 된다는 것은 새로움과 벗하는 거라 생각합니다. 앞으로 만나게 될 많은
일들이 새로운 고백이 되고, 친구가 되어서 항상 저와 함께하기를 바랍니
다. 세상의 밝음과 어둠을 노래하고 싶습니다. 함께 공존함은 우주의 이
치니까요. 우주 중심에 서 있는 나 자신과 많은 대화를 하고 싶습니다.
저에게 가슴 뛰는 일인, 글을 쓰게 만들어 주신 교수님과 같이 공부하
고 있는 문우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옆에서 묵묵히 나를 지켜주
고 있는 남편과 열심히 미래를 위해 애쓰고 있는 딸과 아들에게도 사랑
한다는 말을 전합니다. 그리고 아름다운 세상을 창조하신 하나님께 감
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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