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만두를 먹고 싶어지고, 오페라도 보고 싶어지는데요. 야식으로 만두를 먹으면 행복할 것 같습니다.
만두
뉴질랜드 4월은 데이 라이트 세이빙(day light saving)이 풀리는 초가을
이다. 오클랜드에 살면서 좋은 점은 태국, 인도, 베트남, 중국, 일본, 터
키, 중동의 다양한 먹거리를 쉽게 접할 수 있다는 점이다. 키위들도 소수
민족의 이점으로 다양한 먹거리를 꼽았다. 나는 만두가 먹고 싶을 때는
중국 레스토랑에 가서 얌차(딤섬點心, Dimsum)를 먹고, 색다른 닭고기가
먹고 싶으면 인도 레스토랑이나 포르투갈 난도스에 가고, 해산물을 먹
고 싶으면 베트남 식당에 간다.
얌차는 차를 마시면서 먹는 간단한 음식, 딤섬이다. 딤섬은 공심空心
(공복이라는 의미)에 적은 식사를 하는 것, 혹은 마음에 점을 찍는다는 뜻에
서 왔다는 설이 있다. ‘딤섬’의 한국어 발음이 점심이다.
여름 손님은 집앞 바닷가 텃밭에서 가꾼 야채로 비빔밥을 하지만, 날
씨가 선선해지니 만두가 제격이다. 나는 소녀 시절, 군인이셨던 이모부
와 함께 대한극장에 가서 <자이언트>를 보고, 중국집에 가서 군만두를
사먹은 적이 있다. 그때 무더운 날씨에 무쇠판에서 지글지글 끓던 바나
나 크기의 갈색 군만두 맛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
그러나, 몇 년 전 중국에 가서 먹은 찐만두는 만두에 대한 환상을
깨뜨렸다. 이상한 향내가 내게 울렁증을 일으켰다. 거기다, 2004년에
한국에서 불량만두 파동, 일명 쓰레기만두 파동이 있었다. 소를 만들
때 단무지 자투리를 넣어 일어난 소동이다. 검찰 조사를 받던 관계자들
은 무혐의로 풀려났지만, 사건은 일파만파로 번져 전국민이 만두를 멀
리하고 먹거리를 불신하는 계기가 되었고, 만두회사 사장이 자살하는
일까지 있었다. 만두를 만드는 과정이 다소 불결한 것은 사실이지만,
일부 언론의 과장된 보도로 만두시장은 나락으로 떨어져 몇 년 동안
회복하지 못했다.
그리고, 2008년에는 중국산 냉동만두에서 농약이 검출된 적도 있었다.
중국 냉동만두를 사먹은 일본인들이 농약에 중독되었던 것이다. 결국,
2010년 만두에 독을 넣은 남자가 체포됨으로써 그 사건은 마무리되었다.
그때부터 나는 집에서 만두를 만든다. 전에는 대만 친구에게 배운 치
킨만두를 만들었다. 치킨 만두는 간단해서 좋다. 닭고기 민스를 사서
소금, 후추와 계란 흰자위를 넣고 향만 넣으면 된다. 그런데, 우리 집에
부추가 넘쳐나서 이번에는 친구 S의 부추만두를 만들어 보기로 했다.
S의 음식은 맛깔스럽고, 아름답다. 그녀는 만두를 만들어 냉동고에 보관
한다. 그뿐 아니라 그녀는 된장국을 끓이기 위해서 시래기에 된장, 마늘,
홍합, 콩가루 등으로 양념한 후 네모 반듯하게 팩을 만들어 냉동시켜
놓는다. 그녀는 언제든지 멸치 육수만 만들어 맛깔스러운 된장국을 끊
여 낸다. 그녀는 갑자기 손님이 와도 침착하다.
그녀는 만두소를 준비하기 위해 내게 고기와 각종 야채와 두부를 각
각 1kg씩 준비하라고 했다. 그래야 손님접대도 하고 두고 먹을 수 있다
며. S와 나는 준비한 재료들을 하나씩 찜솥에 쪄내고, 두부와 숙주와 양
배추와 김치를 짤순이에 넣어 짠 후 썰었다. 그리고는 고기와 모든 야채
에 소금, 후추, 참기름으로 밑간하여 맛을 본 다음, 양파 다진 것과 부추
를 넣어 소를 완성했다. 그리고 그녀는 토타라 파크로 산책하러 간다며
총총히 떠났다.
나는 반달 모양으로 주름을 넣은 만두와 반달모양의 만두 양쪽 끝을
붙인 물만두를 빚었다. 그리고 반달 모양의 만두는 찜솥에 쪘다. 하얀
증기 속에 만두피가 맑아져서 속이 살짝 비치는 것이 모시적삼 속에 어
른거리는 여인의 속살 같다. 찐만두는 기름에 지지기 위해서 그리고 반
달 모양으로 빚은 만두 중 끝을 모은 만두는 국만두를 만들어 끓이기
위해서 만두로 냉동실을 채웠다. 그녀는 국만두를 끊일 때는 뚜껑을 닫
으면 안 된다고 했다. 만두가 터진다는 것이다. 나는 찐만두는 기름에
지져 식초 양념장을 곁들이고 물만두는 멸치 다시물을 낸 후 끓여 손님
을 대접했다.
만두는 제갈량이 만들었다. 제갈량은 운남지역을 정복하고 돌아오는
길에 노수에서 심한 풍랑을 만나 며칠 동안 강을 건널 수가 없었다. 당시
마중온 맹획에게 묻자, 맹획은 풍습에 따라 사람 마흔아홉 개의 머리로
제를 지내고 이를 노수에 가라앉히면 풍랑이 멎는다고 하였다. 그러나
제갈량은 그것은 신의가 아니라며 밀가루 반죽에 돼지고기와 피로 속을
채워 사람 머리처럼 만들어 제를 지내고 이를 가라앉히자, 풍랑이 멎고
촉군은 무사히 강을 건널 수가 있었다. 그래서 처음에는 만두蠻頭(남만
사람의 머리)였으나, 훗날 요리 이름으로 적당치 않다 하여 만두饅頭로 변
형되었다.(송, <사물기원事物紀原>) 그러나 만두가 ≪삼국지≫ 이전에도 존
재했다는 설이 있으므로 직접적인 유래로 보기는 어렵고 오히려 만두의
이름에 끼워 맞추기 위해 만든 설화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견해다.
또 청조 말기(1958) 하북성 무청현(천진)에 사는 고귀우가 만두를 만들
었는데, 그의 별명이 구불리拘不理(개도 안 쳐다 본다는 뜻)여서 사람들이 구
불리만두라고 불렀다 한다. 구불리만두가 유명해진 것은 1900년 초에
원세개가 북경에 있는 서태후에게 만두를 선물로 주어 서태후가 만두를
좋아하게 된 때부터였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주방에 들어가 만두를 훔쳐 먹은 자를 벌하였다’는
기록(<고려사>, 1200)이 있고, ≪영접도강의궤≫(1643)에는 만두로 중국사
신을 접대했다는 기록이 있다. 그리고, 인조가 전복만두를 좋아해 생신
날 왕자와 비가 동궁에서 전복만두를 만들어 새벽에 문안을 올렸다는
기록(≪이순록≫)도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78종류의 만두가 있다고 한다. 재료에 따라 밤만
두, 동아만두, 감자만두, 호밀만두, 꿩만두 어만두, 생치만두, 골만두, 생
복만두, 진계만두, 생합만두, 김치만두 등이 있고, 모양과 크기에 따라
왕만두, 네모진 편수, 해삼모양으로 빚은 규아상, 진주 크기의 진주만두
등이 있고, 조리방법에 따라 찜만두, 전골만두, 군만두 등이 있다.
중국의 만타우, 일본의 만쥬, 몽고의 보츠, 이탈리아 라비올라는 만두
의 다른 이름이다. 만타우는 밀가루 반죽만 찐 것이고, 만쥬는 고구마나
밤, 팥을 넣고 구운 것이고, 라비올라는 두부 대신 치즈를 사용한다. 그
외에도 우즈베키스탄, 폴란드, 터키, 러시아에도 만두 비슷한 요리가 있
다고 한다.
제갈량은 만두를 만들어 바다에 제물로 바쳐질 49명의 생명을 구했고,
그 만두가 세계를 정복했지만, 심청은 만두가 없어 사람을 잡아가는 인
당수 귀신에게 제물로 바쳐졌다. 그러나, 심청은 왕비로 부활해서 아버
지 눈을 번쩍 뜨게 했다.
심청은 고 윤이상 씨에 의해 오페라로 작곡되어 독일인들을 감동시켰
다. 기회가 온다면 서울에서 상영하는 윤이상 씨의 오페라 <심청>을 보
고, 명동에 가서 무쇠판에서 지글지글 끊는 군만두를 다시 먹어 보고
싶다.
김경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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