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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과 비평 2012년 5월호, 세상마주보기] 그의 향기를 찾는 시간여행 - 정광애

신아미디어 2012. 5. 29. 19:05

우리 모두 정광애님의 수필과 함께 여행을 떠나보아요 !!.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

 

 

 

그의 향기를 찾는 시간여행


   나는 떠납니다. 9일간의 휴가를 받아 먼 동양의 작은 나라에서 11시간
의 비행거리를 넘어 임의 향기를 찾아 지금 시간여행을 하려 합니다.
   임을 가깝게 만난 건 어느 영화에서였습니다. 곡예단의 줄타기 곡예
사였던 여인과 군에서 탈영한 장교의 비극적인 사랑을 그린 이야기입니
다. 도피생활에서 지친 그들은 인정받지 못한 사랑과 생활고에 시달리
다 지쳐 마지막으로 죽음을 택하기로 합니다.
   여인은 자신을 몰래 총으로 쏴줄 것을 요청합니다. 그러나 남자는 사
랑하는 사람을 죽일 수 없어 머뭇거립니다. 여인이 자꾸 채근합니다.
푸른 들판에 나비가 날고 여인도 한 마리의 나비가 날듯 그 나비를 쫓아
갑니다. 그리고 한 발의 총성이 울리고 잠시 후, 또 한 발의 총성이 울립
니다. 그때 애잔한 음악이 흐릅니다. 그 선율은 너무도 슬프고 아름답게
들렸습니다. 생생합니다. 정지된 화면 속에 흐르는 그 음악이, 그렇게도
아름다운 곡이었음을 처음 알았습니다. <피아노 협주곡 21번 2악장> 임
이 가장 행복했던 시절에 작곡했던 음악이라고 했습니다.
   중고교 시절, 그저 교과서에서 음악의 신동으로만 나오는 임에 대한
역사를 입으로만 달달 외웠지, 정작 음악에 대해서는 까막눈이었습니
다. 클래식은 다 어려운 것으로만 알고 멀게만 느껴졌으니까요. 그러나
그날 그 영화로 임의 또 다른 곡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사랑하게 되었음
을 고백합니다.
   사람들은 임의 나라 오스트리아를 가면 꼭 잘츠부르크라는 곳을 먼저
가보라 합니다. 그곳에 임의 생가가 있기 때문이지요.
   여행의 시작은 그곳 도시가 한눈에 들어오는 호엔잘츠부르크 성으로
올라갑니다. 잘츠부르크 도시 중앙에 소박하게 흐르는 잘차흐 강과 고
풍스러운 중세 건물들, 그리고 낯선 거리가 마음을 빼앗습니다. 정말
평화로움이 가득한 도시입니다. 임이 그곳 곳곳을 거닐었을 생각에 나
도 모르게 설렜습니다. 그리고 그 성을 내려와 예쁜 간판의 거리인 케
트라이트로 갑니다. 그곳에는 6층짜리 노란 건물이 있습니다. 바로 임
의 생가입니다.
   많은 여행자들이 한 음악가의 체취를 느껴보기 위해 항상 긴 줄을 만
든다고 합니다. 청년기까지 가족이 살았던 그곳에는 낡은 침대, 어린
시절 사용했던 바이올린, 낡은 피아노와 악보, 당시 생활 모습들이 오랜
시공을 뛰어넘어 임을 찾아온 많은 사람들에게 상상과 감동을 줍니다.
   궁중 음악가였던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네 살 때부터 피아노를 치고
다섯 살 때는 작곡을 했다니 음악의 신동이라는 말을 듣기에 충분합니
다. 그러나 임은 고향인 잘츠부르크보다는 음악을 찾아 비엔나, 프랑스
등 타지로 많이 돌아다녔다고 하지요.
   그곳을 떠나 잘츠부르크 대성당으로 갑니다. 그곳에는 어마어마한 파
이프오르간이 유명합니다. 한때 임이 파이프오르가니스트로 활약했다
는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그러나 임의 유아영세를 받은 성수함이 있다
는 것이 더 관심거리였습니다.
   임의 흔적은 발길 가는 곳마다 눈에 들어옵니다. 임의 이름을 딴 초콜
릿가게가 한 집 건너 있습니다. 잘츠부르크는 음악이 넘치는 도시이기
도 하지만 초콜릿 또한 못지않게 유명했습니다. 250년이 흐른 지금도
음악을 떠나 임의 이름만 가지고도 조국 오스트리아에 많은 혜택을 주
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꼭 가보아야 할 임의 흔적지는 비엔나 슈테판 성당이었습니
다. 유럽여행을 하면 늘 감탄하게 되는 성당 건물이지만 이 성당 또한
누구나 감탄을 합니다. 아쉽게도 옆면 한 곳을 보수하고 있었지만 고딕
에 웅장함은 현재 눈으로 볼 수 있는 일부만으로도 충분했습니다. 바로
그곳이 임의 결혼식과 장례식이 치러진 곳이라고 했습니다. 결혼식으로
축복을 받은 곳이기도 하지만 시신도 없는 장례식은 모든 이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지요. 시신이 없는 임의 장례식은 지금까지도 갖가지 설이
분분합니다.
   비엔나를 들른 것은 음악회를 보기 위함이었습니다. 옛날 그 시절에
는 귀족들을 위한 작은 음악회가 자주 있었다고 합니다. 아마도 그때처
럼 유사하게 고택에서 하는 작은 음악회입니다. 연주곡은 모두 임의 음
악입니다.
   우연히 본 영화의 OST이었던 <피아노 협주곡 21번 2악장>을 다시 들
었습니다. 여전히 서정성이 뛰어난 아름다운 곡입니다. 그리고 임의 일
대기를 그린 영화를 보면서 익숙해진, 누구나 한번은 들었을 <교향곡
25번 1악장>, 사람들은 그 곡을 임의 테마곡이라고 부릅니다. 그리고
<교향곡 40번>, 슈베르트는 그 교향곡을 듣고 ‘천사의 음성이 들리는 곡’
이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정말 천사의 음성은 이런 것일까 생각하게 합
니다.
   또 한 곡, 임에게서 빼 놓을 수 없는 <레퀴엠>, 그 곡을 작곡하면서
죽음을 맞았다는, 그러나 미완성이었던 곡을 제자가 완성했다고 합니
다. 우리는 흔히들 장송곡이라고 말합니다. 그렇게 한 편의 영화를 통해
임의 음악은 참으로 쉽고 편하게 다가왔습니다.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음악의 천재라는 말까지 들었지만 아버지와의
불화, 그리고 방탕한 생활과 심한 낭비벽으로 말년이 편치 않았던, 사랑
을 한 몸에 받았지만 화려한 음악만큼 인생은 화려하지 못했던 삶이었
습니다. 그러나 임은 영원히 만인에게 위대한 음악가입니다. 잠시나마
임의 향기에 취했던 행복한 잘츠부르크의 음악여행, 당신의 이름을 오
래 기억하려 합니다.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

 

 

정광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