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월 신인상을 받는 작가들과 글을 보면서 항상 즐거움과 행복을 느낍니다. 그리고 글을 쓰고 있는 저를 꿈꾸어 봅니다. 여러분들도 같은 꿈을 꾸어보시면 어떨까요. 꿈은 이루어진다....
뱀이 사는 집
그 집이 눈에 띄었다. 오랜만에 고향집에 갔다가 돌아오는 중에 마주
한 전설 같은 집. 오래되어 낡았지만 아직 사람이 살고 있기 때문인지
허물어지지는 않았다.
그 집은 안채와 바깥채가 있는데 안채엔 안방과 건넌방이 있고 바깥
채엔 부엌과 외양간, 헛간이 있다. 주인 할머니가 돌아가신 후, 수리도
하지 않은 채, 다른 사람이 살고 있다는 그 집은 아직도 담쟁이가 푸른
잎으로 담벼락을 뒤덮고 있었다. 그 옛날처럼…….
그 집의 할머니는 상당히 깐깐한 분이셨다. 제주가 외지사람들의 투
자대상이 되어 부동산을 사들이기 시작할 무렵, 바닷가의 손바닥만 한
밭을 시세보다 몇 배를 받고 팔았다. 외아들에게 제주 시내에 이층집을
사주고도 돈이 많이 남았을 거라는 게 동네 사람들의 얘기였다.
나는 그 집을 싫어했다. 뱀 때문이었다. 무더운 여름날 더위가 절정에
오를 때쯤이면 그 집 담벼락엔 큰 구렁이 몇 마리가 서로 엉켜 있어 오가
는 이의 발걸음을 멈추게 했다. 어머니는 집을 지켜주는 수호신이라며
행여 부정이라도 탈까 봐 그 앞에서 말도 크게 하지 못하게 했다.
바닷가 근처인 우리 동네는 멱을 감으러 오는 다른 동네 아이들도 많
았는데, 어떤 애들은 돌을 집어서 뱀에게 던지기도 했다. 그러면 지나가
던 어른이 깜짝 놀라 호통을 쳤고 우리는 돌을 던진 아이의 집에 머지않
아 우환이 닥치지 않을까 걱정했다.
그 집에서 멀지 않은 민숙이네 집도 여름마다 구렁이가 담벼락에 엉
켜 붙곤 했었지만, 어느 누구도 그 징그럽고 무서운 구렁이를 감히 어찌
하지 못하고 멀리 바라보기만 했다.
어머니는 여름마다 우묵(우무가사리로 만든 묵)을 만들고, 겨울엔 메
밀가루를 빻아 빙떡을 만들곤 했다. 두 가지 모두 외할아버지가 좋아하
시는 음식이었는데 만드는 김에 양을 넉넉하게 해서 어르신들이 계신
동네 집집마다 돌리었다. 그것은 어머니의 즐거운 연례행사였고, 우묵
과 빙떡을 들고 이집 저집 종종걸음치는 것은 언제나 내 몫이었다.
물론 그 할머니 집에도 갔었다.
음식을 전하고 뒤돌아서 나올 때면 뱀이 대문 옆의 어두컴컴한 헛간
에서 쫓아 나올 것 같아, 발이 땅에 닿는 둥 마는 둥 뛰쳐나오곤 했다.
그래서 나는 어머니의 여름철 우묵 잔치를 좋아하지 않았다. 우묵을 만
드는 때가 더위에 지친 뱀이 시원한 담쟁이 그늘의 담벼락으로 피서를
나올 때와 거의 일치하였던 것이다.
밭에 나간 어머니가 늦도록 돌아오지 않는 날이면 내가 저녁밥을 지
어야 했는데 어두컴컴한 광에 들어가는 게 제일 고역이었다. 뱀을 자꾸
무서워하면 나타난다더니 나는 어느 날 우리 집 광 쪽으로 슬슬 기어가
는 뱀을 보고야 말았다.
“그래, 그것이야 열린 틈만 있으면 이리저리 기어가겠지. 광 속에서
가만히 네가 오기만 기다리고 있겠느냐.”
어머니의 핀잔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큰 구렁이가 보리쌀 항아리
속에 똬리를 틀고 있을 것 같았고, 여기저기 놓인 큼지막한 독이나 광주
리, 멍석 틈에서 그놈이 곧 기어 나올 것만 같았다. 한번은 참깨 자루를
밟았는데 그게 뱀인 줄 알고 혼비백산 뛰쳐나온 적도 있다.
농사에 바쁜 며느리를 돕느라 눈이 어두운 시어머니가 저녁에 걷어
온 빨래에서 뱀이 나와 곤한 잠을 자던 가족들이 난리를 벌였다는 앞집
의 이야기는 지금도 동네 사람들 입에 오르내린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뱀 때문에 우환을 겪었다거나 뱀에게 물렸다는 말
은 들어 본 적이 없다. 여름마다 특히 뱀이 많던 두 집의 가족들도 모두
장수를 했고, 자손들도 잘 풀리었다.
사람에게 해를 끼칠 것이라고 없애 버리고, 보기에 징그럽다고 죽여
버렸다면 제주는 쥐가 우글거리는 섬이 되었을는지도 모른다. 우리 조
상들이 자연과 지혜롭게 공존하며 살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동물을 함부
로 죽이지 못하도록 금기항목을 만들어 낸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요즈음은 쥐도 뱀도 옛날처럼 흔하지 않다. 쥐가 없어지면서 뱀
도 사라진 걸까. 아니면 세상이 변하면서 생태계의 질서와 순환도 달라
졌기 때문일까.
우묵을 만들던 어머니는 이제 운신하기가 어렵게 되었고, 오랜만에
만나는 동네 어른들도 나이가 많이 들어 큰 소리로 인사를 해야 알아듣
는다.
그 집 담쟁이도 늙었는가? 굵다란 줄기가 뱀처럼 담벼락을 기어오르
면서 초록의 작은 이파리들이 바람에 흔들리고 있다.
이마에 땀방울을 흘리며 우묵을 만들던 젊은 날의 어머니가 그립다.
지금 같았으면 투정부리지 않고 집집마다 날라 드릴 텐데.
이번 주말엔 어머니께 다녀와야겠다. 이제는 내가 어머니 대신 고소
한 콩가루를 곁들인 시원한 우묵을 만들어야겠다.
강서 --------------------------------------------------------------------------
본명: 강순희. 제주도 김녕리 출생. 한국사이버대학교 방송문예창작학과 4학년 재학 중.
문학동인 <연지당 사람들> 회원.
당선소감 ---------------------------------------------
제주는 지금 꽃들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습니다.
당선 소식을 듣고 나는 밖으로 나가 꽃비를 맞으면서 걸었습니다.
걸으면서 이런 생각을 하였습니다.
사람이 한생애를 살아가면서 얼마나 많은 일들을 겪게 될까?
얼마나 많은 고비를 넘기며 살아가게 될까?
≪수필과 비평≫의 신인상을 받음으로써 나는 하나의 문을 열고 들어
가게 되었습니다. 매우 엄숙하고도 화려한 세계를 허락하는 문입니다.
나는 이것을 또 하나의 무거운 사명과 의무를 내리는 명령으로 받아들
입니다. 그리고 올라야 할 높은 고개 하나를 넘은 것으로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내 인생을 사랑하면서 살아왔듯이 나는 기쁘게 이 세계에
빠질 것이며 뜨겁게 사랑할 것입니다.
꽃이 피는 계절, 가슴 설레는 소식이 나를 변화시킬 것입니다.
훌륭한 열매를 맺을 때까지 열심히 살고 열심히 공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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