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옥천군 이원면에 위치한 월이산의 전설을 김문기선생님이 소년문학에서 이야기하고 있네요..
전설은 언제나 흥미롭고 상상력을 자극하네요.
충북, 월이와 일향이의 사랑
충청북도 옥천군 이원면에 위치한 월이산은 이름 그대로 ‘달이
떠오르는 산’입니다. 그런데 요즘은 그 산을 가리켜 순우리말로 ‘달
이산’이라고도 부릅니다.
이 산은 전체적인 산세가 부드럽고 단아하며 금강의 절경을 굽
어보고 있습니다. 산 정상에는 조선시대의 봉수대(높은 산봉우리
에 봉화를 올릴 수 있게 설비해 놓은 곳)가 남아 있고요.
월이산 봉수대는 영동의 박달산과 고리산, 대전의 계족산 봉수
대로 이어지는 중요한 곳이었습니다.
기암괴석으로 이루어져 있는 월이산 정상에 서 보세요. 저 아래
굽이쳐 흐르는 금강의 기상이 손에 잡힐 듯 가깝게 느껴져 산행의
피로를 한꺼번에 씻어줍니다.
월이산 제일의 명소는 옥계폭포입니다. 20m나 되는 절벽에서
떨어지는 물줄기는 마치 하늘에서 낙화하는 옥구슬 다발을 연상케
하며 그 신비로운 풍경에 흠씬 빠져들고 맙니다.
그 신비로운 풍경 못지않게 월이산에는 신기한 전설이 전해지고
있습니다.
서기 1607년, 월이산이 있는 이원면 구룡촌(현재 구방리)에서 우
암 송시열 선생이 태어났습니다. 우암의 어머니 곽씨는 태몽으로
월이산을 삼키는 꿈을 꾸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우암 선생이 태어나던 바로 그 시각에 월이산에는 큰 변
화가 일었습니다. 웅장한 소리와 함께 월이산 초목들에서 잎이 마
르더니 금강수가 홍색으로 변했던 것입니다. 말하자면, 월이산 정
기가 모두 우암 선생에게 들어간 것이라고 풀이할 수 있겠지요.
한편, 이원면 이원리에는 월이산에 관한 또 다른 전설이 전해지
고 있습니다.
아주 옛날, 이원마을에 ‘월이’라는 유별난 소년이 살고 있었습니
다. 그 소년은 남달리 기운이 세서 앞 개울가에 있는 직경 4미터
정도의 큰 바위를 공깃돌처럼 가지고 놀았습니다.
“허, 저런 괴물 같은 아이가 있나!”
“글쎄, 무섭네.”
마을 사람들은 언젠가 자신을 해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에
월이를 슬슬 피해 다녔습니다.
월이가 골목길을 지나가면 놀던 아이들이 모두 도망쳐 집으로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이 이야기 저 이야기 수다를 떨던 아주머니
들도 담벼락으로 몸을 붙인 채 숨을 죽였습니다.
그래서 월이는 사람들에게 가까이 다가갈 수 없었습니다. 또래
아이들은 많았지만, 친구 한 명 없었던 월이는 늘 외롭게 지냈습
니다.
어린 월이와 놀아주는 것은 마을 앞 냇가의 큰 돌들뿐이었습
니다.
그날도 월이는 냇가에 발을 담그고 큰 돌을 가지고 놀았습니다.
그때 이 마을에 사는 ‘일향’이라는 처녀가 빨래를 하러 나왔습니다.
하지만, 일향은 빨래하는 아낙이 아무도 없어 냇가 옆에 무성하게
서 있는 억새풀 뒤로 몸을 숨겼습니다.
‘저 월이가 어서 가야할 텐데…….’
일향은 월이가 일어나 어딘가로 가기만을 기다렸습니다.
얼마나 지났을까? 한동안 월이를 지켜보던 일향은 소문과 달리
월이의 순박한 모습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돌을 던져 받으면 바
보 같은 웃음을 짓고 잘못 떨어뜨려 발등을 찧으면 얼굴을 찌푸리
며 아픈 발등을 문지르기도 했습니다. 가끔 손톱만 한 피라미를
잡아 가만히 들여다보는 모습이 천진난만한 아이 같았습니다.
‘괜찮을 거야. 순수해 보이니까.’
일향은 월이의 순수함 때문에 안심을 하고는 다시 빨랫감을 들
고 냇가로 다가갔습니다.
일향은 월이를 향해 빙긋이 웃어보였습니다. 그러자 월이는 되
려 움짓 놀라 뒤로 물러섰습니다.
일향은 용기를 내서 우락부락하고 거친 월이의 손을 잡아 주었
습니다.
월이의 손이 떨렸습니다. 그리고 월이는 잠시 후 쑥스러운 웃음
을 지어 보였습니다.
이렇듯 좋은 느낌으로 시작된 그들의 만남은 다음날도 그랬고,
그 다음날에도 계속되었습니다.
그러나 그들의 사랑이 채 무르익기도 전에 소문은 꼬리에 꼬리
를 물고 동네에 퍼졌습니다. 더욱이 일향의 부모 귀에까지 들어가
게 되었습니다.
“아니, 얌전한 고양이가 부뚜막에 먼저 올라간다더니…….”
“…….”
일향은 아무 대꾸도 못했습니다.
“일향아, 네가 이럴 줄 누가 알았더냐. 철없는 것, 그 이상한 녀
석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고……. 오늘부터 너는 집
밖으로 나가지 마라. 절대 집 밖을 쳐다보지도 말라고!”
그날로 일향은 바깥출입이 통제되었습니다. 답답했습니다.
“어머니, 월이는 그저 순진한 소년이에요. 절대 나쁜 사람이 아
니라고요.”
“쓸데없는 소리!”
부모님에게 매달려 호소해도 들어주지 않았습니다.
일향은 집안에 갇혀 있는 동안 월이의 외로움을 이해하게 되었
습니다. 그래서 더욱 가슴이 아팠고 월이가 더욱 보고 싶었습니다.
이런 심정을 알아주는 이는 아무도 없었으니 일향은 하루하루의
삶이 무의미하게 느껴졌습니다.
마침내 일향은 부모님의 반대로 사랑을 이루지 못함을 비관한
나머지 한밤중에 몰래 집을 빠져나갔습니다. 그리고는 마을 뒷산
으로 올라가 소나무에 목을 매고 말았습니다.
이튿날, 소식을 전해들은 월이는 일향이 죽었다는 소나무 아래
로 달려갔습니다.
“일향아! 어디 갔어!”
놀라운 것이, 일향은 온데간데없었고 목을 맨 빨간 댕기만 쓸쓸
히 흔들리고 있었습니다.
“일향아! 일향아!”
월이는 댕기를 끌어안고 며칠을 울었습니다. 울어도 울어도 소
용없는 일, 월이는 그렇게 울다가 지쳐 바닥에 쓰러졌습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일향의 부모는 눈물을 훔치고는 숨겨둔 딸의
시체를 가져와 월이와 함께 장사를 지냈습니다. 영혼결혼식을 올
리고 무덤을 하나로 쓴 것입니다.
그렇게 월이와 일향이 함께 산에 묻힌 이후 마을 사람들은 이
산을 ‘월이산’ 또는 ‘일향산’이라 부르게 되었답니다.
김문기 선생님 -----------------------------------------------------
∙ ≪동아일보≫ 신춘문예 동시 부문 당선, ≪중앙일보≫ 연말 시조 지상백일장 장원,
≪전남일보≫ 신춘문예 희곡 부문 당선.
∙ 저서 : 동시집 ≪산을 돌아 고추밭 옆에≫ 외, 동화책 ≪종로 3가에 뜨는 별≫ 외,
어린이 교양자료 ≪컴퓨터 황제 소년 빌 게이츠≫ 외,
기획 시리즈물 ≪교원출판사 철학동화 시리즈 1권≫ 외 다수.
'월간 소년문학 > 소년문학 본문'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소년문학 2012년 1월호, 연재동화] 일송정 푸른 솔은(13) - 김선태 (0) | 2012.03.20 |
|---|---|
| [소년문학 2012년1월호, 지상강좌] 동시조 짓기 - 김양수 (0) | 2012.03.19 |
| [소년문학 2012년 1월호, 장편동화 13] 너와집 산소년 - 글: 김상삼, 그림: 라환희 (0) | 2012.03.16 |
| [소년문학 2012년 1월호, 논술이야기] 논제의 바른 이해가 논술의 첫 단추 - 안도 (0) | 2012.03.15 |
| [소년문학 2012년 1월호] 강대택의 알쏭달쏭 우리말 - 강대택 (0) | 2012.03.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