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에도 알쏭달쏭한 것이 많이 있죠. 모두 안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모르는 우리말을 『소년문학』에서 강대택선생님이 친절하게 설명해주시고 있습니다.
강대택의 알쏭달쏭 우리말
☞ 두와 마리, 본과 그루
우리 겨레는 우리 문자가 없던 시절에 이웃 겨레의 문자를 오랫
동안 빌려 썼다. 한족(중국)의 문자인 한자를 빌려 쓴 것이다. 그런
역사 때문에 지금 우리에게는 잘못된 인식이 자리잡고 있다. 한자
로 된 것이나 한자에 뿌리를 둔 것은 무조건 그럴듯하다거나 우리
전통의 것인 양 생각하는 버릇이 굳어 있는 것이다.
방송이나 글에서 ‘돼지 다섯 두’라는 식의 표현을 접한 적이 있을
것이다. 이 경우의 ‘두’는 ‘머리’를 뜻하는 한자 頭의 음을 한글 표기
한 것이다. ‘머리’는 ‘마리’와 통한다. 그러니 ‘돼지 다섯 두’는 ‘돼지
다섯 마리’라는 우리말을 한자로 옮겨 쓴 것임을 알 수 있다.
‘신사복 1착, 신발 한 족, 나무 세 본’ 등이 모두 그런 부류의 보기
이다. ‘착(着)’은 ‘벌’이요, ‘족(足)’은 ‘켤레’요, ‘본(本)’은 ‘그루’이기
때문이다. 꽃가게에서 쓰는 ‘장미 한 속(束)’도 ‘장미 한 묶음 또는
장미 한 다발’로 되돌려야겠다.
또 논이나 밭의 넓이를 말할 때에 ‘두락’이라고 말하기도 하는데,
두락은 斗落의 음을 한글로 적었을 뿐 우리 낱말 ‘마지기’를 한자로
표기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마지기’는 ‘한 말의 씨를 뿌릴 만한 넓이의 논이나 밭’을 뜻한다.
곡식을 되는 ‘말(→마)’을 나타내기 위하여, 곡식의 양을 재는 斗
(말 두)를 끌어댔으며, ‘지기’를 나타내기 위하여 落을 끌어댄 것이
다. 지기는 본디 ‘(농사를) 짓다’에서 파생된 말인데, 그 뜻은 무시
하고 ‘짓’이라는 소리 위주로 하여 ‘지다’의 뜻으로 흔히 쓰이는 落
을 끌어다 댄 탓에 우리의 본 낱말인 ‘마지기’는 뒷전으로 물러나게
된 것이다.
이처럼 우리 둘레에는 아직도 우리말을 한자에 기대어 표기하거
나 표현하는 일이 많은데 떳떳한 우리말이 있는 이상, 이제는 온전
한 우리말을 찾아내고 거기에 힘을 불어넣어야 하겠다.
☞ 도철어와 왕중왕
사랑에 속고 돈에 울다 지친 한 아가씨가 끝내 삶을 포기하기로
마음을 굳히고 보니 이때까지 살아온 청춘이 서러워 눈물지으며
낙서를 했다던가?
무심코 종이 위에 쓴 글씨는 ‘자살자살자살……’
그런데 제정신을 차리고 자세히 보았더니 그건 ‘살자살자살
자……’가 되더라는 이야기가 있었다. 극은 극으로 통한다더니 이
건 죽자고 생각한 것이 바로 살자는 셈이다.
‘장(醬)공장’이네 ‘王中王’, ‘MCM’, ‘madam’ 같은 말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읽으나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읽으나 뜻에는 변함이
없다.
이런 말을 ‘도철어(倒綴語 : 자모의 순서를 바꾸어 쓴 글자)’라
하는데 그것이 재미가 있었던지 한때는 방송에서 어엿한 프로그램
으로 내보낸 적도 있다. ‘장공장’, ‘나하나’, ‘지방지’, ‘왕중왕’ 같은
우리말을 주워대라고 출연자들에게 말하면 웃으면서도 잘들 주워
댔다.
그런데 폭소가 터진 것은 어떤 분이 ‘소방소’라고 외쳤기 때문인
데, 그분은 ‘소방서’를 ‘소방소’로 잘못 알았던 것 같다.
이렇게 도철어에는 거꾸로 바꾸어도 뜻이 달라지지 않는 것이
있지만, 뒤바뀌면 뜻이 완전히 달라지는 게 더 많기 때문에 웃음을
자아내게 되는 게 아닌가 싶다.(주의할 일이다.)
이러한 현상은 비단 우리나라에서만 볼 수 있는 게 아니라 세계
가 거의 공통적인 것 같다.
‘기네스․북’에 오른 것 중 단어로서 긴 것은 핀란드어의 ‘비누 만
드는 사람’이란 ‘Saippua Kauppias’였는데, 15자가 앞뒤로 어떻게
읽어도 되게 되어 있다.
한 문장으로 긴 것도 많은데, 우리나라의 예를 들면 ‘여보가시가
보여’(부부가 자식 손가락 같은 데 박힌 가시를 빼면서 한 소리)나
‘다시올이월이윤이월이올시다.’ 같은 게 돋보인다.
이러한 도철어 만들기는 자녀들의 한글에 대한 관심과 흥미를
높이는 한 방법이 될 수 있을 것 같아 살펴본 것이다.
강대택 선생님은 ----------------------------------------------
∙ 1991년 ≪아동문예≫ 작품상, ≪아동문학연구≫ 신인상으로 등단.
∙ KBS전주방송 <어린이글짓기지도> 4년, <전라칼럼> 1년 출연.
∙ 전북일보 <알쏭달쏭 우리말> 칼럼 4년 연재.
∙ 한인현글짓기지도상, 한국청소년문화상 본상 수상.
∙ 저서 : ≪교육에 희망을 걸고≫(1, 2), ≪등나무의 노래≫, ≪강
대택의 한국어 산책≫(1, 2, 3), 시평집 ≪짧은 시 긴 여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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