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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과비평 2013년 5월호, 번역수필] 나는 아내를 원한다(I Want a Wife) - 역·오순자

신아미디어 2013. 7. 5. 08:24

" 주디는 샌프란시스코에서 태어나 아이오와 대학을 졸업했고, 페미니스트로서 정치활동에도 참여했다. 위 수필은 ≪미즈 매거진(Ms Magazine)≫의 1971년 봄호에 실렸다. 미국에서 1960년대에 시작된 페미니스트 운동이 1970년대까지 이어진 상황에서 가부장적 가족제도에서 여자들이 당했던 불평등한 처사를 풍자하고 있다. 그녀는 가정에서 남자들로부터 요구받는 아내들의 역할을 남자의 눈을 통해서 하나하나 나열함으로써 객관성을 높이면서 불평등함을 강조하고 있다. 그녀는 남자들의 우월감과 이기심을 드러내면서, 여자들에게 미덕이라는 이름 아래 감당하고 있는 노예에 준하는 일을 재고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나는 아내를 원한다(I Want a Wife)   -  역·오순자


   나는 사람들이 분류해 놓은 구분에 따르면 아내에 속한다. 나는 아내이다. 부수적으로 모두 그렇지는 않겠지만 어머니이기도 하다. 얼마 전에 한 남성 친구가 막 이혼하여 따끈따끈한 상태로 나타났다. 물론 그도 전처와의 사이에 아이 하나가 있다. 그는 또 아내를 찾는 듯했다. 저녁에 다림질을 하면서 그를 생각하다가 갑자기 나도 아내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 아내가 필요할까?
   나는 학교에 다니면 경제적으로 독립할 수 있을 것이고 필요하면 부양가족들도 돌볼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직장을 가져서 나를 학교에 보내 줄 아내를 원한다. 내가 학교에 다니면 아이들을 보살펴 줄 아내를 원한다. 아이들을 병원이나 치과에 데리고 가고, 나도 데리고 갈 아내. 아이들을 잘 먹여주고 깨끗하게 건사해 줄 아내를 원한다. 아이들의 옷을 세탁하고 수선해 줄 아내를 원한다. 아이들이 친구들과 적절한 관계를 맺으면서 학교생활을 잘 하고 있는지 보살피고, 공원이나 동물원에도 데려가는 등의 좋은 보육사가 되는 아내를 원한다. 아이들이 아플 때에 돌봐주고, 위급한 경우에도 곁에서 지켜주어서 내가 수업에 지장이 없도록 해 주는 아내를 원한다. 아내가 일자리를 잃지 않도록 빠지는 시간을 잘 조정해야 할 것이다. 아마 그런 시간들이 아내의 월급을 삭감하게 만들겠지만 그 정도는 참을 수 있다. 말할 필요 없이, 아내는 일하는 동안에 아이들을 보살피는 비용은 지불할 것이다.
   나는 내 물리적인 필요를 해결해 줄 아내를 원한다. 집을 깨끗하게 청소하고 나와 아이들을 차로 데려다 주는 아내를 원한다. 내 옷을 세탁하고 다림질하고 수선도 하며 필요할 때는 새 것을 사주고, 내 물건들을 적절한 곳에 정리해 두어 내가 필요할 때 찾을 수 있게 해 주는 아내를 원한다. 식단을 짜서 식료품을 사오고 좋은 요리솜씨로 식사를 준비하여 즐겁게 먹을 수 있게 해주고, 내 공부를 방해하지 않고 설거지도 해 주는 아내를 원한다. 내가 아플 때에 같이 아파해 주고 수업시간 빠진 것을 안타까워해 주는 아내를 원한다. 휴가 중에 함께 동행하여 내가 잘 쉴 수 있도록 나와 아이들을 계속 보살펴 줄 아내를 원한다.
   나는 자신이 하고 있는 일들에 대해서 투덜대면서 나를 성가시게 하지 않는 아내를 원한다. 그렇지만 내가 듣는 수업에서 좀 어려운 부분이 있어서 설명할 필요가 있을 때에 내 이야기를 들어줄 아내를 원한다. 내가 써 놓은 숙제를 타자로 정리해 줄 아내를 원한다.
   나는 내 사회생활의 세밀한 부분까지 살펴줄 아내를 원한다. 아내와 함께 친구에게 초대받았을 때에 아이 돌보아 줄 도우미를 구할 수 있는 아내를 원한다. 내가 친하게 지내는 학교친구들을 초대하고 싶을 때, 청소도 하고 맛있는 식사를 준비해서 대접하며, 친구들과 재미있는 이야기를 할 때에 끼어들지 않는 아내를 원한다. 손님들이 도착하기 전에 아이들에게 밥을 먹여 잠자리에 들게 해서 우리들을 성가시게 하지 않는 아내를 원한다. 손님들의 필요에 부응해서 편안하게 느낄 수 있도록 살펴주는 아내를 원한다. 재떨이가 있는지 확인하고, 요리를 많이 먹을 수 있도록 접시에 더 담아내오며, 때 맞추어 잔에 포도주를 더 따라주고, 커피도 준비하는 아내를 원한다. 그리고 때때로 내가 혼자서도 밤에 외출하고 싶어 한다는 것을 아는 아내를 원한다.
   나는 내 성적인 욕망에 민감한 아내를 원한다. 열정적으로 함께해서 내가 만족한지를 확인하는 아내를 원한다. 또한 내가 그럴 기분이 아닐 때에는 요구하지 않는 아내를 원한다. 나는 아이를 더 원하지 않으므로, 산아제한에 대해서도 완전하게 책임지는 아내를 원한다. 나에게만 충실해서 내가 질투로 인해서 지적인 생활에 혼란이 오지 않게 하는 아내를 원한다. 그러나 내 성적인 욕망이 일부일처제에 대단히 충실함을 이해하는 아내를 원한다. 결국 나는 가능한 한 완전하게 사람들과 관계를 맺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만일 우연히 내가 지금 아내보다 아내로서 더 적합한 다른 사람을 만나면, 아내를 바꿀 수 있는 자유를 원한다. 당연히 나는 신선한 새 생활을 기대할 수 있고, 나의 아내는 내 아이들을 혼자서 맡아서 기르고 나를 자유롭게 보내줘야 한다.
   내가 학업을 마치고 직장을 구했을 때에, 아내는 직장을 그만두고 집안에서 아내로서의 의무를 더 온전히 수행하기를 원한다.
   도대체 누가 아내를 원하지 않을까?

 


✻ 주디 브래디(Judy Brady: 1937-   )
   주디는 샌프란시스코에서 태어나 아이오와 대학을 졸업했고, 페미니스트로서 정치활동에도 참여했다.
   위 수필은 ≪미즈 매거진(Ms Magazine)≫의 1971년 봄호에 실렸다. 미국에서 1960년대에 시작된 페미니스트 운동이 1970년대까지 이어진 상황에서 가부장적 가족제도에서 여자들이 당했던 불평등한 처사를 풍자하고 있다. 그녀는 가정에서 남자들로부터 요구받는 아내들의 역할을 남자의 눈을 통해서 하나하나 나열함으로써 객관성을 높이면서 불평등함을 강조하고 있다. 그녀는 남자들의 우월감과 이기심을 드러내면서, 여자들에게 미덕이라는 이름 아래 감당하고 있는 노예에 준하는 일을 재고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이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 수필의 80퍼센트 가까운 문장을 ‘나는 … 아내를 원한다(I want a wife who…)’로 시작하고 있다. 수사학적으로 같은 어귀의 반복은 대단한 강조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사용된 단어들도 쉽고 문장도 단순해서 누구나 읽을 수 있게 쓴 점이 특이하다. 아마 많은 독자들과 소통하고 싶은 의도가 있었던 것 같다. 또한 서두에 자신이 아내임을 밝혀서 이 글이 경험에 의한 글임을 알게 하면서 세밀한 부분들에 사실감을 더해서 공감을 느끼게 한다. 이런 여러 가지 점들에서, 이글은 페미니스트의 고전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21세기에 들어서면서, 남자들의 의식 속에서 남녀평등이 행복한 생활의 기초임을 인식하고 있고, 사회제도도 상당부분 뒷받침되고 있는 상황에서 꼭 페미니스트의 시각으로만 읽을 필요는 없다. 모든 인간의 무의식 속에 잠재해 있는 극단적인 이기심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주는 글이기도 하다.

 

 

오순자  --------------------------------------------
   한일장신대학교 영문과 교수 퇴임. ≪뉴욕 한국일보≫ 신춘문예 수필 당선. ≪에세이문학≫, ≪계간수필≫ 등단. ≪수필과비평≫ 평론 등단. ≪생활 속의 글쓰기≫ 외 공저 수필집 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