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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수필 2012년 겨울호, 다시 읽는 좋은수필] 주씨네 아들 - 김예경

신아미디어 2013. 1. 16. 21:07

" “아무개야, 거 주씨네 아들은 너 말고 다른 친구는 없다더냐?”  “예.”"

 

 

 

 

 주씨네 아들

 

   모두들 주周씨를 한심한 사람이라고 한다. 택시운전을 업으로 하는 사람이 어쩌자고 밤이면 밤마다 술타령이요, 사흘이 멀다하고 부부가 밤새워 싸움질이니 말이다. 본인 말로는, 알코올중독인 아내 때문에 속이 상해 마신다고 하지만, 그 아내에게 물어 보면 남편 때문에 술 마신다고 안 하랴?
   남들은 개인택시 한 대면 어지간한 영업체 하나 가진 것만 하다는데, 근처 가게마다 외상 빚이 대추나무에 연 걸리듯 한 것이 주씨네 살림이다. 한 달이면 절반은 술머리 싸매고 누워서 그래도 밥 굶지 않는 것이 희한하고, 그나마 공부시킬 자식이 하나뿐인 것이 천만다행이지. 중학교 2학년에 다니는 그 하나 있는 아들이나마, 아까운 돈 학교에 갖다 주느니 차라리 철공소에 가서 기술 한 가지라도 배우라고 닦달질하는 주씨다. 걸핏하면 아들 책가방을 하수구에 메다꽂는 주씨를 다들 참 한심한 사람이라고 한다.
   이웃에 살며서 아침저녁으로 얼굴을 대하는 정육점 이씨 부부를 보면 그렇게도 생각이 없을까? 자기 아들과 한반 친구인 아들을 가진 이씨 부부가 얼마나 착실하고 부지런하게 사는지 눈이 있으면 보고 모를까? 아들이 요즘은 아예 책가방을 이씨네 아들 방에다 숨겨두고 다닌다는 것을 주씨 부부는 알고나 있는지 몰라.
   마음씨 착한 이씨 부부라고, 주씨 아들이 노상 자기 아들 방에서 지내는 것이 속 편하기만 하랴? 게다가 사흘을 못 넘기는 주씨 부부의 싸움질이 시작되는 밤이면 으레 아들 녀석이 슬며시 나가선 그 집 아들을 데려다 제 방에 재우곤 하니 이걸 말려야 할지 못 본 척해야 할지.
   사람 좋기로 소문난 이씨지만, 마냥 두고 보는 것만 능사는 아닐 듯 싶어 아들을 불러 한 마디 하기로 했다. 아버지를 닮아 덩치가 엄청 큰데에다 말수가 적은 이씨 아들은 무덤덤한 표정까지 저희 아버지를 쏙 빼다 박았다.
   “아무개야, 거 주씨네 아들은 너 말고 다른 친구는 없다더냐?”
   “예.”
   “넌 걔가 좋으냐?”
   “예.”
   “그 녀석 공부는 좀 하냐?”
   “예.”
   “그래? 잘 해?”
   “예.”
   “얼마나 하는데? 한 일등 한다더냐?”
   “예.”
   “뭐 일등? 너희 반에서?”
   “아니요, 전체에서요.”

 

 

김예경  -----------------------------------
김예경님은 수필가이며 수필집『수탉도 수탉 나름』『, 나는 마음씨 좋은 여왕』을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