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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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애선생(본지 전 편집장) 약력
?이경애(李慶愛) 1957. 경북대구출생. 김훈동別辭
?대구여고, 경북대학교 졸업.
?1994《 수필공원》으로등단.
?수필집《시장사람들》,《 바람이이곳을스칠때》
?수필동인 양재회, 그레이스 수필문우회, 수필문학진흥회 회원.
?나루수필문우회, 은평문화원 수필반 지도 강사.
?계간《좋은수필》편집장.
?2012년 6월 7일 별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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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신에게 묻고 싶다
- 문우 이경애님을 떠나보내고
“월요일 항암…… 여기저기 몸이 불편해요.”
“고생 많았어요.”
“서오릉 산책길 다녀왔어요. 어제 보내준 천리향 몇 개 해치웠어요.”
“먹어줘 고마워요. 힘내요, 잘 이겨낼 거예요.”
카톡을 써내려가는 당신의 손가락 놀림이 어른거립니다. 짧은 대화 한 마디 한 마디가 가슴을 파고듭니다. 바로 얼마 전에 나눈 대화이기에 더욱 그렇습니다.
크지 않은 키에 통통한 몸매, 잇몸을 드러내고 웃는 당신의 웃음은 늘 즐겁고 밝았습니다. 당신을 문우라는 이름으로 처음 만난 것은 어느 수필 강좌였습니다. 이미 당신은 등단한 수필가로 활동하고 있을때였지요. 글이 쓰고 싶다며 막연한 기대를 갖고 공부하러 온 나에게 당신은 참으로 친절하게 다가왔습니다.
서툰 내 글을 읽고 싹이 보인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었지요. 그러나 가끔은 혹평으로 초보였던 나에게 상처를 준 적도 있었습니다. 그때마다 정말 글을 쓰고 싶은 마음이 허영은 아닐까 하는 그런 생각을 매번 했었으니까요. 그러나 그런 내 마음을 알아채기라도 한 듯 당신은 바로 위안의 메일을 보내왔습니다. 혹독한 평은 누구나 받는 거라며, 지나놓고 보면 그 혹평이 많은 공부가 되더라고, 원래 쓴 약이 더 약이 되는 법이라며 마음 깊이 두지 말고 알아서 걸러 듣는 것도 지혜라고 했지요. 그렇게 때로는 선배로 또 친구로 격려를 해주었습니다.
당신의 집으로 처음 초대를 받던 그 여름이 생각납니다. 그때는 작은 마당이 있는 단독주택에서 살았지요. 주방에 들어가자 구형 가전제품을 새것처럼 쓰고 있는 것을 보며 알뜰하고 검소하게 사는 모습에서 또 다른 당신의 성품을 볼 수 있었어요. 그때 당신은 내 입맛에 맞춰 구수한 찌개를 끓이고 서너 가지 겉절이를 해서 밥상을 뚝딱 차려 내놓았어요. 그러나 이제는 그 맛을 볼 수 없다는 사실이 그날을 더 그립게 합니다.
당신을 보며 항상 느낀 생각입니다. 귀찮고 힘든 일도 즐겁게 하는 사람, 당신은 이렇게 말했지요. 어차피 할 일 즐겁게 하는 것이 좋지않겠냐고……. 그동안 우리 문우회 궂은일을 거절 한 번 하지 않고 도맡아서 해왔으니까요. 20여 년의 만남 속에 당신과 좋은 추억이 참 많았는데……. 당신의 부재가 지금도 실감나지 않습니다.
어느 날 당신은 아무렇지 않게 몸속에 혹이 있는데 그 놈과 같이 할 수 없으니 아무래도 떼어내야 할 것 같다며 정말 아무렇지 않게 웃으면서 말했지요. 그런데 그것을 쉽게 떼어내면 괜찮을 것 같았는데 그 이물질이 벌써 주인 몰래 가지치기를 하고 있었으니…….
병문안이라는 이름으로 당신 곁을 찾을 때마다 난 아무런 도움도 주지 못했어요. 그저 당신의 아픈 모습을 지켜볼 뿐, 당신은 아무 말도 없이 눈만 감고 있었지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지, 실타래처럼 엉켜 있을 복잡한 마음을 당신의 표정으로 읽을 수 있었으니까요. 그렇게 당신은 입원과 퇴원을 반복했지요. 그리고 결국 새로운 약에 대한 임상실험에까지 들어갔고 당신은 희망적인 의사 말에 기대를 거는 눈치였어요. 그러나 어쩌면 그것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이라는 것을, 어쩌면 마지막 기대라는 것을 아마 당신은 알았을지도 모르겠네요.
어느 날 당신과 조용한 음식점에서 만났던 날을 기억합니다. 맛난 것을 먹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어요. 항상 손쉬운 메일로 문자로 카톡으로 소식을 주고받았을 뿐 늘 바쁘다는 핑계로 제대로 차분한 시간 한번을 만들지 못했어요. 아니, 그것은 핑계를 만들기 위한 변명이었는지 모르죠. 사실은 아픔의 고통에서 시달리고 있을 당신에게 힘내라는 말도 꼭 완쾌될 것이라는 말도 하기가 정말 미안했으니까요. 그러나 그날은 조금 긴 대화를 나눴던 것 같아요. 병원치료 얘기며, 집안 걱정이며 두 아이들 이야기며, 참 오랜만의 긴 대화였지요. 그날 당신이 내 앞에서 심각하게 했던 말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정말 신이 있다면 묻고 싶다……. 내가 뭘 잘못 살아왔기에 이런 시련을 줄까?”
그 말을 듣는 순간 무슨 말로 답을 줘야 할지, 무슨 말로 위로를 해야 할지, 가슴이 먹먹해지더군요. 그 후 당신은 몇 달을 더 투병하고 간절히 당신의 쾌유를 빌었던 모든 사람들과 무심하게 긴 이별을 했습니다.
난 지금 당신에게 그때 들려주지 못했던 말을 이제야 합니다.
“당신은 엄마로 아내로 누구보다 열심히 살았고 또 훌륭했습니다. 그리고 우리의 좋은 친구였습니다.”
당신이 떠난 지 벌써 한 달이 지났네요. 읽고 쓸 수 있고, 요리할 수 있고, 운동할 수 있고, 당신이 감사하던 일상, 그곳 나라에서도 여전한가요?
정광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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