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나그네 시골 주막에 들러 막걸리 한 사발 마시고 있는데
마당 한귀퉁이에 놓여 있는 개밥그릇이 눈에 들어왔다
제법 쓸 만한 백자 막사발이 아닌가?
개는 잡종 똥개인데 밥그릇 호사를 하는구나
저 멍청한 주인이 백자도 못 알아보고
개밥그릇으로 쓰고 있나 싶어 피식 웃음이 나왔다
옳지, 저놈을 내 수중에 넣고 가야지……
나그네 속으로 이 궁리 저 궁리 한다
저 그릇을 그냥 팔라고 하면 눈치를 채게 될 터이고—,
옳지, 저 개를 사겠다고 하여 덤으로 얻어가야겠다고 꾀를 낸다
나그네가 주인을 불러, 혹 개를 팔지 않겠느냐고 묻자
의외로 주인이 선선히 팔겠노라고 대답한다
그래서 나그네는 주인이 요구한 대로 헐찮은 개값을 치른 다음
지나가는 말처럼, 저 개밥그릇을 끼워 줄 수 없는가고 묻는다
그러자, 주인이 머리를 긁적이며 대답하길
"저 밥그릇 덕으로 개를 여러 마리 팔았습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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