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가 주머니 사정이 넉넉해서 어린 손자에게 과자 값을 잘 줄
때는 “할아버지 짱이야!”라고 하고, 주머니 사정이 궁해서 과자 값을
못 줄 때는 “할아버지 꽝이야!”라고 한다. 과자 값 주고 안 주고에 따
라 할아버지는 ‘짱’이 됐다,‘ 꽝’이 됐다 오락가락한다. 할아버지의
상식으로는‘짱’이나‘꽝’은 유리창이 깨지거나 천둥 번개 칠 때 나는
소리로 알고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짱’은무엇이고, ‘ 꽝’은무엇인가? 물론, 근래에생겨난
신조어들이다.‘ 짱’은 최고라는 칭송의 표현이요,‘ 꽝’은 아무것도 없
는 빈털터리라는 실망의 표현이다. 이런 신조어나 신조어로 구성된
문장이나 언어는 국문학자들도 해독이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요즘
젊은이들이 빠른 솜씨로 자판을 처가며 주고받는 전자우편이나 휴대
전화에서는 이런 문장이 교과서처럼 통하고 있는 것이다. 외래어는
또 어떤가? 일상 대화 속에서나 신문 방송, 잡지 서적 속에서 외래어
가 섞이지 않은 데가 없다. 상대적으로 시대감각이 둔한 구세대들은
자연 문맹 아닌 문맹이요, 청맹 아닌 청맹이 될 수밖에 없다.
과테말라에서 열리는 국제올림픽기구 총회에서 2014년 동계올림
픽 개최국을 선정하는데 ‘프레젠테이션’이라는 순서가 있는 것 같다.
현지에 파견된 우리 기자들이 보도하면서 한결같이 ‘프레젠테이션’
이라는 용어를 썼다. TV를 시청하는 국내 시청자들 중에서는 혹시나
무식하다는 소리를 들을까 봐서 알은 체하며 고개만 끄덕거리는 청맹
시청자들도 꽤 있었을 것이다.
세상이 이렇게 예고도 없이 급속도로 변해가고 있으니 이 시대에 살
면서 ‘~맹盲’자 신세를 면하려면 싫든 좋든 컴퓨터도 해야 하고 영어
도 해야 할 수밖에 없다.
며칠 전《워싱턴포스트》지에서 한국에서는 지금 영어가‘황금의
언어’가 되었다며 영어에 광풍이 일고 있다고 했다. 영어를 완벽하게
해야 장래가 보장되기 때문에 자녀들을 미국에 어학연수나 유학을 보
내느라 막대한 돈을 쓰고 있다고 꼬집었다.
영어 교육을 위해 곳곳에 세워지는 ‘영어마을’, 학교나 학원에서 영
어 원어민 교사채용, 지망자가 차고 넘쳐 원서도 제때 접수를 못하는
‘토익시험’, 너도 나도 보내는 조기유학, 어학연수 등, 이에 이르니 영
어는 가히‘황금의 언어’라 아니할 수 없다.
이런 중에서도 매주 월요일 저녁, KBS-1TV에서 진행하는 ‘우리말
겨루기’와 낮 12시 뉴스 직전에 하는 ‘우리말 바른말’이야말로 우리
말 지키고 가꾸는 데 더없이 좋은 역할을 하고 있다.
득어망전得魚忘筌, 고기를 잡고 나서 통발을 잊어버리고 만다고 했
다. 남의 나라 말보다도 우리말부터 먼저 ‘황금의 언어’ 를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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