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화님의 수필을 『좋은수필』에서 소개합니다. 소중한 시간되시기 바랍니다.
달빛
하늘의 달은 내겐 잡히지 않는 것이었다. 나는 밤마다 뜰로 나가 둥
그런 달을 쳐다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만질 수는 없지만 달을
가슴에 품은 듯 맘은 뿌듯했다. 온몸을 밝은 달빛에 내맡기곤 이게
달이 내게 주는 사랑이라 여겼다. 내가 달을 느끼는 방식이었다. 어
쩌면 달이란 가져서는 아니 되는 건지도 몰랐다.
그래도 한 번쯤은 저 달을 내 것으로 만들고 싶었다. 달빛을 품을
수 있다면, 밤을 손꼽아 기다리지 않아도 될 것이었다. 하여 나는 달
에게 다가갔다. 하지만 올라갈수록 달은 더 먼 곳으로 자리를 옮겼
다. 가끔 구름 속에 그 모습을 감추기도 했다. 그럴 때면 멀리서 쬐던
그 빛마저도 누리지 못함이 내 부질없는 욕심 탓이라 자책하고 한숨
지었다. 영영 떠난 줄 알았던 달은 밤하늘이 맑은 날이면 어김없이
떴다. 난 수없이 많은 밤을 그렇게 보냈다.
꼭 한 번, 달을 가진 적도 있었다. 작은 달이었다. 내가 다가가자 달
도 내게로 왔다. 그리고 난, 달을 가슴에 품었다. 얼마쯤 지난 뒤 달
은 나를 떠나고자 했다. 품에 안긴 보석보다 하늘에서 빛나는 달이기
를 바랐던 모양이었다. 작은 달에게 나는 미다스가 되어 있었다.
그녀가 내 품안에서 더욱 빛나는 달이길 나는 진심으로 바랐다. 달
이란 결코 품어서는 아니 되는 것이라면, 밤하늘을 치어다보며 달빛
속에 몸을 맡기는 것만으로 행복했을 것이었다. 어쩌면 내가 사랑했
던 건 달이 아닌 달빛이었는지도 몰랐다. 그러나 달빛은 달이 없으면
얻을 수 없었다. 내가 달을 사랑한 까닭이었다.
내가 사랑하는 작은 달은 가끔은 구름 속에도 숨는 귀여운 달이었
다. 비록 달이 저 하늘에 머무는 것이 나로 인해서가 아닌 내가 선 이
땅을 사랑해서였다 하더라도, 달은 내 몸으로부터의 미미한 인력 때
문에 더 멀리 가지 못하는 것이라 믿고 싶었다.
달을 보며 밤을 보내야 하는 것이 나의 운명이라면, 다시 태어날 때
지구가 아닌 달에서 살고 싶다.
이종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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