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선님의 마음의 형상과 함께 마음껏 웃어보세요. "엄마 뱃속에서 나온 게 출세"..
가마 타령
나는 가마가 셋이나 된다고 한다. 내 눈으로 직접 확인해 본 바는
없지만 이 말을 철썩같이 믿고 있다. 이렇게 말하면 자발머리없는
누군가는 “이 양반이 장가를 세 번이나 든 모양이군. 푸하하-”하고
웃음을 터뜨릴지도 모르겠다. 허나 유감스럽게도 그렇지가 않으니,
나는 낼모레 쉰을 바라보는데도 아직 법적으로 엄연히 총각이니 말
이다.
‘네이버’검색창에‘가마’라고 치면 이런 말을 볼 수 있다.
‘가마는 홑 것이 가장 많으나, 사람에 따라서 2, 3중인 것, 또는 그
이상인 것도 있다. 홑 것이 약 91.5%, 2중인 것이 약 7%, 3중 이상이
약 2.5%이다.’
그런데 정작 놀라운 건 ‘네이버 지식 in’에 올라온 다음과 같은 글
이었다. ‘우리 반에 권X영(13세)이란 애가 있는데 가마가 8개래요.’
하늘에 태양이 두 개나 떴다는 말만큼이나 희한한 일도 다 있다. 여
기엔 답변이 하나 있다. 자기 친구는 가마가 4개인데 정상적으로 1개
로 만들었단다. 모발이식을 통해서 말이다. 그 다음 말이 더욱 가관
이다. ‘지금은 정상적으로 살고 있으니 그분도 수술을 받았으면 하네
요.’ 아니 가마가 하나가 아니라고 해서 비정상이라 취급하는 건 뭐
고, 또 애를 네댓 쌍 낳는 것도 아닌데 도대체 수술이라니. 남과 다르
다고 해서 틀린 게 아니라 그건 그냥 다른 거라는 말도 못 들어봤남?
아무튼 위 통계자료에 따르면 가마가 셋인 사람이 한 반에 한 명 있
을 둥 말 둥 하는 형편이고 보면 어린 시절에 동무들로부터 ‘얼레리
꼴레리- 니는 장가 세 번 간데이.’하는 놀림의 대상이 된 것도 어련
한 일이라 하겠다.
그렇다면 도대체 자네는 가마가 셋인지를 어떻게 아느냐고? 가리
마 때문이다. 가리마는 가마의 돌기 방향에 따라 오른쪽이나 왼쪽으
로 타게 마련이다. 그래서 가마가 하나인 경우 대개 한쪽으로 타는
것이 자연스럽다. 혹시 이마 정중앙의 가리마가 기가 막히게 어울리
는 남자가 있다면 쌍가마가 아닌지 의심의 눈길을 보내도 좋다. 그
이는 가마 두 개의 돌기 방향이 여덟 팔八자 모양을 그리고 있기 십
상일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 경우는 오이 과瓜자 모양으로 가
마 세 개의 돌기 방향이 서로 얽혀 있는지 도통 가리마가 수습이 안
되는 것이다. 게다가 이발을 하고 나면 머리꼭지 부위의 털들이 삼
지창처럼 마구 솟구쳐 있다. 이게 다 가마들의 농간 탓이 아니고 무
엇이랴.
나는 또한 이마가 어여번듯하지 못하고 손오공처럼 3자를 엎어놓
은 듯한 모양새다. 어렸을 때, 사내대장부는 자고로 이마가 적당히
넓어야 장차 운세가 트여 출세한다면서 엄마는 내 이마의 가운뎃부
분 머리털을 족집게로 뽑곤하였다. 어떤 땐 이마에 피가 맺혀 따끔거
리기도 하였고, 때론 머리칼 끄트머리에 개구리 알만 한 투명한 자루
가 딸려나오기도 하였다. 그러나 엄마의 유별난 자식사랑에도 불구
하고 요즘도 손바닥으로 앞 머리칼을 쓸어올리면 밉살맞게도 여전히
손오공의 3자형 이마가 드러난다. 사실 머리카락을 뽑는다고 해서
그 자리에 머리가 영영 안 돋아나는 것은 아니란 것을 나중에 알았
다. 보통은 그 자리에 어린 머리카락들이 새로 메꾸어 올라오게 된다
는 것이다. 진작 이런 사실을 알았더라면 그 옛날 생짜로 머리칼이
뽑히는 애꿎은 고문은 당하지 않아도 되었으련만…….
나도 한때는 머리를 길러 물을 발라 한쪽으로 몰아붙여 좁은 이마
나마 햇볕 구경을 시켜주고 싶은 적도 있었다. 하지만 거울 앞에서
돌아서면, 금방 머리칼은 원래 위치로 돌아와 가뜩이나 좁아터진 이
마를 가려버렸다. 하여 나는 일찌감치 헤어스타일로 용모에 한몫보
려는 얄팍한 꼼수마저 포기해버린 지 오래다. 미용실에 가서는 그저
‘짧게 깎아주세요.’라는 한 마디가 내 주문사항의 전부인 것이다. 가
리마를 탈 엄두도 못 내려니와 머릿결도 멧돼지 털처럼 굵고 뻣뻣해
서 되도록 짧게 깎는 것이 내겐 그나마 이득인 것이다.
이제야 말이지만 가마의 수를 장가에 빗댄 속설은 옛 전통혼례에
서 가마 타고 시집가고 말 타고 장가간다는 말에서 나왔으리라고 한
다. 나는 가마가 셋인데도 아직 한 번도 가마를 타고 내게 시집 온 사
람은 없지만, 프랜시스 베이컨의 다음과 같은 말에서 구세주를 만난
것처럼 커다란 위안을 받고 있다.
“가장 고귀한 사업이나 사회활동은 자녀가 없는 사람에 의해서 이
루어졌다는 것이 확실하다. 그들은 육체의 형상을 남길 수 없었으므
로 마음의 형상을 표현하고자 노력한 것이다.”
글쓰기를 과연 ‘고귀한 사업’이라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내
글쓰기 또한 ‘마음의 형상을 표현’ 하고자 하는 노력임에는 틀림없
다. 아울러 이마가 좁은 탓에 대체로 스케일이 작고 출세고 뭐고 운
수가 틔지 않는지는 모르겠으나 무위당无爲堂장일순 선생의 말마따
나 “사람들이 출세, 출세하는데 그게 별거 아니란 말씀이지. 엄마 뱃
속에서 나온 게 출세 아닌감.”하는 말로 제 깜냥을 스스로 헤아려 허
황한 꿈을 경계하고 있다.
박태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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