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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문학, 민족전래동화 맛보기] 호랑이와 황소 - 장영주

신아미디어 2012. 1. 7. 10:50

 

  산속의 왕이라고 소문난 호랑이가 어이하여 황소에게는 함부로
달려들지 못하는지 알고들 있는지요?
  먼 옛날 어느 깊은 산속에 늙은 호랑이 한 마리가 살았어요. 이
호랑이는 세상에서 자기가 제일 힘이 세다고 뽐을 내면서 사슴과
토끼와 같은 작은 짐승들은 말할 것도 없고 곰과 멧돼지와 같은
큰 짐승들도 못살게 굴었지요.
  어떻게나 못살게 굴었던지 산속에서 사는 짐승들은 호랑이라는
말만 들어도 벌벌 떨곤 하였답니다.
  늦은 겨울, 어느 날이었어요.
  저녁밥을 양껏 먹은 호랑이는 잔뜩 부른 배를 내밀고 벼랑 위에
도사리고 앉아 골짜기를 내려다보고 있어요.
  그때 멀리서 방울소리가 들려왔어요. 자세히 보니 웬 누런 짐승
하나가 산을 끌고 어슬렁어슬렁 가고 있었지요.
  “도대체 어떤 놈인데 산을 끌고 가는 거야.”
  호랑이는 어떤 놈인지 알고 싶어 골짜기 아래로 내려갔어요. 가
까이 다가가 보니 황소 한 마리가 나무를 산더미처럼 실은 썰매를
끌고 가고 있었거든요.
  “흠, 황소로구나. 네 놈이 하는 일을 내가 못할 줄 아느냐. 내
  비록 늙긴 했어도 아직 이 세상에 나를 당할 놈은 없단 말이다.”
  호랑이는 기회를 보아 자기도 한번 썰매를 끌어 보리라 마음먹
었어요.
  땅거미가 내리자 날씨는 쌀쌀해지고 땅이 얼어붙기 시작했어요.
황소를 끌고 가던 할아버지가 발걸음을 멈추었어요.
  할아버지는 아직 마을까지는 먼 길이라 황소가 지쳐 허덕이는
모양을 측은한 눈길로 바라보며 쉬려던 참이거든요.
“오늘은 이만하고 집에 갔다가 내일 다시 오자.”
  할아버지는 썰매를 그 자리에 놓아둔 채 황소만 끌고 마을로 내
려가 버렸어요.
호랑이는 아무도 안 보는 캄캄한 밤중에 썰매 있는 곳으로 다가
갔어요.
“어디 누가 힘이 더 센가 보자. 아무렴 황소가 끄는 걸 내가 못
끌까.”
  호랑이는 썰매에 달려들어 낑낑거리며 젖 먹은 힘까지 다 내어
잡아당겼어요.
  그러나 웬일인지 썰매는 꿈쩍도 하지 않았어요.
“이놈의 썰매야. 나를 알아보지 못하는 게 아니냐?”
  호랑이는 밤새도록 애를 썼지만 썰매를 한 치도 움직일 수 없었
어요. 왜냐구요? 썰매가 땅에 얼어붙었기 때문이죠.
  약이 바짝 오른 호랑이는 나중에는 제 풀에 성이 나 으르렁거렸
지만 별수가 없었지요.
  날씨는 더욱 추워져서 썰매가 얼어붙은 줄을 알 길 없는 미련한
호랑이는 동쪽 하늘이 희끄무레 밝아 올 때에야 남이 볼까 두려워
비실비실 도망쳤어요.
  밤새 헛고생을 한 호랑이는 분하기 짝이 없었어요. 그래서 다시
한 번 눈여겨보려고 아침밥도 먹지 않은 채 벼랑 위에 앉아 골짜기
를 지켜보았어요.
  겨울의 늦은 해가 동쪽 산마루 위로 떠오르자 방울 소리를 요란
히 울리며 황소가 다시 오는 것이었어요.
  호랑이는 황소를 쏘아보았어요.
“음, 어제 왔던 황소가 틀림없구나. 네가 정말 그 무거운 걸 끌고
가는가 어디 좀 보자.”
  황소는 별로 힘도 들이지 않고 썰매를 끌고 슬렁슬렁 마을로 들
어가는 것이었어요.
  호랑이는 멀리 사라지는 황소의 뒷모습을 오래오래 지켜보고 나
서 혼자 중얼거렸어요.
  “나보다 황소가 힘이 더 세구나. 내가 황소 앞에서 뽐을 내다가
는 어느 때든지 큰 봉변을 당할 거야.”
  이런 일이 있은 다음부터 호랑이는 황소를 만나도 감히 달려들
지 못했다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