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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문학, 알쏭달송 우리말] 동음이의어와 한글 - 강대택

신아미디어 2012. 1. 7. 10:46

☞ 동음이의어와 한글
   한글을 제법 익혔다는 외국인들도 한국말의 까다로움에 손을 들
수밖에 없다는 푸념이 한결같다. 물론 그들의 투정이 결코 거창한
것은 아니지만 한국인인 우리들 역시 때로는 그런 일로 헷갈리는
경우가 많고 보면 부끄러울 뿐이다.
   그 중의 하나가 ‘동음이의어(글자의 소리는 같으면서도 뜻은 다른
말)’ 문제다. 같은 글자인데도 뜻이 여러 가지일 때 당황한다는 것.
‘배’ 하나를 두고, 먹는 배, 타는 배, 사람의 배로 나눈다고 고개
를 갸웃거린다. ‘차’는 두 가지(茶·車)를 가리키고, ‘발’은 세 가지
(足·廉·냉면발 따위), ‘눈’은 다섯 가지(眼·雪·싹·저울·그물
코 구멍)라는 투다.
   물론 이런 구별을 정확하게 못해도 실용 면에서는 큰 불편은 없
어 다행이다.
   하나의 낱말이 여러 가지의 뜻을 갖는다는 것은 어느 언어에나
공통된 속성이다.
   다만, 이럴 때 쉽게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그 문장이 쓰인 전후
의 상황과 맥락을 살피면 된다. 낱말이 단독으로 쓰인 경우는 거의
없으며, 설혹 단독으로 쓰였다고 해도 ‘암묵적인 문맥’이 있을 것이
다. 따라서 어떤 해석이 알맞은가를 알기 위해서는 전후의 문장을
읽으면 된다.
   예를 들면, “베트남은 투자의 ‘적지’인가?”라는 문장에서 ‘적지’를
‘敵地’나 ‘適地’로 생각할 수 있지만, 베트남이 투자에 위험한 곳인
지 아니면 투자에 적합한 곳인지는 문맥으로 결정된다. 그러고 보
면 구태여 한자를 떠올릴 필요도 없을 것이다.
   영어 단어도 마찬가지다. ‘air’라는 단어는 ➀ 공기, 대기, 하늘
➁ 산들바람, 미풍 ➂ 모양, 외견, 태도 ➃ 멜로디, 가락 ➄ 해고,
모가지 ➅ 허풍, 뻥 ➆ 전파, 송신매체 ➇ 분위기 ➈ 항공교통,
공군, 항공우표라는 적어도 아홉 가지의 의미를 갖고 있다.
   서로 다른 뜻이 한 단어에 모여 있는 전형적인 동음이의어라 할
수 있다. 그런데도 영어권에서는 서로 다른 뜻을 구별하기 위해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그냥 ‘air’ 하나로 만족하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