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는 신인상 공모와는 별개로 신인 추천제를 시행합니다. 지난 날 우리 문단은 도제식 창작교육과 문예지 추천을 통해 역량 있고 참신한 문인들을 배출해왔습니다. 다년간 존경받는 스승 밑에서 시인·작가의식과 창작방법론을 수련하여 진정한 시인·작가로 거듭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합니다.
블랙박스 - 정달막
잘난 척 착한 척이 비린 줄 알면서도
구겨진 속 마음만은 보일 수가 없었다
덧칠을 하다 보니
때로는 흔들려도
한사코 외면하며 지탱한 그날들이
빗나간 자존심였고 때때로는 덮개였네.
먼 후일
지친 날개
접혀져 떨어질 때
이 몸에 붙어 있던
은밀한 블랙박스
수거된 동영상에 덜미 잡혀 가노니
신인추천 / 당선소감
감히 시의 출발선에 서서
벅차오릅니다.
교차하는 이 감정을 행복이라 하렵니다.
종심 고개 넘어서도 덮고 갈 수 없어서
단 여린 감성 하나 달랑 쥐고 찾았던 것뿐인데…….
먼저 부족한 글을 당선작으로 추천해 주신
여러 심사위원님께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이 자리까지 이끌어 주신
유한근 교수님, 이언수 시인님, 고덕문우님들
고맙습니다. 제가 첫발을 들여놓았던
도봉시창작교실 나호열 교수님, 시벗님들 감사합니다.
이제 저도 감히 시의 출발선에 서서
더 많은 훌륭하신 시인님들과의 공유를 생각하니 가슴이 뜁니다.
오늘의 이 영광이 감사하고 거듭 고마울 뿐입니다
.
..
신인추천 / 심사평
시조의 새로운 전망
한국의 고유한 현대 시가는 시조이다. 시조는 우리 민족이 자랑해도 좋을 시의 형식이다. 5,000년 이어온 숨결이 3.4.4.4라는 운율 속에 깃들어 전해 오고, 한국인의 얼, 생각과 느낌이 기―승―전―결로 정형화되어 있어 카타르시스 미학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 들어 이러한 시조 미학이 폄하되고 훼손되고 있지만, 현대 문학에 있어 유일한 한국의 것은 시조이다. 초·중·종장의 변화와 음절은 비교적 자유롭게 하더라도 기본 음보과 구성을 지키고 있는 점이 우리 문학을 계승, 발전시키려는 문학 정신으로 보아도 좋을 것이다.
이러한 문학 정신을 나는 정달막 시인의 시조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블랙박스〉 외 4편의 시조에서 전통 시조 미학의 계승 의지와 변화의 열린 전망을 볼 수 있었던 것이 그것이다. 시조의 제목으로는 적당하지 않은 〈블랙박스〉에서는 사물에 대한 인식을 통해 시심을 보여주는 시법과 슬프지만 경쾌한 언어, 〈새와 나이테〉와 〈갈대 심지〉에서 보여주는 이미지의 비약과 아이러니. 〈외로움은 늙지 않는다〉의 참신한 이미지와 진솔성, 그리고 〈동학사 흰 구름〉의 자연친화상상력과 불교시로서의 가치, 그 열린 전망을 높이 사 정달막 시인을 시조계의 새 얼굴로 추천한다. 당선을 축하하며 정진을 부탁한다.
추천 심사위원 : 유한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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