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를 통해 우리는 소통을 하는 것일까요, 말의 담에 쌓여 홀로 있는 것일까요. 항상 소통을 원하면서도 고독을 느끼는 저를 볼 때가 있습니다. 이제는 소통을 위한 대화를 해보려 합니다.
대화
아침에 눈을 뜨는 그 순간부터 우리는 대화를 시작한다. 직장에서,
무슨 모임에서 그 밖의 작은 인연들과도 끊임없이 대화를 한다. 사람
은 혼자 살 수가 없으니까, 사회적인 동물이니까, 대화는 소통의 가
장 확실한 수단이니까.
우리 주위엔 누구의 말이라도 성의 있게 잘 들어주는 사람이 있다.
흥미로운 화제로 분위기를 화기애애하게 이끌어 가는 사람도 있다.
이런 사람을 만나면 그 오고 가는 말들이 그렇게 정겹고 즐거울 수가
없다.
대화는 여성들이 더 잘 풀어가는 것 같다. 수다 떨고 싶은 본성 때
문일까, 무슨 화제로든지 금방 대화의 물꼬가 트인다. 가령 어느 멤
버가 못 보던 새 옷을 입고 나왔다고 하자, 그러면 그 자리는 곧 옷 이
야기로 풍성해진다. 건강에 관한 화제가 등장하면 기다렸다는 듯이
명의에 명약에, 그 쏟아지는 이야기에 막힘이 없다. 대화는 늘 자유
롭고 화제가 공동의 관심사인지라 동류의식을 느끼게도 한다.
대화의 요소는 말하기와 듣기다. 훌륭한 대화자는 침묵하는 상대
로부터 말을 이끌어낸다. 상대방이 한 말의 의미만 이해하는 데서 끝
나지 않고 그의 정서까지 읽으며 공감대를 형성한다. 깔끔하고 유쾌
하게 이어지는 대화는 또 만나고 싶은 정을 불러일으키고 그리하여
아름다운 인연을 만들어 주기도 한다.
대화는 이심전심으로 이루어진다. 이심전심은 곧 소통이다. 그런
데 이 이심전심이 희미해진 것인지, 바쁜 세태의 변화인지 종종 대화
속에서 소통의 부재를 느낄 때가 있다. 목소리 큰 사람, 자기주장만
내세우는 사람, 그런 사람들을 만날 때가 그렇다. 사람들은 흔히 문
제는 대화가 없는 데서 발생한다, 그러니 대화로 풀라고 말한다. 친
구와 서먹해진 것도 부부가 화목하지 못한 것도 다 대화가 없기 때문
이라는 것, 그러니 대화로 풀라는 것이다. 그러나 대화는 혼자 하는
것이 아니다. 쌍방 간의 교류다. 상대방의 입장에 서서 따뜻하게 배
려하는 마음 없이는 잘 이루어질 수 없는 게 대화다.
여럿이 모인 자리에서 몇 사람만 끼리끼리 대화를 나누는 경우를
더러 본다. 그럴 때 나머지 사람들은 꾸어다 놓은 보릿자루 모양 멀
거니 앉아 있을 수밖에 없다. 물 위에 기름 돌 듯 대화에 끼지 못하고
겉돌다 돌아가는 기분은 소외라도 당한 듯 마음이 개운치 않다. 유려
한 화술이 아니면 어떤가, 대화는 멤버들 모두와의 소통이어야 한다.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대화를 하기엔 좀 곤란한 사람이 있다. 대화
부적격자라고나 할까? 목소리 큰 사람, 제 주장만 하는 사람 말고도,
남이 진지하게 하는 말을 건성으로 듣는 사람, 건성으로 들으면서 제
말은 시시콜콜 끝없이 쏟아놓는 사람, 끝났는가 싶으면 또 새로 시작
하는 사람, 남의 말을 중간에 싹둑 자르고 제 이야기를 밑도 끝도 없
이 늘어놓는 사람들이다. 그런 사람들의 대부분은 남편 자랑, 아들
딸 자랑, 제 자랑일 때가 많다. 대화는 머리와 가슴으로 함께 이해하
고 함께 느끼는 것이어야 하는데.
이제 나는 내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나 해야겠다. 내 남편은 퍽 과묵
한 사람이다.
그러니 대화랄 게 별로 없다. 젊은 시절, 나는 그의 웃는 얼굴 하나
보는 것만으로도 그런대로 행복했다. 씩 웃어주던 그것은 네가 최고
라는 의미인데 대화가 무슨 소용인가, 말보다는 행동이 앞섰던, 오래
침묵하던 그것이 남편의 매력 아니었던가.
그러나 세월이 흐른 지금은 어떠한가. 지금은 예전처럼 자주 웃어
주지도 않을 뿐더러 그가 어쩌다 대화라고 하는 말들은 나의 흥미를
자극하지도 못하고 내가 끼어들 여지가 없는 화제다. 나는 그럴 때마
다 속으로 투덜댄다. ‘대화는 쌍방 간에 교류랍니다. 그렇게 일방적
인 말은 대화가 아니지요.’라고.
그러나 생각해보면 내가 남편을 일방적이라고 탓하면서 대화의 물
꼬를 트지 않아서 그런지도 모를 일이다. 나와 제일 가까운 사람과
소통 부재에 시달린다면 모든 게 다 무슨 소용인가. 한 사람에게라도
좋은 대화자가 되어 보자. 관심 있는 주제로 나의 시선을 고정시키지
못한다 해도 마주 보며 맞장구라도 쳐주자. 대화의 창구로서 진일보
한 나의 모습이 되도록 하여간 애써 볼 일이다. 모처럼 먹은 마음이
작심삼일로 끝나지 않기를 다짐하면서.
이선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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