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간 인간과 문학/인간과문학 수상작

[인간과문학] 제6회 신인작품상, 시 부문 당선자 '피귀자'님을 소개합니다.

신아미디어 2018. 12. 10. 15:12

제6회 인간과문학 신인작품상 시 부문 당선자 '피귀자'님의 시를 소개합니다.


 

서러운 풀


장마 탓 아일리껴 잘 자라던 채소
검은 씨앗 거튼 딱지가 싹 뒤덮이디더
상치와 쑥갓은 녹아뿌고 고추 잎은 누렇게 말랐니더
속사아 내삐리났디 채소밭이 잡초밭 되기 일도 아이라요


채소는 어설픈 농부의 맴을 아프게 하디
적의에 서러운 풀들은 지절로 무성하디더
불청객이 괘씸해 힘을 모으이 뿌리 뽑히지 빌수 있니껴
허참 명아주만은 다르디더
왕좌라도 차지한 듯 밭 중앙에 우뚝 서가
줄기를 감아쥐 흔들어도 꿈쩍도 안찬니껴


그까잇 풀 한 포기 어쩌지 못하다이
꺾에지는 건 잡초가 아이라 지쳐가는 내 의지였니더
다시 기합까지 넣어가미 흔들어댔지만
명아주 줄기 껍디가 빗기졌뿌잔니껴
몸으로 내뱉는 잡초의 항변 모든 식물은 영체라고 하잔티껴
풀줄기에 든 원시의 시간에 가슴이 울렁대 손을 놨뿟니더


나직한 비명으로 삐걱거리민서도 고집 꺾지 않는
울어도 소리가 나지 않는
타협하지 못하고 끝까지 우기미
불통의 벽을 쌓았던
거울로 보지 못하던 내 모습 명아주를 통해 보이디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