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간 인간과 문학/인간과문학 수상작

계간 『인간과문학』 제2회 신인작품상 단편소설부문 당선자 '김보배'님을 소개합니다

신아미디어 2015. 1. 13. 09:25

계간 『인간과문학』 제2회 신인작품상 소설부문 당선자 '김보배'님을 소개합니다

 

 

 

 

 

 

 

 어두운 빛        /  김보배

 

   구멍의 끝은 톱날의 끝과 닿지 않는 부분까지 이어졌다. 분명 톱날이 끝나는 부분에서 맞닿아야 했지만 어두운 터널은 계속되었다. 깊이를 알 수 없는 것들을 만날 때마다 이마에 식은땀이 나기 시작한 것은 그 일이 있고부터였다. 월마다 늘어나는 통장의 마이너스는 걷잡을 수 없는 소용돌이에 휘말린 것처럼 빠져나오려고 안간힘을 쓸 때마다 모질게 늘어났다. 하루도 쉬지 않고 일을 했지만 매월 버는 수입으로 월말에 지출되는 월급과 월세를 감당하기엔 턱없이 부족했다. 그는 마이너스로 얼룩진 통장을 볼 때마다 현기증이 일었다. 날마다 늘어나는 부채는 그의 숨통을 조여 왔고 열세 명이던 종업원은 주방장을 포함해 네 명으로 줄었다.
   그는 강둑에 앉아 바지 주머니 속의 열쇠를 만졌다. 현관정의 열쇠 구멍에 열쇠를 끼울 때마다 자신도 모르게 깊이를 재어보는 버릇이 생겼다. 열쇠를 아무리 깊이 밀어 넣어도 구멍의 끝과 닿진 않았다. 그럴 때마다 손잡이를 잡고 아래위로 흔들거나 깊숙이 밀었지만, 여전히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끝이 닿지 않는 열쇠 구멍의 깊이는 끝이 보이지 않는 그의 불행과 닮은 것 같아 기어이 구멍의 끝을 확인하려 했는지 모를 일이다. 이 열쇠를 현관정에 끼우는 일은 이제 없을 것이다. 확인할 수 없는 구멍의 깊이와 확인되지 않을 만큼 커져 버린 부채에서 이제 헤어날 것이다. 열쇠를 만지는 그의 손에서 식은땀이 났다. 그는 젖은 손으로 주머니 속의 열쇠를 만지며 강변을 둘러보았다. 계획을 실행하는데 한 치의 실수도 허락해선 안 될 일이다. 강변엔 건너편 도시에서 산책 나온 사람들과 한 명의 낚시꾼이 맞은편에 앉아있다. 무심히 흐르는 강물에 내리쬐는 오월 햇살은 바람에 일렁이고 있다. 강 가장자리엔 드문드문 창포 숲이 있고, 가시박과 환삼덩굴이 강변 여기저기를 뒤덮고 있다. 그는 밤이 오기를 기다렸다. 지금 계획을 실행하기에는 사람들의 시선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는 강둑에 앉아 무료한 시간을 보냈다. 산책객과 낚시꾼이 사라지길 기다리면서.
   맞은편의 낚시꾼은 두 시간이 흘렀지만 움직임이 없다. 단 한 번 낚싯대를 들어 올렸으나 물고기는 걸려있지 않았다. 빈 낚싯대를 다시 강물에 던지고 접이식 의자에 앉았다. 낚시꾼의 눈빛은 강물을 보는 건지 찌를 보는 건지 알 수 없었다.
   어둠은 서서히 강변의 사물을 단색으로 덮었다. 이 시간을 얼마나 기다렸던가. 밤이 오기를, 인적이 사라지기를. 산책하던 사람들이 돌아간 지는 오래였고 낚시꾼은 흐릿한 어둠 속에서 짐을 챙겼다. 강물에 드리워진 낚싯대를 걷어서 물기를 닦고 파라솔을 접었다. 낚시꾼은 흩어진 짐들을 말끔히 정리해서 강둑으로 올라갔다. 둑 위에 세워둔 자동차 트렁크에 짐을 싣고 운전석에 앉아 시동을 걸었다. 낚시꾼의 자동차가 시야에서 벗어나자 그는 강을 향해 걸었다. 일말의 후회도 미련도 없다는 듯 발걸음은 가볍고 당당했다. 그는 숲이 우거진 곳에서 멈췄다. 구두와 재킷을 벗어 가지런히 정리하여 풀숲 깊숙이 밀어 넣었다. 그는 강물을 바라보며 호흡을 가다듬었다. 지나간 일들이 끊임없이 떠올랐다. 행복했던 찰나, 불행했던 순간들이 쉬임 없이 떠올랐지만 그를 생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 기억은 아무것도 없었다. 바람이 불었다. 오월 밤바람은 차가웠지만 그에게 차가움은 전해지지 않았다. 살아있는 무엇이든 보이는 무엇이든 지금 이 순간 그에게는 아주 사소하고 하찮은 것에 지나지 않았다. 그는 강물을 향해 걸었다. 맨발에 닿는 흙의 촉감이 편안했다. 물속에 한쪽 발을 밀어 넣는 순간 모든 것은 끝났다는 느낌이 현실로 다가왔다. 그를 괴롭혀온 모든 것들로부터의 이별이라 생각하니 편안했다. 나머지 오른쪽 발을 넣는 순간, 갑자기 뒤에서 괴성이 들렸다.
   “으으으 으아아아!”
   뒤에서 한 남자가 소리치며 강으로 뛰어들었다. 남자는 미친 듯 물살을 가르며 강으로 들어갔다. 남자의 머리가 물속에 잠기려할 때 그는 자신도 모르게 남자를 향해 헤엄쳤다. 남자는 강 중간쯤에서 허우적거리며 떠올랐다 가라앉았다를 반복했다. 그는 온힘을 다해 구하려고 했지만 물살 때문에 쉽지 않았다. 잡으려고 할 때마다 물살에 놓치기를 몇 번이나 반복하고 난 후에야 겨우 잡을 수 있었다. 그는 한손으로 남자를 잡고 다른 한손으로 물살을 가르며 정신없이 헤엄쳤다. 물살의 힘에 눌려 늘어진 남자는 그를 지치게 했지만 있는 힘을 다해 헤엄친 덕분에 강변까지 나올 수 있었다. 강변에 남자를 눕히자 숨을 쉬지 않는 것 같았다. 그는 다급하게 남자의 양쪽 뺨을 후려쳤다.
   “이봐요. 정신 차려요!”
   남자는 한참을 죽은 듯 움직이지 않다가 물을 토하며 기침을 뱉었다. 남자가 기침을 할 때 삼켰던 물을 뱉은 것이 그의 얼굴에 튀었다. 그는 얼굴에 튄 물을 닦으면서 남자의 상태를 살폈다. 잠시 후 기침이 잦아들자 남자는 정신이 드는지 주변을 살폈다.
   “나 같은 놈은 죽어야 해요!”
   남자는 살려준 것을 원망이라도 하듯 머리를 흔들며 소리쳤다. 남자의 외침에 그제야 자신의 행동이 이해할 수 없다는 걸 그는 깨달았다. 죽으려고 물속에 들어갔다가 사람을 구한 자신이 생각할수록 어이없었다.
   “당신 살리고 싶어 구한 것 아닙니다.”
   그는 차갑게 쏘아붙였다. 남자는 커억커억 짐승 소리를 내며 흐느꼈다. 물에 젖은 채 강변에 앉아 있는 그들의 머리카락에서 물방울이 떨어졌다. 남자가 울음을 그쳤을 즈음엔 머리카락에서도 더 이상 물방울이 떨어지지 않았다.
   “에췻!”
   남자의 재채기가 어두운 강변을 흔들었다.
   “불을 피워야겠어요.”
   그는 벗어 둔 옷과 신발이 있는 곳으로 갔다. 풀숲 깊숙이 감춰둔 구두와 재킷을 꺼내서 주머니를 뒤졌다. 주머니 속에서 라이터와 한 장의 유서를 꺼냈다. 오늘은 틀렸군. 유서를 만지며 그는 중얼거렸다. 유서를 주머니에 구겨 넣고 라이터 불을 켜서 땔감을 찾아 나섰다. 다행히 부러진 나뭇가지들을 구할 수 있었다.
   “이쪽으로 오세요.”
   모닥불을 모으며 그가 말했다. 남자는 추위에 떨면서도 꼼짝 않고 그대로 앉아 있었다.
   “에췻!”
   남자의 재채기가 이어지자 그는 소리쳤다.
   “이쪽으로 오란 말이오!”
   남자는 그의 고함에 느린 걸음으로 다가왔다. 모닥불에 비친 남자의 얼굴은 하얗게 질려있었고 몸은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윗옷 벗어요.”
   그는 자신의 재킷을 떨고 있는 남자를 향해 건네주었다. 남자는 윗옷을 벗어서 그에게 주면서도 연신 재채기를 해댔다. 그는 윗옷을 비틀어 물기를 짜서 나뭇가지에 걸쳐두고 남자의 재킷은 양손으로 잡고 모닥불에 말렸다. 활활 타오르는 모닥불 앞에 앉아 남자의 재킷을 말리며 생각했다. 지금 겪고 있는 슬픔이 아무리 큰 슬픔이라 한들 또 다른 슬픔 앞엔 밀려나는 것인가. 결국 슬픔은 또 다른 슬픔에 정복당하는 것인가. 생각이 여기에 이르자 정신은 최악의 고통에서 몸부림친다 해도 그 고통마저 속임수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불길은 어둠을 밀어내고 사물의 모습을 선명하게 드러냈다. 죽으려고 물속으로 들어갔던 순간이 마치 걷잡을 수 없는 소용돌이에 휘말렸다 빠져나온 것 같은 기분이었다. 남자는 무릎을 세우고 앉은 자세로 모닥불을 보며 말했다.
   “사람을 죽였어요….”
   남자의 몸은 떨고 있었다. 그는 잡고 있던 재킷을 놓칠 뻔 했지만 애써 태연한 척 했다. 살인을 한 사람과 캄캄한 밤 인적 없는 강변에 둘만 있다는 것이 침착하려 해도 온몸에 소름이 돋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남자는 불 앞에 쪼그리고 앉아 눈물과 강물이 범벅된 얼굴로 두려움에 떨었다. 남자의 두려움이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한 두려움인지 사람을 죽인 자신의 행동에 대한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어쩌다 그랬어요?”
   그는 떨리는 목소리를 헛기침으로 가다듬으며 물었다. 남자는 대답 대신 낮게 흐느꼈다.
   “타닥타닥.”
   붉게 달아오른 모닥불의 나무 타는 소리만 강변을 흔들었다. 그들은 말이 없었다. 남자의 재킷이 모닥불의 열기에 마를 즈음 남자가 고개를 들었다. 조금 전의 불안과 두려움은 내면 어딘가에 다져 놓은 듯 남자의 눈빛은 안정을 찾아가고 있었다.
   “사장을 죽였습니다. 그놈은 죽어야 해요!”
   남자는 주먹 쥔 두 손을 부르르 떨며 소리쳤다. 그는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남자의 살인도 어쩌면 그가 죽으려는 이유와 같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서였다. 더는 물러설 곳이 없을 때의 마지막 선택이라는 점에서 말이다. 앞으로도, 그렇다고 뒤로도 갈 수 없는 딜레마에 빠졌을 때의 극단적인 선택에서 둘은 닮아 있었다.
   남자는 양팔을 무릎에 괴고 모닥불을 쳐다보았다. 타오르는 불길이 자신의 고통을 위로라도 하는 것처럼 집요하리만치 끈질기게 노려보았다.
   “회사를 위해 밤잠을 설치며 뛰어다닌 덕분에 부장으로 승진했는데 나가라는 거예요. 음모가 확실합니다. 사장이 꾸며낸 계략이에요.”
   남자는 억울하다는 듯 분을 삼키며 입술을 악다물었다.
   “살인 밖에 방법이 없었어요?”
   그는 남자에게 질문을 던지며 자신에게 반문했다. 자살 밖에 방법이 없는 것일까.
   “오늘 사무실에 사장이 왔습니다. 직원들과 이야기하고 있는데 들어오더군요. 사장은 직원들 앞에서 소리쳤습니다. 이따위로 하니까 해고당하지 하며 갖은 무시를 해댔습니다.”
   남자는 주먹을 움켜쥐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모닥불은 점점 작아지고 있었다. 땔감이 떨어져 불을 더 지필 수가 없었다. 불길은 안간힘을 다하며 버티더니 마지막 불꽃이 사그라지면서 모두 꺼졌다. 순간 어둠과 추위가 몰려왔다. 
   “여관으로 갑시다.”
   그는 연신 재채기를 하는 남자에게 모닥불에 말렸던 재킷을 건네주며 말했다.
   “경찰에 잡힐 거예요.”
   남자는 겁에 질린 목소리로 말했다.
   “날이 밝으면 여기도 위험해요.”
   잠시 침묵이 흘렀다. 그는 남자를 한 번 쳐다보더니 강둑을 향해 걸어갔다.
   “기다려요!”
   그와의 거리가 이십 여 미터 멀어졌을 때 남자가 뒤따라왔다. 강둑 위의 길은 비포장이라 울퉁불퉁했다. 길 가장자리에 있는 아까시 나무에서 풍겨오는 꽃향기가 코끝을 스쳤다. 향기는 은은하게 콧속으로 스며들어 복잡하게 얽힌 뇌를 진정시켰다. 죽음의 순간에도 꽃은 피는가. 그는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일순간 정신이 몽롱해졌다. 무엇이 옳은지 무엇이 잘못인지 시비를 가리는 건 어려웠지만 분명한 건 돌아갈 곳이 없다는 것이었다. 사십 여년을 살아오면서 일궈놓은 모든 것들이 그에게 등을 돌렸다. 그는 주머니속의 열쇠를 움켜잡았다. 이젠 버려야 할 것이었다. 집을 나오면서 현관정의 열쇠구멍에 열쇠를 끼워 넣었을 때 열쇠의 끝부분과 구멍의 끝이 닿지 않아서 느꼈던 불안감이 다시 밀려왔다. 멀리서 불빛이 보였다. 다리 위에 켜진 가로등이 텅 빈 도로를 지키고 있었다. 편도 이차선인 도로는 밤이 깊었는지 자동차의 모습이 뜸했다.
   “괜찮을까요?”
   남자는 주변을 살피며 그의 곁에 바짝 붙었다. 가끔 자동차가 지나가기라도 하면 재빨리 그의 뒤로 숨거나 머리를 숙였다. 가로등이 켜져 있는 다리를 건너서 도로를 따라 백 미터쯤 걸었을 때 상가와 건물이 나타났다. 거리를 오가는 사람들과 네온사인이 도시의 생기를 느끼게 했다. 거리를 두리번거리며 걷고 있는 그들의 맞은편에서 경찰 두 명이 이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남자가 경찰을 보았을 때는 이미 오십여 미터 가까운 거리에 있었다. 남자는 오른쪽에 있는 지하계단으로 그의 팔을 잡고 뛰어 들어갔다. 지하계단은 클럽으로 연결되어 있었다.
   “어서 오십시오!”
   검정색 양복을 말끔하게 차려입은 남자 네 명이 양쪽으로 늘어서서 깍듯하게 인사했다. 남자는 인사를 무시하고 다급하게 안으로 들어갔다. 클럽 내부는 시끄러운 음악 소리와 어두운 조명으로 혼란스러웠다. 홀 안쪽의 무대에는 화려한 조명을 받으며 근육질의 남자가 삼각팬티만 걸치고 남성미를 과시하고 있었다. 나비넥타이에 조끼차림의 웨이터가 그들에게 다가와서 테이블로 안내했다.
   “주문하시겠습니까?”
   웨이터는 허리를 굽히고 물었다. 남자는 앉자마자 여기저기 살피더니 웨이터에게 귓속말을 했다. 웨이터는 고개를 끄덕이며 들고 있던 메모지에 받아 적었다. 남자는 재킷 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냈다. 지갑 속의 지폐는 물기에 젖어 있었다. 남자는 지폐를 테이블 위에 한 장씩 늘어놓았다. 웨이터는 젖은 지폐를 보더니 의심의 눈초리로 남자를 쳐다보았다. 남자는 테이블 위에 만원 지폐를 펼쳐놓고 휴지로 물기를 닦은 후 팔만 원을 웨이터에게 건네고 나머지 만원은 따로 쥐어 주었다. 웨이터는 팁을 받더니 구십 도로 인사하고 자리를 떠났다. 남자는 클럽 안을 꼼꼼히 훑었다.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 도망갈 곳을 미리 정하기라도 하듯 유심히 살폈다. 무대 옆으로 비상구가 있고 조금 전 들어온 입구 오른쪽에 이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있다. 홀 양쪽으로 칸막이가 쳐진 테이블이 줄지어 있고 홀 가운데는 한 사람이 지나갈 정도의 공간만 남겨 두고 테이블로 가득했다. 사람들은 무대 앞으로 몰려나와 휘황한 조명 아래 몸을 흔들었다. 무대 왼쪽에 있는 전면유리의 작은 칸막이에는 디제이가 있었고 중앙에는 조금 전의 근육질 남자가 내려가고 미모의 여자가 관능적인 몸짓으로 노래하고 있었다. 홀은 광란의 도가니였다. 어지럽게 회전하는 조명과 시끄러운 음악 속에서 사람들은 목청껏 소리치며 몸을 흔들었다. 남자는 급하게 양주잔을 채웠다. 안주 없이 연거푸 세 잔을 마시더니 그에게 잔을 건넸다. 그는 남자의 귀에다 속삭였다.
   “자수하는 것이 어떻겠어요?”
   남자는 잠시 망설이더니 머리를 흔들었다.
   “살인자라 비웃을 거에요. 실패한 낙오자 말입니다.”
   남자는 연거푸 술잔을 비웠다.
   “안녕하세요….”
   웨이터와 함께 온 여자가 남자 옆에 앉으며 인사했다. 남자는 여자에게 머리를 끄덕이며 자리를 내주었다. 술잔을 채우는 남자의 손이 떨렸다. 여자는 어깨까지 오는 웨이브 파마에 꽃무늬가 화려한 원피스를 입었다. 남자는 잔을 비우고 여자에게 무슨 말인가를 건넸다. 여자는 남자의 말에 응대했고 그것을 계기로 둘의 대화는 이어졌다. 귓속말을 하고 있어 어떤 대화를 나누는지 알 수 없지만 가끔 조명이 밝아질 때마다 드러나는 여자의 표정은 우울했다. 술을 마시거나 남자와 귓속말을 할 때도 여자의 영혼은 아득히 먼 수평선을 걷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끝없이 펼쳐진 수평선을 걸으며 육지를 찾으려고 안간힘 쓰지만 끝내 물위에 떠있는 자신을 발견하고 좌절하는 것 같은 표정이었다. 여자는 깊은 우울에 잠기거나 슬픈 미소를 지었고 간간이 무표정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곤 했다. 남자는 여자와 대화하는 중에도 주변을 살피는 걸 잊지 않았다. 혹 자신을 알아보는 누군가가 있지 않을까 하는 경계의 눈빛으로 홀 안을 살폈다. 홀은 북적이는 사람들과 어두운 조명 때문에 이목구비를 정확하게 구별하긴 어려웠다. 남자는 그 사실을 알기라도 한 듯 안도의 숨을 내쉬며 여자와 대화를 이어갔다. 여자는 대화도중 휴대전화기를 들고 일어섰다. 전화가 걸려온 것 같았다. 남자는 여자가 홀 밖으로 나가는 모습을 시야에서 벗어날 때까지 쳐다보다가 그에게 말했다.
   “이혼하고 여섯 살 난 아들과 둘이 산답니다. 바람난 남편이 이혼해 달라고 폭행과 협박으로 괴롭혀서 견디다 못해 해줬다고 하네요.”
   남자는 쓴웃음을 지었다. 그리고 다시 그의 귀에다 속삭였다.
   “나는 죽으려고 합니다. 했더니 망설임 없이 함께 가겠다고 합디다.”
   남자는 마치 음모라도 꾸미듯 귓속말을 하고는 피식 웃었다.
   “사람을 죽였다는 말도 했어요?”
   남자는 머리를 흔들었다.
   “아뇨.”
   여자가 돌아왔다. 
   “아들이에요.”
   여자가 말했다. 
   “네.”
   그는 짧게 대답하고 여자를 찬찬히 살폈다. 그가 여자에게서 보았던 침울의 이유가 배신과 이혼이라는 것을 알게 되자 여자가 달리 보였다. 그가 친지들에게서 받은 배신과 여자가 남편에게서 받은 배신이 무엇이 다를까 생각했다. 남자와 여자는 대화를 이어갔다. 그들의 대화가 이어지는 것을 보고 시선을 무대로 옮겼다. 무대는 여전히 발 디딜 틈조차 없었다. 그들은 나름의 몸짓으로 춤추었으나 그것을 지켜보는 그의 눈에는 사면이 막힌 벽 속에 갇혀 탈출을 시도하는 몸부림으로 보였다. 짜인 테두리에서만 움직여야 하는 삶의 답답함에서 이변을 찾으려고 애쓰는 것 같았다. 음악이 꺼졌다. 일순간 홀은 조용했지만 좀 전의 굉음은 메아리로 남아 홀 여기저기를 떠돌고 있었다. 춤추던 사람들은 디제이의 지시를 기다리거나 자리로 돌아갔다. 이어서 조용한 무드곡이 흐르자 짝 없는 사람들은 썰물처럼 밀려나와 제자리를 찾아 앉았다. 남자가 여자의 손목을 잡고 일어섰다.
   “형씨, 다녀올게요.”
   남자는 귓속말을 하더니 무대 쪽을 가리켰다. 남자는 약간 비틀거리며 여자와 함께 무대로 향했다. 그는 남자의 손목을 빠르게 잡아챘다.
   “얼굴이 알려지면 어쩌려고 그래요?”
   그가 손목을 잡아채는 순간 남자가 균형을 잃으며 테이블 앞으로 쏠렸지만 이내 중심을 잡았다.
   “조심할게요.”
   남자와 여자는 무대로 갔다. 그들은 서로의 허리와 등을 안은 채 음악에 몸을 맡겼다. 남자는 가끔 여자의 어깨너머로 사람들의 시선을 살폈다. 여자는 남자의 가슴에 얼굴을 묻으며 말했다.
   “저도 데려가주세요.”
   남자는 여자를 꼭 안았다.
   그는 그들을 보면서 어떻게 할지 고민했다. 남자와의 뜻하지 않은 만남 때문에 자신의 계획이 실패한 것에 대해 짜증이 났다. 사람들의 눈을 완벽하게 피하는 방법은 없을까 생각했다. 실패하지 않고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는 곳을 찾아야했다. 문득 떠오른 것이 방이었다.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방이면 될 것 같았다. 그때, 남자와 여자가 허둥지둥 달려왔다.
   “경찰이에요. 빨리 나가요!”
   남자는 다급하게 소리쳤다.
   “어디요?”
   그는 홀 내부를 살피며 물었다. 남자는 통로 쪽을 가리켰다. 두 명의 경찰관이 흐릿한 조명 속에서 그들이 있는 곳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그들은 동시에 무대 옆의 비상구를 향했다. 나이트클럽을 빠져나온 그들은 정신없이 골목길로 뛰었다. 여자는 남자와 손을 잡고 뛰었고 그는 남자를 뒤따라 뛰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한참을 뛰었을 때 그의 오른발에 뭔가가 걸렸다.
   “앗!”
   소리를 지르면서 그는 중심을 잃고 앞으로 넘어졌다. 남자와 여자는 뛰던 걸음을 멈췄다.
   “무슨 일이에요?”
   남자가 뒤돌아보며 물었다.
   “바닥에 뭔가가 있어요.” 
   그는 몸을 일으키며 주변을 살폈다. 기다란 물체가 골목길에 놓여 있었는데 자세히 보니 양복차림의 남자였다. 그가 남자의 가까이에 다가서자 서늘한 느낌이 들었다. 그는 움직임이 없는 남자의 목에다 손을 얹었다. 맥박이 없었다.
   “죽었습니다.”
   그는 죽은 남자를 보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뭐라구요?”
   남자와 여자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다급하게 달려오며 물었다. 그는 한 번 더 숨소리를 확인하고 무겁게 입을 열었다. 죽은 게 확실해요. 잠시 침묵이 흘렀다. 그때, 골목 왼쪽에서 헤드라이트를 비추며 자동차가 달려왔다. 그들은 황급히 길 가장자리로 피했다. 자동차는 운전자가 술을 마셨는지 비틀거리며 빠른 속도로 달려와서 죽은 남자를 치고 반대편 골목으로 사라졌다. 그들은 말을 잃고 멀어지는 자동차의 뒷모습만 바라보고 서 있었다. 자동차가 사라진 골목 모퉁이를 보다가 시체가 있는 곳으로 다가갔다. 죽은 남자의 모습은 처참했다. 어두워서 자세히 보이진 않았지만 자동차 바퀴가 복부를 지나간 것 같았다. 역한 피비린내가 진동했다.
   “무서워요.”
   여자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남자는 여자의 어깨를 안았다.
   “주검은 위험이 닥쳐도 피할 수 없는 것이군.”
   남자는 여자의 어깨를 감싸 안은 채 음울하게 말했다. 남자가 삶의 끈을 놓으려는 이유는 자신에게 다가올 위험한 현실을 피하기 위해서인데 죽음은 위험을 피할 수조차 없는 것에 불과했다. 그들은 시체를 에워싸고 서 있었다. 피비린내가 바람을 타고 훅 끼쳤다. 그는 주머니에서 라이터를 꺼내서 불을 켰다. 복부는 터져서 장기가 여기저기 흩어져 있고 피는 머리와 복부에서 흘러내려서 바닥을 흥건히 적셔놓았다. 그는 윗옷을 벗어서 시체의 복부를 덮었다. 죽은 남자는 푸른색 양복을 깔끔하게 차려 입었고 콧날은 날카로우리만치 오똑했으며 짙은 눈썹에 입술은 도톰한 편이었다. 그는 라이터가 달아올라 손가락이 뜨거워지자 얼른 라이터 불을 껐다. 그는 남자의 죽음이 마치 자신의 죽음인 것처럼 여겨졌다. 불과 몇 시간 전 강변에서의 일들이 떠올랐다. 만약 그 순간 남자가 나타나지 않았더라면 그 역시 죽은 남자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의 몸은 돌부리에 걸리고 물살에 휩쓸려 복어처럼 퉁퉁 부어오를 것이다. 어쩌다 강 하구 알 수 없는 강변에 닿으면 들짐승의 먹이가 될 것이 분명했다.
   “남편의 배신에 살아갈 의욕을 잃었습니다. 경제적인 능력이 있는 것도 아니었어요. 하루하루를 복수심으로 버텨왔습니다.”
   여자는 죽은 남자를 보며 말했다.
   “마트 점원으로 일하며 번 돈은 아들과 제가 한 달을 살아내는데 빠듯했어요. 남편은 저와 살면서 만난 여자와 재혼했는데 그때부터 양육비도 주지 않았습니다. 하루하루를 생활고와 배신감으로 지쳐 있는데 당신들을 만났습니다. 이분이 죽는다기에 흔쾌히 같이 하자고 했어요. 혼자서는 차마 죽을 용기조차 저에게는 없으니까요.”
   여자는 수심이 가득한 표정으로 말하고는 곧바로 침묵했다.
   “사업에 실패했습니다…. 목숨처럼 소중했던 레스토랑이 문을 닫았어요. 평생을 벌어도 갚을 수 없는 빚만 남기고 말입니다. 가족들은 뿔뿔이 흩어졌고 채권자들은 숨통을 조여 오기 시작했습니다. 견딜 수 없었어요. 친지들을 찾아다니며 부탁했지만 그들마저 등을 돌렸습니다….”
   그는 죽은 남자의 얼굴을 쳐다보며 말했다. 새벽이라 목소리는 웅웅거리며 골목에 울려 퍼졌다. 그들은 마치 죽음의 신처럼 시체를 에워싼 채 근엄한 표정으로 서 있었다. 대기를 떠돌던 도시의 소음은 어둠에 밀려 정적이 감돌았고 그들에게서 느껴지는 엄숙한 기운은 공기조차 숨소리를 죽이게 했다.
   “남들보다 승진이 빨랐어요. 날밤 세우며 일한 덕분에 인정받았습니다. 제가 제시한 프로젝트는 회사 매출을 두 배로 끌어올렸죠. 무엇 때문인지 모르겠습니다. 잘못이라면 일 년 전 사비를 들여 개발한 기술특허를 제 이름으로 하지 않은 것이어요. 제 이름으로 해달라고 부탁했지만 사장은 회사 명의로 등록하더군요. 그때부터 저는 불만을 품었고 사장은 눈치를 챘는지 저를 경계하기 시작했습니다.”
   남자는 희붐한 새벽하늘을 올려보며 한숨지었다.
   “본사에서 부장으로 근무한지 일 년입니다. 진급하고 일 년 만에 정리해고 당했습니다. 억울했습니다. 제가 연구한 기술특허까지 회사에 바쳤는데 정리해고라니 참을 수 없었습니다.”
   남자는 목소리에 힘을 주어 소리쳤다. 어둠은 점점 옅어지고 있었다.
   “사장이 제가 있는 공장에 왔습니다. 사무실에서 직원들과 회의하고 있는데 들어왔어요. 사장은 직원들 앞에서 저를 무시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따위로 일을 하니 밀려나지 않느냐며 소리 질렀죠. 순간 치밀어 오르는 화를 억누를 수 없었습니다. 잠시 후 직원들이 나가고 사무실에는 사장과 둘만 남았습니다. 사장은 등을 돌린 채 전화를 받고 있었어요. 저는 사무실 구석에 있던 망치를 쥐었습니다. 그리고는 발소리를 죽이며 다가갔어요. 사장이 통화를 하고 있을 때 뒤통수를 힘껏 후려쳤습니다. 사장은 비명조차 지를 틈 없이 쓰러지더군요. 머리에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는 사장을 보는 순간 머리가 멍했습니다. 내가 무슨 짓을 했는지. 눈앞의 광경을 믿을 수가, 믿을 수가 없었습니다. 거짓말 같았어요. 사장이 죽었다는 사실이, 제가 죽였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았습니다. 갑자기 머리가 복잡했어요. 직장 동료가 손가락질하며 비웃는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가족들이 불안한 얼굴로 지켜보고 있었고 감옥에 갇힌 제 모습은 숨이 멎을 것처럼 답답했어요.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밖에 없었어요.”
   여자는 남자의 이야기가 끝나기도 전에 슬금슬금 뒷걸음질 치며 그의 곁으로 다가왔다. 그때, 누군가 골목 저쪽에서 걸어오고 있었다. 어둠이 걷힌 새벽빛을 받으며 선명히 드러난 사람은 환경 미화원이었다. 환경 미화원은 조심스럽게 다가오면서 호기심어린 눈빛으로 그들을 살펴보았다. 그들 곁으로 다가와서 시체와 남자를 번갈아가며 쳐다보더니 남자를 주의 깊게 살펴보았다. 환경미화원은 남자에게서 눈을 떼지 않으며 골목어귀로 달아났다. 그들은 환경미화원이 사라진 골목 어귀에서 시선을 돌려 새벽빛에 완연히 드러난 시체의 크게 뜬 두 눈을 보았다. 위험에서 벗어나려고 했던 그들은 죽음은 안전한가에 대한 물음을 스스로에게 던졌다. 돈과 명예와 배신이 삶에 있어 얼마만큼 중요한 것인가. 자신의 목숨과 바꿔야 할 만큼 가치가 있는 것인지 의문을 품기 시작했다.
   “자살은 욕심이었어요. 위험에서 벗어나려고 하는 욕심 말이에요….”
   새벽빛에 드러난 시체의 참혹한 모습을 보며 그가 말했다. 자동차에 치여 두 번째 죽임을 당해 바퀴에 짓이겨진 복부와 쇠붙이에 살점이 떨어진 가슴과 얼굴은 도저히 사람의 것이라고 생각할 수 없을 만큼 끔찍했다.
   “돌이킬 수 없어요. 모든 것은 끝났습니다.”
   남자는 사장을 죽였던 순간을 떠올리며 말했다. 새벽 공기가 차갑게 그들의 가슴을 파고들었다. 남자는 죽음의 공포와 삶의 공포를 저울질했다. 저울은 어느 쪽으로도 기울지 않았다.
   시체의 참혹한 모습을 지켜보던 여자는 어쩌면 슬픔과 아픔을 느끼는 감각마저 행복의 또 다른 모습이 아닐까 생각했다. 새벽의 고요를 흔들며 구급차가 경보음을 울리고 골목길에 들어섰다. 남자는 구급차를 보더니 당황하여 반대편으로 도망치기 시작했다. 남자가 반대편 골목길을 막 돌아서려는데 경찰차가 골목길을 막으며 멈춰 섰다. 남자는 다시 구급차가 있는 곳으로 뛰었지만 뒤따라온 경찰에게 체포되고 말았다. 경찰이 남자의 두 팔을 뒤로 잡고 수갑을 채우는 순간 남자는 저항했지만 경찰의 노련한 손놀림에 곧바로 제압당했다.
   응급 구조원은 길바닥에 쏟아진 장기를 수습하고 시체를 들것에 올려 구급차에 실었다. 구급차는 차문을 닫고 경보음을 울리며 급하게 골목길을 빠져나갔다. 시체가 있던 자리는 검은 피가 흥건히 고여 있었고 차에 치일 때 튀었던 피는 바닥과 담벼락을 붉게 물들여 놓았다. 남자를 차에 태운 경찰이 그들에게 다가왔다. 경찰은 어떻게 된 일인지 물었고, 그들은 자살하려 했다는 말은 입 밖에 내지 않았다. 밤길을 걷는데 시체가 있었고 우리는 옆에 서 있었을 뿐이라고 여자가 말했다. 경찰은 신분증을 확인하고 연락처를 받아 적었다.
   “저분과 어떤 관계입니까?”
   경찰은 차에 타고 있는 남자를 가리키며 물었다.
   “죽은 남자를 동시에 보았을 뿐입니다.”
   그는 경찰의 질문이 흥미 없다는 듯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경찰은 뭔가 열심히 메모지에 적었다. 차에 탄 남자는 차창으로 여자를 보고 있었다. 여자를 보는 남자의 눈이 젖어있었다.
   “연락드리면 협조 부탁합니다.”
   경찰은 메모장을 덮고 남자가 타고 있는 경찰차를 향해 걸어갔다. 경찰차가 떠나고 그와 여자만 남은 골목에는 바닥에 흥건한 피와 사방으로 튕긴 핏자국만이 간밤의 끔찍함을 말해주고 있다.
   “저 분 어떻게 되는 걸까요?”
   여자는 근심 어린 목소리로 물었다.
   “죗값 받겠지요.”
   그는 바닥에 고여 있는 핏물을 보며 주머니 속의 열쇠를 꺼냈다. 열쇠는 일곱 개의 크고 작은 홈이 톱니바퀴 모양으로 되어있었다. 그는 열쇠 손잡이를 잡고 톱니바퀴 모양을 엄지손가락으로 쓰다듬었다. 까칠한 느낌이 손가락에 전해졌다. 어쩌면 살아내는 것은 열쇠의 홈처럼 굴곡진 채 까칠한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그는 열쇠를 꼭 잡고 흥건히 고여 있는 핏물을 밟았다. 여자 역시 시체가 누워 있던 곳으로 한발 두발 다가섰다. 그들은 서로 약속이라도 한 듯 핏물을 짓이기고 골목을 빠져나갔다.

 

 

 

김보배  ---------------------------------------------------

   1968년 생, 경희사이버대학교 미디어문예창작학과 재학중. 대구소설.

 

 

 

당선소감

 

   올해처럼 단풍이 아름다웠던 가을도 없었던 것 같습니다. 낙엽 진 거리를 걸어보고 단풍든 가을 산을 둘러보는 여유가 제겐 왜 없었을까요. 어제는 팔공산엘 갔습니다. 늘어선 가로수들이 반갑다며 손 흔드는 것 같아 식은땀이 났습니다. 가을 나뭇잎들이 다양한 색을 빚어내는 게 신통해서 차를 세우고 한참을 보았습니다. 어우러진다는 건 이런 것일까요. 홀로 단풍들어 우뚝 서 있다면 이만큼의 아름다움을 빚어낼 순 없을 겁니다. 글을 쓰는 동안 많은 방황을 했습니다. 어둡고 긴 터널이 언제까지 이어질까. 여기서 헤어나지 못하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에 뜬눈으로 밤을 새운 날도 많았습니다. 이 길이 맞나. 몇 번을 돌아보며 반문하기도 했습니다. 그럴 때마다 제 곁에 있어주신 분들, 대구소설 식구들과 사랑하는 나의 가족, 그리고 힘들 때마다 조용히 들어주고 조언해주는 소중한 동생 박정분과 저를 아시는 모든 분들과 이 기쁨을 함께하고 싶습니다. 부족한 제 글 기회주신 심사위원님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 드리며 더 열심히 하라는 채찍으로 알고 좋은 글을 쓰기 위해 항상 고민하고 노력하는 사람이 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