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작가』 신인상 당선자
박종문 :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심 사 평 기행문과 기행수필의 차이 응모하는 많은 사람이 《여행작가》 신인상 작품으로 제출하면서. 그 글의 성격을 기행문이라는 생각을 하는 것으로 보였다. 기행문은 문예문이 아닌 실용문이다. 그래서 여행을 테마로 하는 문예작품이 되기 위해서는 ‘기행수필’이 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여행중에 인상이 깊었던 사건이나 상황 혹은 감동을 줄 수 있는 모티프를 잡아 그것을 집중적으로 다루어야 할 것이다. 기행수필은 수필의 하나의 영역이며, 장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여행작가가 되기 위해서는 단순한 기행문 수준에 머물러서는 안 되고 문학성을 지녀야 함을 유의해주기를 바란다. 또한, 본지가 신인상 제도를 마련한 것은 여행문학 혹은 기행문학이라는 특별한 장르를 정립하기 위한 것임도 주목해주기 바란다. 수상을 축하하며 정진을 부탁한다. 당 선 소 감
: 박종문은 밀양 출생. 경남고등학교, 서울대학교 농과대학 농화학과 졸업. 세계 제1위의 곡물 메이즈 Cargill에서 최초의 한국인 지사장 역임. 최근 (주)유운트레이딩, (주)지미앤초이스푸드를 잇달아 설립하고 소금, 식품 등의 국내 비즈니스를 개척 중.
박종문의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는 스페인 여행 중 말라가, 미하스, 그라나다를 거쳐, 돈키호테의 배경이 된 푸에르토 라피스, 그리고 헤밍웨이의 <누구를 위하여 종을 울리나>의 배경이 되고 있는 알까따라 다리를 여행하면서 그곳의 풍물을 소개한 수필이다. 이 작품을 신인상 수상작으로 뽑은 이유는 문학적 감성이라기보다는 폭넓은 안목으로 여행담을 전개하는 문장력 때문이다.
심사위원 전규태, 서정환, 유한근, 정선모
《여행작가》에서 당선 통보를 받았다. 놀랍고 기쁘다.
지난 8년간 재미삼아 여행기를 써서 지인들에게 메일로 보내주었는데, 그중 한분이 이곳 신인상 작품 공모에 응모해보라고 권유하였다. 못이기는 척 원고를 보냈는데 오늘 이런 뜻밖의 소식을 전해온 것이다.
2007년 10월, 둘째 딸을 시집보내고 나서, 결혼식에 참석한 친구들에게 고맙다는 답례로 재미삼아 결혼식에 얽힌 에피소드를 써서 보낸 ‘결혼식 후기’가 내가 쓴 최초의 글이다. ‘재미있다’란 친구들의 반응에 고무되기도 했고, 지난 30여 년간 세계 제1의 곡물회사인 카길(Cargill)에 근무하면서 쌓은 다양한 정보를 혼자 가지고 있기에는 너무 아까워 여러 사람들과 공유하여야겠다는 생각으로 곡물 등에 관한 글을 쓰기 시작한 지 8년여가 되었다.
그러다가 차차 범위가 넓어져 어릴 때부터 겪은 일들에 대한 글을 쓰기 시작하였다. 초등학교 3학년 초까지 산 8년간 고향에서의 일들, 초등학교~고교 졸업까지 10년간 부산 시대의 일들, 그리고 서울로 올라와서 산 지난 50여 년 동안 겪은 일들을 이야기 식으로 써서 지인들에게 메일로 보내 주었다. 메일을 받아 본 친구들은 자서전을 쓰느냐고 물었지만, 그냥 재미삼아 지난 일들을 썼을 뿐이다.
외국인 회사에 다닌 덕분에 일찌감치 1980년대 중순부터 토요일도 휴무를 하였으며, 비교적 자유롭게 휴가를 쓸 수 있었다. 해외출장을 갈 때면 출장을 마치는 날, 아내와 함께 한 1주일 휴가를 얻어 출장지 주위의 여행을 즐길 수 있었다. 그래서 자연스레 여행기를 쓸 자료가 충분하였다.
그때는 여행기를 쓰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으니 기록도 남기지 않았다. 유일한 기록이라고는 사진 몇 장과 여권이 전부였다. 그러나 신기하게도 컴퓨터의 자판 앞에만 앉으면 마치 영화를 보듯 몇십 년 전의 일들도 어제 일인 양 생생하게 떠올라 어렵지 않게 여행기를 쓸 수 있었다.
이렇게 쓴 글들이 수필 50여 편에 여행기 50여 편. 책을, 특히 여행기를 출판해 보라는 주위의 권유도 간간히 받았으나, 그게 무슨 출판할만한 수준이 되는가 하고 차일피일 미루었다. 그런데 희한한 인연으로 《여행작가》라는 잡지를 알게 되었고, 이렇게 등단의 영예를 안게 된 것이다.
부족한 글을 선정하여 주신 심사위원들에게 감사드린다. 여행작가가 된 것을 큰 영광으로 알고, 앞으로 더욱 연마하여 좋은 여행 수필을 쓰도록 노력할 것을 다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