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용선생님이 소년문학에서 중국의 괴담을 재미있게 엮어서 여러분들에게 전해드리고 있습니다.
신선이 된다면 여러분들은 어떤 일을 하고 싶으신지... 상상력을 마음껏 펼쳐보세요....
신선 이야기
제1화, 신선과 열 명의 젊은이
있었다.
그들은 차례를 정해놓고 한 달에 몇 번씩 돌아가며 모여 놀았다.
이번에 갑의 집에서 모였으면 다음번에는 을의 집에서 모여 맛
있는 음식을 먹으며 온종일 재미있게 놀곤 하였다.
유양에 무덥고 긴 여름이 지나가고 가을이 오면 며칠간 단풍이
붉게 타고 연이어 우박이 내린다. 그런데 근처에 있는 높은 화산
(華山)에 눈이 하얗게 몇 번 쌓인 뒤에야 마을에도 눈이 쌓이게
되는데 어느 날, 갑자기 날씨가 살을 에듯 추웠다.
그날 밤, 열 명의 친구는 그 중 어느 한 집에서 활활 타오르는
화로를 가운데 놓고 둘러앉아서 즐겁게 웃고 떠들면서 놀고 있었
다. 그때 밖에서 누군가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계시오?”
‘이렇게 추운 밤에 누가 왔지? 아무도 우리를 찾을 일이 없는
데…….’
모두 이상하게 생각하며 문을 열고 나가 보니 누더기 옷을 입고,
얼굴은 더부룩한 수염에 파묻혀 있는 여윌 대로 여윈 노인이 서
있었다.
“누구를 찾으시죠? 이렇게 추운 밤에…….”
그런데 노인은 대답도 하지 않고 터벅터벅 방안으로 들어오는
것이 아닌가.
만약 보통 사람이 허락도 없이 남의 방에 들어온다면 야단을 쳐
서 내쫓았을 것이다. 그러나 마음씨가 착한 열 명의 젊은이들은
추워서 떨고 있는 노인을 불쌍하게 생각하고 화로 옆에 앉혔다.
그리고 함께 음식을 먹었다. 모두 술기운이 돌아 기분이 좋을 때
갑자기 그 노인이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그날 밤은 모두 취하기도 했고 또 특별한 손님이 아니었기에 노
인에 대해 별 관심 없이 잊어 버렸다. 그러나 그 뒤에도 이들이
모여 앉으면 어느새 나타났는지 그 노인이 여럿의 틈에 자리를 잡
고 앉아 있는 것이었다.
어느 날, 노인이 말했다.
“나는 나이도 많고 힘이 없어 일도 못하여 하루하루 살아가기
어려운 처지입니다. 다행히 여러분들 틈에 끼어 어울리게 되었는
데 헤아려 보니 벌써 열 번 이상 대접을 받은 것 같습니다. 그러나
여러분은 이 추한 늙은이를 한 번도 싫은 얼굴을 하지 않고 대해
주었습니다. 이제 그 은혜를 갚기 위해 여러분을 내 집에 한번 모
실까 하는데 어떻습니까?”
열 명의 친구들은 그 말을 듣고 좀 이상하게 생각했지만 그래도
모처럼 청하는 것을 무시할 수도 없어 날짜를 약속했다.
약속한 그날이 왔다. 열 명의 친구들이 한자리에 모여 기다리고
있는데 그 노인이 즐거운 얼굴로 나타났다.
노인은 그들을 데리고 어딘가로 갔다.
한 사오십 리쯤 걸어갔는데도 조금도 피로하거나 다리가 아프지
않았다.
얼마나 걸었을까. 고개를 들어보니 맞은편 언덕 위에 조그만 초
가가 한 채 있었다. 부근에는 풀이 무성하여 집을 거의 덮고 있었
다.
“자, 어서 와요. 여기가 내가 사는 집입니다.”
풀을 헤치고 들어가서야 겨우 문이 보였다.
덧없이 빠른 가을 해는 어느새 저물어서 사방이 어둑어둑해 왔
다. 열 명의 친구들은 노인을 따라 집 안으로 들어갔다. 아무도
없는 것처럼 보이던 그 집에는 칠팔 명의 거지들이 이글이글 타는
화롯가에 앉아 있었다. 그들은 노인이 들어오자 벌떡 일어서서 공
손히 절을 하고 분부를 기다렸다.
“자, 우리 집에 귀한 손님들이 오셨다. 먼저 방을 깨끗이 청소하
고 부서진 탁자라도 고쳐서 놓아라. 그리고 정성껏 음식을 차려
오너라.”
열 명의 친구들이 탁자 주위에 둥그렇게 둘러앉자 김이 모락모
락 나는 것을 큰 접시에 담아서 내왔다. 그것은 겨우 열 살쯤 된
아이를 삶은 것같이 보였다. 살은 너무나 부풀어 귀와 눈 손발들이
절반쯤은 떨어져 있었다.
“아니, 저건 아이가…….”
열 사람의 놀라움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노인이 웃으며 말했
다.
“초청을 했습니다만 마땅히 대접해 드릴 것이 없습니다. 자, 사
양 마시고 많이들 드십시오.”
그런데 누구 한 사람 그것을 먹으려고 손을 내미는 사람이 없었
다. 친구들 중에 한 사람은 화가 나서 그냥 가버렸다.
“초청을 해놓고 아이를 삶아 내놓다니, 저 노인 분명 요괴일 것
이다.”
“허허. 나는 그래도 생각해서 내어놓은 것인데 모두 안 드시는군
요.”
노인은 그것을 아주 맛있게 먹고 있다가 배가 부른지 거지들에
게 가져가라고 했다. 거지들은 아이들이 어머니에게서 과자를 나
누어 받은 것처럼 좋아서 어쩔 줄을 몰랐다.
노인은 고개를 돌리고 있는 사람들에게 말했다.
“여러분께 대접한 음식은 인삼이란 것입니다. 몇백 년 깊은 산속
에서 자란 것인데 그런 인삼은 다시 볼 수 없는 정말 귀한 것이죠.
나는 여러분께 특별히 대접하려고 오늘까지 먹지 않고 기다린 것
인데 아무도 잡수시지 않으니 할 수 없는 일이군요. 이것을 조금이
라도 먹었더라면 여러분도 신선이 되었을 텐데 참으로 유감스런
일입니다.”
노인은 그렇게 말하고 이렇게 중얼거렸다.
“아무리 속인이지만 그렇게 귀한 음식을 먹지 않다니 안타깝지
만 할 수 없는 일이지.”
그제서야 열 명의 친구들은 먹지 않은 것을 후회했다.
노인이 거지들 머리 위로 지팡이를 몇 번 휘두르니 그렇게 추하
고 냄새나던 거지들이 아름다운 소년과 소녀로 변했다. 그들은 노
인을 둘러싸더니 마치 날개라도 돋힌 듯 달이 둥그렇게 떠 있는
하늘을 향하여 둥둥 떠올라 가는 것이었다.
그리고 정신을 차려 보니 초가집도, 노인도 거지도 다 없어지고
열 명의 친구들만 멍하니 그 자리에 앉아 있을 뿐이었다.
제2화, 신선이 된 하인
경조(京兆) 지방에 진안세(陳安世)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집이
몹시 가난하여 권숙본(權叔本)이라는 부잣집에 날품팔이 일을 하
며 살아가고 있었다.
진안세는 인정이 많고 착한 성격이라 길을 걸을 때도 소나 말들
이 놀랄까 봐 조심해 걸었고, 벌레 한 마리라도 잘못하여 밟을까
봐 언제나 아래쪽을 보며 걸었다.
진안세의 주인 권숙본은 신선이 되고 싶어 신선에 관한 연구에
온 정열을 바치고 있었다. 그런데 그때 두 명의 신선이 권숙본의
열성에 감동하여 과연 권숙본이 신선이 될 수 있는지 시험해 보기
로 했다. 그들은 권숙본의 제자로 변하여 따르는 척하면서 여러
가지 시험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권숙본은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언제나 열심히 공부를 했다.
그런데 권숙본이 하고 있는 신선 공부는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
었다. 너무나 힘이 들고 어려워서 그도 차츰 싫증이 나기 시작하였
다.
하루는 권숙본이 집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으려는데 그때 제자로
별한 신선 두 사람이 찾아왔다.
“선생님, 댁에 계시는지요? 잠깐 뵙고자 합니다.”
그때 마침 문간에 서 있던 진안세가 선생님이 안에 계시는데 잠
깐 기다리라고 한 뒤, 권숙본에게 제자들이 찾아왔다고 전했다.
권숙본이 곧 일어서서 그들을 맞으려 나가려 할 때 그의 아내가
말했다.
“아마 배가 고파 왔을 거예요. 그냥 없다고 돌려보내세요.”
권숙본 생각도 그럴 것 같아 진안세에게 제자를 돌려보내라고
일렀다.
그러자 두 사람이 말했다.
“여보시오, 당신의 입으로 선생님이 댁에 계신다고 하지 않았소?
그러더니 이제 와서 안 계신다니 도대체 어찌된 일이오?”
진안세는 할 수 없어 정직하게 대답했다.
“사실은 선생님께서 그렇게 말하라고 하시어 그대로 말씀드린
것뿐입니다.”
두 사람은 그 말을 듣고 오히려 진안세의 정직한 마음씨를 칭찬
했다.
“권숙본은 이만큼이래도 공부를 했는데 아깝게도 요즘 들어 많
이 게을러졌어. 앞으로 조금만 더 하면 신선이 될 수 있는데 말야.”
한 사람이 진안세를 보고 말했다.
“당신은 매우 기특한 사람 같은데 공부를 하여 신선이 되고 싶지
않은가?”
“나도 신선이 되고 싶습니다만 어떻게 하면 됩니까?”
“정말 그럴 생각이 있다면 내일 아침 일찍 도북(道北)에 있는 큰
고목나무 밑으로 오너라.”
두 신선은 그렇게 말하고 가버렸다.
이튿날 아침 일찍, 진안세는 약속한 장소에 가서 두 사람이 오기
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나 해가 중천에 와도 약속한 두 사람은 나타나지 않았다.
해가 기울 때까지 기다려도 오지 않아 진안세는 그들에게 속았다
생각하고 돌아가려고 일어섰다. 그때였다.
“진안세, 왜 이렇게 늦게 왔어?”
깜짝 놀라서 돌아보니 두 신선이 웃으면서 진안세 옆에 서 있었다.
“나는 아침 일찍 와서 두 분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두
분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래? 우리는 너의 뒤에 쭈욱 앉아 있었는데……. 그럼, 한 번
더 약속하자. 내일 아침 일찍 다시 여기로 나와 보아라.”
그들은 이렇게 말하고 또 어디로 가버렸다.
이튿날 아침, 진안세는 전날보다 더 일찍 약속한 곳으로 가 보았
다. 그러나 그 신선들은 역시 나타나지 않았다.
그날도 진안세가 온종일 기다렸다가 땅거미가 질 때 일어나 돌
아가려고 했다.
“진안세, 왜 이렇게 늦게 왔어?”
어제와 같은 소리가 들리면서 진안세 곁에 신선들이 나타났다.
두 신선은 또 내일 아침 일찍 나오라고 말하고는 가버렸다.
그 다음 날 진안세는 더 일찍 약속한 곳으로 가서 그들을 기다
렸다.
역시 전날처럼 저녁때쯤 두 신선이 나타났다.
“너는 오늘부터 아무것도 먹지 말고 밤에 들어앉아 수업을 해야
한다.”
신선은 그렇게 말하고 두 알의 환약을 주고 사라졌다.
진안세는 신선이 시킨 대로 그날부터 신선공부에 들어갔다. 그
는 밖으로 나오지 않고 방안에서 아무것도 먹지 않고 수업을 했다.
그리고 그 신선들은 날마다 진안세의 방에 와서 선술을 가르쳐주
었다.
한편, 진안세의 주인 권숙본은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진안세의 방에는 아무도 없을 터인데 이따금 말소리가 들리는
데 도대체 어찌된 일이지?’
어느 날, 권숙본은 또 진안세의 방에서 말소리가 들려 급히 방안
으로 들어가 보았다.
“너, 지금 누구와 이야기를 하고 있었니?”
“저는 혼자서 중얼거렸을 뿐입니다.”
아무리 살펴보아도 사람은 없었다.
그러나 권숙본은 그 말이 곧이들리지 않았다. 그뿐만 아니라 진
안세가 요즘 아무것도 먹지 않고 물만 마시면서 앉아 있는 모양이
보통 사람같이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그동안 자기가 쌓은 지혜와
덕이 점점 줄어드는 듯했다.
권숙본은 탄식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훌륭한 스승이 없으면 훌륭한 제자도 없는 거야. 나이가 아무리
젊다고 해도 먼저 깨쳤으면 그가 바로 스승인 것이다. 나는 이제부
터 나의 하인인 진안세의 제자가 되어 그에게서 배워야겠다.’
이렇게 결심한 권숙본은 그때부터 아침저녁으로 진안세를 스승
으로 모시고 다시 신선 공부를 시작하였다. 얼마 안 가 진안세는
신선술을 모조리 익혀 신선이 되어 하늘로 올라갔다.
진안세가 하늘에 오를 때에 자기가 배운 신선술을 하나도 빼지
않고 권숙본에게 가르쳐 주어 마침내 권숙본도 학문이 이루어져
훌륭한 신선이 되었다.
선용 선생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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