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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문학 2012년 3월호, 내고장 전설] 전라남도 천관산의 황금 약수 - 김문기

신아미디어 2012. 4. 12. 15:23

전라남도 천관산에 황금 약수가 지금도 나오고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소년문학은 약수와 같은 소중한 글들을 모아서 모든 사람들이 같이 즐길 수 있는 황금그릇이 되기를 바랍니다.

 

 

                  전라남도
    
천관산의 황금 약수


   사람들은 아주 오래전부터 좋은 물을 찾아 헤멨습니다. 좋은 물
이야말로 하늘과 땅이 전해준 가장 귀한 선물이라고 믿었고 우리
의 몸 건강과 정신 건강에 큰 이로움을 주고 있습니다. 그래서 좋
은 물은 약수나 생명수로 통했고 때로는 ‘만병통치약’으로 불리어
지기도 했습니다.
   우리나라는 각 지역마다 이름이 난 물이 있습니다. 그 중에, 전
라남도 남쪽 지역에 위치한 장흥군에 가면 해발 723미터의 천관산
이 있고 그 산 중턱에 석굴이 하나 있습니다. 사람들은 그 석굴을
‘금수굴’이라고 부릅니다.
   석굴 입구는 비좁아서 겨우 사람 하나 들어갈 정도이지만, 바위
틈에서 샘물이 솟아 잔잔하게 연못을 이루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곳의 샘물은 영험이 있고 신묘한 약수라 하여 지금도 많은 사람들
이 몰려들고 있습니다.
   그 아래에 사는 방촌마을 사람들은 ‘금수굴의 황금약수를 마신
덕택에 우리 마을엔 병든 사람이 없다.’고 자랑을 하곤 합니다.
   “어허, 우리가 여기서 살게 된 것은 참 복받은 것이지.”
   금수굴의 작은 연못이 어떠하길래 그런 말들을 할까요?
   그 물은 묘한 변화를 보여 참 신기하답니다. 오전 열 시부터 연
못의 물은 여러 줄기의 노란 물기둥이 되어 솟구치기 시작하여 정
오부터는 물이 황금색으로 변한답니다. 그 때문에 사람들은 너도
나도 차례로 물을 떠서 마시고는 가지고 온 그릇과 병에 담아 집으
로 가져간답니다.
   그런데 또 신기한 일이 있어요. 검은 그릇이나 흰 그릇이나 갈색
병이나 상관없어요. 그저 아무 그릇에나 그 물을 담아도 노오란
황금색의 약수가 된답니다. 하지만 그 신기한 시간은 잠시, 어느
사이에 다시 보통 물로 변한답니다. 그리고 오후 두 시가 되면 금
수굴에서 또 다시 황금 약수가 쏟아져나온다는데…….
   여기에 관한 일화가 있어요.
   옛날에, 서울에 사는 돈 많은 부자가 나쁜 병을 앓고 있었습니
다. 그동안 별별 좋은 약을 다 써도 낫지를 않아 죽는 날만 기다리
고 있었지요.
   그런데 어느 날, 부자는 장흥군 관산읍 천관산의 황금약수를 소
문으로 알게 되었습니다.
   부자는 아들에게 말했습니다.
   “아들아, 내 소원이니 저 남쪽 땅 천관산의 황금약수를 한번 마
셔보고 싶구나.”
   “네, 그리로 모시고 가겠습니다.”
   아들은 가마를 만들고 가마 안에다 푹신한 이불을 깔았습니다.
거기에 아버지를 편히 눕게 해드리고는 천관산을 향해 떠났습니다.
   수십 일이 걸리는 먼 길이었어요. 천신만고 끝에, 이윽고 부자는
금수굴에 도착했습니다.
   “어디 보자. 이 귀한 물을 나도 마셔보자꾸나.”
   부자는 황금약수를 떠서 벌컥벌컥 마셨습니다. 그러자 금세 부
자의 병은 씻은 듯이 사라졌고 건강이 회복되었습니다. 당장에 걸
을 수 있게 되었다고 합니다.
   “어허, 이렇게 은혜로운 물이 있나! 내 병이 씻은 듯이 낫다니!”
   “아버지, 정말 신기한 일입니다.”
   “그래. 내가 이대로 갈 수가 없구나. 너는 어서 그릇을 만들어
와라.”
   “그릇은 여기에도 있잖습니까.”
   “아니다. 이렇게 은혜로운 황금약수를 떠마시려면 황금으로 만
든 그릇이 어울리지 않겠느냐. 그러니 너는 어서 황금으로 된 어여
쁜 그릇을 만들어 와라.”
   “네, 아버지.”
   그리하여 부자는 황금 그릇을 만들어 금수굴에 고이 두고는 서
울로 떠났습니다.
   그 후로 금수굴은 더욱 유명해졌어요. 황금 그릇으로 황금약수
를 마시는 것 때문인데 여기저기서 사람들이 몰려들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이었습니다. 그날도 수백 명의 사람들이 모여 황
금약수를 마시고 또 집으로 담아갔습니다.
   이윽고 맨 나중에 서 있던 어느 여자의 차례가 되었어요. 여자는
아주 욕심이 많고 못된 성격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사람들이 모두 산을 내려갔네. 좋은 기회야.’
   여자는 물을 떠서 마시고는 주위를 돌아보았습니다.
   ‘정말 아무도 보지 않을 거야.’
   주변에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한 여자는 그 황금 그릇을 치마폭
에 감추었습니다. 그리고는 정말 누가 볼세라 천관산을 내려가 어
딘가로 사라져버렸습니다.
   이튿날 사람들은 다시 금수굴 연못으로 모여들었습니다.
   “어, 참 이상하네!”
   “글쎄 말야. 열 시가 되어도 연못에서 물기둥이 솟지 않네. 이런
일은 없었는데;”
   사람들은 애타게 기다렸습니다. 하지만 열두 시가 되어도 물은
황금색으로 변하지 않았습니다.
   “그러고 보니 황금 그릇이 없지 않은가!”
   “허, 정말이네! 누가 욕심을 부려 그걸 훔쳐간 모양이야. 괘씸
한…….”
   정말 괘씸한 노릇이었습니다.
   “그 몹쓸 사람 때문에 천관산 산신령이 노하셨을 거야. 그래서
이젠 금수굴의 황금약수를 마실 수 없게 된 거야.”
   한탄을 해도 소용없었습니다. 천관산 금수굴의 황금약수는 영영
솟지 않았으며, 한 여자의 욕심 때문에 아름답고 영험 있던 황금약
수가 사라져버렸습니다.
   지금도 천관산 금수굴에 가면 약간의 물이 고여 있습니다. 물은
동쪽을 향하고 있어 아침 햇살을 받을 때면 참 아름다운 물빛을
보여줍니다. 그나마 다행이라 할 수 있겠지요. 그런데 금수굴 약수
를 마시다 보면 알겠지만, 인간의 욕심이 얼마나 어리석은지 깨닫
게 됩니다.

 


김문기 선생님 -----------------------------------------------
∙ ≪동아일보≫ 신춘문예 동시 부문 당선, ≪중앙일보≫ 연말 시조 지상백일장 장원,

  ≪전남일보≫ 신춘문예 희곡 부문 당선.

∙ 저서 : 동시집 ≪산을 돌아 고추밭 옆에≫ 외, 동화책 ≪종로 3가에 뜨는 별≫ 외,
           어린이 교양자료 ≪컴퓨터 황제 소년 빌 게이츠≫ 외,
           기획 시리즈물 ≪교원출판사 철학동화 시리즈 1권≫ 외 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