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상기님의 시 2편을 소개합니다. 몸에 좋은 수액을 가득담은 시를 통해 이 시를 읽으시는
모든분들이 기쁨을 누리시기를 바랍니다.
고로쇠나무 외 1편
꽃샘바람에
김칫독이 깨지는 날에
고로쇠나무 수액을
마신다
나무에 구멍 내
물을
빼 마시다니
그러나
고로쇠나무는
물을
빼주어야 한다
봄이 올 무렵에
물을
빼주어야만
여름 벼락을 견디고
장마를 견딘다
물을 잔뜩 품고 있는 나무는
빠개지는 것이다
버려야만 비워야만
튼튼하게 산다
고로쇠나무
담배꽁초
버스스톱
시멘트 블록 위에
너는 죽은 누에처럼 널려 있다
한때 사랑받았지만
무심한 발밑에 짓밟히고 있다
사랑할 적
너의 가슴에 남은
그리움이나 한숨을
구름과자 만들어
하늘에 피워 올리고
작은 불씨의 따뜻함을 사랑하는
출근길의 회사원도
등굣길의 대학생도
짧은 시간
너에게 간절한
입맞춤을 하고는
황급히 버스에 올라
일상의 매연 속으로 사라진다
강 상 기 --------------------------------------------------------
1966년 종합월간 ?세대?, 1971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저서 : 시집 ?이색풍토?, ?철새들도 집을 짓는다?,
산문집 ?빗속에는 햇빛이 숨어있다?, ?자신을 흔들어라?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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