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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과 비평 2012년 3월호, 사색의 창] 걱정하지 마라 - 김재훈

신아미디어 2012. 3. 19. 09:00

"Don't worry, Be happy" 《수필과 비평》에 수록된 김재훈님의 고민으로 부터 행복을......

 

걱정하지 마라


   미래에 대하여 걱정하는 동물은 사람뿐인 듯하다. 철새들이나 아프리
카 사바나 초원지대에 사는 동물들의 대이동을 보면 그들도 앞날을 생
각하고 있긴 하지만 사람처럼 그리 걱정하지는 않을 것이다.
   인간의 삶이란 고뇌의 연속이라고 말하는 철학자도 있다. 오죽하면
사서 걱정을 한다는 말까지 있을까. 그만큼 인간의 삶은 복잡다단하다
는 말일 것이다.
   바람까지 부는 몹시 추운 날이었다. 일이 있어 시내에 나갔는데 어느
빌딩 쇼윈도에 크리스마스트리 장식이 보였다. 12월이 지난 지가 달포
가 다 돼 가는데 웬 크리스마스트리야? 하며 그냥 지나치려니 거기에
쓰인 빨간색의 글자 ‘Don’t Worry, Be Happy’가 눈길을 붙잡았다.
   걱정하지 말고 기쁘게 살라고? 그냥 하는 말이지 세상일이 온통 걱정
거리인데 그게 가당키나 한 말이냐? 가수 바비 맥페린(Bobby McFerrin)
이 불러 대히트한 노래 제목이기도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노래일
뿐, 실제 세상살이는 걱정투성이라며 추위를 피해 얼른 지하철 안으로
들어갔다.
   전철 안은 출퇴근 시간대가 아니라서인지 한가했다. 자리에 앉아 눈
을 감고 안온함을 즐기려는데 아까 본 그 글자들이 눈앞에 또 나타났다.
얼마 전에 읽은 책의 내용도 생각났다. 저자인 큰스님은 불성佛性을 이
야기하며 ‘걱정하지 마라. 주인공에게 맡겨버려라.’라고 했다. 참 나眞我,
나의 본원자리에 맡기라는 뜻이다.
   요즘 들어 걱정거리가 생겼다. 정년으로 직장을 떠났기에 이제는 좀
편한 마음으로 살겠다는 생각이었는데 예정에 없던 원불교서울문인회
의 회장직을 떠맡게 되었다. 창립한 지는 꽤 되는데도 틀은 아직 완전하
게 잡히지 않아 일단 맡았으면 잘 해보리라는 생각으로 걱정이 많다.
게다가 회원 수는 백여 명이나 된다.
   이래저래 마음이 무겁다. 컴퓨터를 켜고 앉아 글을 써볼까 해도 커서
만 깜빡깜빡할 뿐 글의 실마리가 잘 풀리지 않는다. 기한까지 써서 보내
야 할 원고가 또한 걱정이다. 그뿐인가. 생각하면 삶에서 오는 여러 일이
연 걸리 듯 걸려있다. 그런데 걱정하지 말고 그냥 기쁘게 살라고? 스님
이 하는 말은 또 무엇인가.
   돌아가는 팽이를 보면 여유가 하나도 없다. 재빠르게 질주하는 자전
거를 봐도 그렇다. 사고의 몰입상태, 나도 지금 그 속에 있는 걸까?
   그래, 과감하게 생각을 놓자. 쓰러질만하면 그때 가서 또 치고 페달을
밟으면 되는 거다. 친구를 만나 영화도 보고 산에도 가자. 때가 되면
일이 풀리겠지. 글도 원고제출기한만 마음속 한 자리에 기억해두고 생
각이 잡히면 쓰고 그렇지 않으면 어쩔 수 없는 거다 하고 편하게 마음먹
는다.
   강박관념에서 벗어나니 마음이 곧 편안해진다. 세상 일이 여유로워진
다. 아침이면 햇살 스미는 창가에서 그윽한 커피 향을 즐기고 저녁이면
동산에 올라 붉게 타는 노을을 바라보리라.
   생각을 바꾸고 보니 세상 곳곳이 이 순간 보석처럼 빛나고 있음을 본
다. 세상이 온통 은혜와 감사의 덩어리다.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라고 말한 철학자가 있지만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하지 않는다.’라는 말도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에 사로잡혀
있는 동안에는 진정한 본래의 나 자신과는 멀리 떨어져 있을 것이기에.
   사람들은 미래에 대하여 필요 이상의 걱정을 하며 살아가는 것은 아
닐까. 붓다는 삶이란 오직 지금 이 순간, 현재라는 ‘찰나’의 시간 속에서
만 존재한다고 가르쳤다. 과거는 이미 지나가 버렸고 미래는 아직 오지
않았는데 사람들은 미래를 걱정하기에 여념이 없다.
   걱정은 꼬리에 꼬리를 무는 속성이 있다. 생각하면 걱정거리 아닌 것
이 무엇 있으랴. 법문은 삶을 무심無心으로 대하다 보면 지혜가 나와 일
을 당해도 아무 걱정 없이 처리하게 된다고 한다. 무심이 품고 있는 큰
바다가 지혜의 손을 달고 살아가게 하는 슬기를 준다는 것이다.
   평소 선을 통해 비우는 공부를 열심히 하다 보면 정력定力이 쌓이고
옳게 생각하게 되고 행하는 일도 잘 된다는 말일 게다. 검은 구름이 걷혀
버려야 밝은 달이 솟아나서 삼라만상을 비추듯이….
   지금 또 한 해의 출발점에 섰다. 내가 내게 이르노니 “Don’t worry, Be
happy.”


 

 

김재훈  -------------------------------------------------------
2004년 ≪수필과비평≫ 등단.
수필집: ≪내 마음의 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