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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과 비평 2012년 3월호, 신인상 수상작] 곶감 - 신동학

신아미디어 2012. 3. 12. 10:00

수필과 비평 신인상 수상작을 소개합니다. 곶감이 이렇게 달 수가 없네요.....

 

곶감

   추석을 며칠 앞두고 택배 한 상자가 왔다. 조금 두꺼운 책 크기로 상자
라기보다는 갑匣에 가까웠다. 무엇인가 궁금해 하며 보다가 깜짝 놀랐
다. 보낸 사람이 다름 아닌 열흘 전쯤 군대 간 아들이었기 때문이다.
   신병교육 중인 아들이 보냈을 리는 없고, 요즘 군대 좋아졌다더니 명
절이라고 군에서 선물까지 보내는구나 생각하며 뜯어보니 상주 곶감이
다. 굵은 밤보다 조금 큰 정도의 곶감치고는 작은 씨알로 30개 남짓 들어
있다. 시설이 아직 생기지 않은 말가면서도 조금 붉은 빛깔을 띤 반 건조
곶감이다. 쫀득쫀득하게 씹히는 곶감에서 나오는 달곰삼삼하면서도 얕
은 떫은맛이 입 안을 가득 채운다. 그 속에 아들이 군에 가기 전 일들이
떠오른다.
   아들은 입대일이 가까워져도 조바심을 내지도 않았고, 군 생활에 대
한 걱정이나 내색을 하지 않는 등 평소와 별로 다르지 않았다. 기분이
어떠냐고 물어도 아무렇지도 않단다. 오히려 언제 가도 가는 군대인데
걱정하지 말라며 부모를 안심시키곤 했다. 평소 보고 싶었다던 K리그를
보러 친구들과 대전, 수원을 다닌 게 다였다. 입대 전날 머리를 거의
박박 밀고 와서도 너무 짧게 깎지 않았냐는 둥, 아빠 닮아 이마가 넓다는
둥 너스레를 떨던 녀석이다. 녀석 속마음이야 오죽 했으련만 내색 않는
게 대견하기도 하고 한편으론 측은하기도 했다.
   춘천 102보충대에서 입영식이 진행될 때도 씩씩하던 녀석이 행사가 끝
날 무렵 메모지 한 장을 슬며시 건넸다. 미니홈피 아이디와 비밀번호라며
신병교육대 주소 올려놓고 친구, 선후배들이 편지 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것이다. 네가 군대 가기는 가는구나 하는 생각에 코끝이 찡했다.
   아들의 입대는 장인어른에게 큰 효도였다. 올해로 일흔아홉인 장인은
슬하에 1남 4녀를 두었는데 아들과 사위 넷이 모두 군대를 못 갔다. 이
사실을 아는 친구나 친인척들이 이런 얘기를 할 때면 은근히 부아가 나
셨다고 한다. 한국전쟁 때 복무한 장인어른의 자존심이 상할 만도 하다.
이런 참에 녀석의 입대로 어느 정도 체면이 섰으니 효도임에 틀림없는
일이다. 장인은 이제야 우리 집안에 제대로 된 사내가 나왔다고 대견해
했다. 아내도 네가 아빠보다 낫다며 맞장구를 친다.
   그렇게 간 아들 이름으로 곶감이 온 것이다. 곶감은 군에서 보낸 게
아니었다. 이튿날 아들한테서 전화가 왔다. 월급에서 공제키로 하고 사
보낸 것인데 잘 받았느냐는 것이다. 아직 한 번도 타보지도 않은 월급의
반이 들어갔단다. 입대할 때 입고 간 옷이 돌아왔을 때 동봉된 편지를
보고도 아들이 기특하다며 웃던 아내도 전화를 받고는 눈시울이 붉어진
다. 군에서 고생하는 아들에게 해줄 수 있는 게 없어 그저 애만 타는
게 엄마들 마음일 텐데 오히려 아들한테 선물을 받았으니 그 심정이 오
죽했을까?
   아내는 곶감보다도 건강하게 잘 지낸다는 아들의 전화를 더 큰 선물
로 여기는 것 같았다. 그리곤 더 이상 곶감을 먹지 못하게 했다. 추석
때 친정 식구들이 모이기로 했으니 그때 같이 먹어야 한다는 게 이유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처가 집안에서 처음으로 군대에 보낸 그 아들이 명
절선물로 보낸 곶감이라고 자랑할 심산이 틀림없었다. 결국 남은 곶감
은 장인 외에는 군에 가보지 못한 사람끼리 모여서 먹었다.
   아들은 왜 곶감을 보냈을까? 명절 때 보통 많이 찾는 한과나 건강식품
도 있고, 아빠가 술을 좋아하는 걸 생각했다면 술을 보낼 수도 있었을
텐데. 곶감을 보니 집 생각이 새삼 떠올라서였을까?
   감나무에 주렁주렁 매달린 노란 감을 보면 너 나 할 것 없이 가을의
정취와 고향을 떠올리곤 한다. 아들 녀석도 선물 목록에 있는 곶감을
보고 동네 어귀에 있는 감나무가 떠올라 선뜻 택했을까? 아니면 부모와
고향이 그리울 때마다 동네 감나무를 떠올리며 훈련에 지친 고된 몸을
달래던 차라 그랬을지도 모를 일이다.
   곶감은 덜 익은 생감의 껍질을 깎고, 대꼬챙이나 싸리 꼬챙이에 꿰어
바람에 말려 만든다. 응달과 양지를 번갈아가며 말린 후 꼭지를 따고
손질을 한 뒤 모양을 잡으면 곶감이 된다. 떫은맛은 온데간데없고 달근
하고 쫀득쫀득한 맛이 우는 아이를 멈추게 하고, 호랑이도 도망치게 한
다. 감이 환골탈태해서 다시 태어난 격이다. 아들 녀석도 군대생활을
떫은 감이 살을 깎이고 찬바람에 에이는 고통을 감내하는 과정을 거쳐
달콤한 곶감으로 다시 태어나는 것처럼, 감이 곶감으로 되는 기간쯤으
로 생각하고 보냈으면 하고 은근히 기대도 해본다.
   예전에는 그저 가을이나 고향 정취를 느끼게 하는 데 지나지 않았던
상당산성 한옥마을 입구에 주렁주렁 달려있는 감이 올해 따라 예사롭지
가 않다. 저 감들이 곶감이 될지 아니면 그냥 땅에 떨어져 한 줌의 흙이
될지 궁금하기만 하다. 아들이 보낸 곶감 때문인가 보다. 기왕이면 모두
맛있는 곶감이 되었으면 좋겠다. 아들이 누구나 빼먹고 싶어 하는 곶감
같이 달콤하고 사랑받는 청년이 되어 돌아왔으면 하듯이.

 

 

 

신인상 수상작가의 수상소감 ------------------------------------

   제 글을 읽은 어느 분이 수필은 무언가 가슴에 와 닿는 따뜻함이 묻어
나야 하는데 그게 없다고 하더군요. 직업적인 글만 써오면서 몸에 밴
습관이 그대로 드러난다고도 하셨습니다. 그 한마디가 글을 쓸 때마다
저를 일깨우곤 했습니다. 따뜻함은 미사여구만 갖다 붙인다고 되는 게
아니라 안으로 다져진 수양에서 자연스럽게 스며나오는 법인데 아직도
턱없이 부족합니다. 그럼에도 뽑아주신 것은 더 수양하란 뜻이라고 생
각합니다. 작가의 세계에 들어간다는 가슴 벅참과 과연 얼마나 감동을
주는 글을 쓸 수 있을까 하는 걱정도 가득합니다.
   수필의 세계로 이끌고 지도해 주신 교수님과, 함께 공부하며 조언을
해주신 수필반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고마움을 드리며 더 좋은 글로 보
답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