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지 욕심이 사라지고 마음이 편하고 머리가 맑고 기억력이 또렷해졌다. 뒷목, 팔, 고관절, 종아리도 아프지 않는 것을 보면 욕심이 병이라고 느껴진다. 뒤돌아 보니 많은 통증에 시달린 것은 내 마음의 욕심 탓이었다. 조금씩 나도 모르게 마음을 비우고 있는 것이다. 화가 나도 혼자서 끙끙거리며 앓았다. 잠을 자지 못할 정도로 생각을 수없이 했다. 그런 내가 변하고 있다. 모든 것을 버리기로 했다. 사후에는 내 몸을 의대에 실험용으로 기증하기로 했다. 마음도 몸도 참으로 편하다."
욕심이 병이 되어 - 이금희
작년 2월초에 급한 일이 있어서 뛰어가다가 발목을 삐었다. 며칠 지나면 나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아파도 참고 견뎠으나 낫기는커녕 더 아파서 병원에 갔다. 인대가 늘어났으니 깁스를 하라고 했지만, 나는 의사의 말도 듣지 않고 그냥 버티었다. 시간이 지나면 나을 것이라는 날의 예상을 보기좋게 빗나가고 결국 걷는 것조차 힘이 들어 지난번보다 고생은 더 많이 했다.
발목 때문에 운동을 하지 못하고 집에서 그림을 그리며 있는데, 어찌된 일인지 이제는 발목뿐 아니라 뒷목 줄기와 등까지 아파서 걷기가 힘들고, 때론 숨이 막히는 가슴통증도 있었다. 나날이 아픈 곳은 늘어갔다. 병원에서 검사를 받으면, 뼈고 근육이고 모두가 정상이라고 했다.
의자에 장시간 앉았다 일어나면, 고관절이 너무 아파서 한 발도 움직일 수가 없었고, 조깅할 때 팔을 구부리고 걸으면 펴지 못했고, 펴면 구부리지 못했다. 뒷목이 당기고 무거워 목을 뒤로 젖히고 걸었는데, 걸으면 발목만 아프고 다리는 걸을수록 이상하게 전혀 아프지 않았다.
내 기억에 크게 다친 일은 1999년 이른 아침었던 것 같다. 딸아이가 재수할 때 학원에 데려다주려고 가는데, 물걸레로 청소를 한 바닥에 살얼음이 언 줄 모르고 걷다가 미끄러진 일이 있다. 그때 엉덩방아를 찧었는데, 통증으로 숨이 막혀 말을 할 수가 없었다. 괜찮냐고 묻는 경비아저씨에게 너무 아파 말이 나오지 않아 짜증을 내었다. 왼손 바닥과 오른쪽 무릎이 집에 와서 보니 시퍼렇게 피멍이 들어 있었다. 그런데도 병원에 가지 않고 연습장에 가서 공을 치고 놀다가 왔다.
그 후 어느 날 아침에 부엌바닥에 앉아 정리하는데 허리가 뜨끔하더니 아파서 꼼짝도 못했다. 딸이 출근 전이라 같이 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았는데 근육이 놀랐다며, 근육이완제를 처방해주며 물리치료를 받으라고 했다. 주사와 물리치료 후 멀쩡하게 걸어서 혼자 집에 왔다. 허리는 몇 년 전까지도 가끔 아팠지만 근육이완제와 물리치료 후 아픈 일은 없었다.
그러다가 허리가 나은 지 4년이 되던 지난해에 이유 없는 통증에 시달려 마음 고생을 많이 했고, 종합병원에서 검사도 받았다. 암 검사도 처음 받아 보았다. 그런 내가 일어나지도 못할 정도로 뒷목과 팔, 고관절, 종아리가 아팠다.
다들 나의 뒷목, 팔 특히 고관절, 종아리 아픈 것 때문에 걱정이라며 온갖 방법을 알려 주었다. 그러나 나는 곰곰이 생각하다가 걷기로 했다. 차는 주차장에 두고 사용하지 않았다. 조금 멀리 갈 일이 있을 때는 갈 때는 버스를 타고 올 때는 걸어서 왔다. 내가 사는 곳에서 윤동주 문학관까지 걷고, 틈틈이 청와대 사랑채까지 왕복하고 북한산 둘레길은 가끔 걸었다. 걸으면 좋다더니 이유 없이 심하게 아프던 고관절과 종아리, 목, 어깨, 팔의 통증도 없어졌다. 3개월 정도 열심히 걸었다.
바쁘게 악착같은 마음으로 사는 것이 화근이었나 보다. 3개월 정도 열심히 걸으면서 세월 따라 천천히 노력하며 살기로 했다.
요즘 들어 욕심을 버린 만큼 내 모습도 마음도 모두가 변하고 있는 것을 느끼곤 한다. 깜빡거리던 정신도, 찡그렸던 눈도 돋보기 없이 신문이나 책을 볼 수 있다. 국도 생선도 태우지 않고 빈 압력솥도 불에 올리지 않는다. 짝짝이 신발도 신지 않는다. 20년 가까이 허겁지겁 연습하고 또 했지만 75타는 깨지도 못하고 홀인원도 못 해 봤다. 홀인원 유혹과 욕심에서 겨우 빠져나와 골프는 하지 않는다.
욕심에서 벗어나 모든 일을 반으로 줄였고 걷기는 열심히 하고 있다. 모자도 쓰지 않고 햇볕을 많이 쪼인다. 틈틈이 발코니에 나가 볕이 잘 들어오게 창문을 열고 화초들과 이야기한다. 행운목 꽃대가 세 송이 올라오고 있고, 두 화분 가득 미니호접난이 피어 있는데, 어쩌다 꽃잎이 벌어지는 순간을 보면 ‘아~.’ 한다. 철쭉이 지면 곧 따라 피던 주황색 군자란도 올해는 늦었지만 세 화분 가득 피어 있다.
언제부터인지 욕심이 사라지고 마음이 편하고 머리가 맑고 기억력이 또렷해졌다. 뒷목, 팔, 고관절, 종아리도 아프지 않는 것을 보면 욕심이 병이라고 느껴진다.
뒤돌아 보니 많은 통증에 시달린 것은 내 마음의 욕심 탓이었다. 조금씩 나도 모르게 마음을 비우고 있는 것이다. 화가 나도 혼자서 끙끙거리며 앓았다. 잠을 자지 못할 정도로 생각을 수없이 했다. 그런 내가 변하고 있다. 모든 것을 버리기로 했다. 사후에는 내 몸을 의대에 실험용으로 기증하기로 했다. 마음도 몸도 참으로 편하다.
이금희 -------------------------------------------
≪수필과비평≫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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