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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과비평 2013년 6월호, 지상에서 길찾기] 뜨거운 눈물 - 변양섭

신아미디어 2013. 7. 31. 21:41

"가끔 소리 내어 이야기를 해 본다. “내 사랑 당신, 날 보고 계시지요? 잘 살아가고 있어요.” 아픈 내 마음을 그 사람은 알까? 사랑의 진행은 내가 숨 쉬고 있을 때뿐이라지만 다하지 못한 사랑 그 아쉬움 때문인가 보다. 인간은 혼자 왔다 혼자 가는 것, 함께 갈 수 없음이 당연지사인데 인간은 망각이라는 좋은 선물을 받았기에 망각 곡선을 그어가며 살아간다 하지 않던가, 멀어져 버린 것들은 순간 우리를 우울하게 만든다 했던 안톤 슈낙(Anton Schnack)의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이 생각이 난다. 어쩌면 잊힐까 두려움이 앞서는 것은 아닌지."

 

 

 

 

 

 

  뜨거운 눈물    -  변양섭


   우리는 세상에 태어나면서 울음으로 시작을 한다. 우는 이유를 보면 참으로 많다. 다른 사람을 동정해서 흘리는 눈물이 있는가 하면, 아파서도 기뻐서도 울고, 슬퍼서도 운다. 특히 말 못하는 아기들의 울음은 배가 고팠을 때나 몸이 아팠을 때, 무언가 뜻대로 이루어지지 않았을 때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운다. 너무 행복하고 감격해서 눈물을 흘리기도 하지만 슬플 때 더 많이 울게 된다. 여러 가지 이유로 울고 웃으며 세상을 살아왔다.
   가정의 달 오월이다. 누군가는 계절의 여왕이라고도 한다. 산수화를 펼쳐놓은 듯 멋들어진 산야의 아름다움, 피어난 갖가지 봄꽃들은 나를 아프게 한다.
   오월이 오면 그날의 뜨거운 눈물이 지금 내 볼을 타고 내려오듯이 마음이 아프다. 지천명을 지나 이순을 넘어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넘쳐나는 그리움, 사랑하는 이와 함께할 수 없음이 너무 가슴 아프다. 억겁에 비하면 한낱 찰나에 불과한 인생, 죽음이 두려운 게 아니라 이별이 서러워서 가끔씩 울고 있다. 마음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상하게 하거나 지극히 화가 나게 했을 때나, 마음을 아프게 했을 때 흔히들 이런 말을 한다. ‘내 눈에서 눈물을 나게 하면 네 눈에서는 피눈물을 흘리리라.’ 아니면 ‘너 뜨거운 눈물을 흘려 보아야 정신 차리겠니?’ 누군가에게 하는 이 소리를 나는 지나는 말로만 들어 왔었다. 그 말이 얼마나 사람들 마음을 아프게 하는지, 다른 사람을 배려하지 않고 하는 말인지 우리는 생각해 보아야 할 일이란 생각이 든다.
   뜨거운 눈물은 무엇이며 또 피눈물이란 무엇이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숱하게 많은 눈물을 흘리기도 하며 살아왔다. 가끔 뜨거운 눈물을 생각해 본다. 눈물이 너무 뜨거웠다. 아! 뜨거운 눈물이 바로 이것이구나! 순간 그랬다. 눈물이 양볼을 타고 내려 올 때 난 느낄 수 있었다. 다른 어느 때보다 뜨겁다는 것을…….
   그 후 20년이 지난 지금까지 그렇게 뜨거운 눈물을 흘려 본 적이 없다. 친정어머니, 친정아버님이 돌아가셨을 때, 시아버님께서 돌아가셨을 때도 울음소리는 훨씬 더 컸었던 것 같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눈물은 그렇게 뜨거웠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진정 뜨거운 눈물이란 어떤 것인가? 가끔씩 내 가슴을 흔들어 놓는다. 내가 흘렸던 뜨거운 눈물, 내 볼을 타고 내려오던 그 뜨거운 눈물이 가끔씩 나를 아프게 한다. 진정 뜨거운 눈물이란 이런 것이었구나. 이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사람과의 영원한 이별, 그 이별이 내 가슴으로부터 뜨겁게 흘러 내렸던 것이었다. 어쩌면 내 설움에서 울었던 것은 아니었는지 돌이켜보지만 20여 년이 지난 그날의 울음, 진정 가슴으로부터 울었던 그 울음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그 사랑을 잊을 수가 없어 가끔 하늘을 올려본다. 날 지켜보고 있을 것 같은 사랑하는 사람, 불러도 대답 없고 허공으로 흩어지고 말지만 차마 떠나보내지 못하고 있다. 나의 이 마음을 가끔 소리 내어 이야기를 해 본다. “내 사랑 당신, 날 보고 계시지요? 잘 살아가고 있어요.” 아픈 내 마음을 그 사람은 알까? 사랑의 진행은 내가 숨 쉬고 있을 때뿐이라지만 다하지 못한 사랑 그 아쉬움 때문인가 보다. 인간은 혼자 왔다 혼자 가는 것, 함께 갈 수 없음이 당연지사인데 인간은 망각이라는 좋은 선물을 받았기에 망각 곡선을 그어가며 살아간다 하지 않던가, 멀어져 버린 것들은 순간 우리를 우울하게 만든다 했던 안톤 슈낙(Anton Schnack)의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이 생각이 난다. 어쩌면 잊힐까 두려움이 앞서는 것은 아닌지.

 

 

변양섭  -----------------------------------------------
   ≪수필과비평≫ 등단.  수필집: ≪아직도 사랑은 진행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