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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과비평 2013년 6월호, 촌감단상] 哭 - 김나현

신아미디어 2013. 7. 15. 08:28

"평생 그 자리에 계실 줄 알았던 아버지, 소리로 농사의 고달픔을 달래신 아버지 영면한 자리가 자손이 언변 좋고 예술에 재능을 펼치게 된다니 그 또한 아버지와 무관하지 않은 듯하다. 다음에 찾아뵐 땐 곡哭이 아닌 노래 한 곡 불러드려야지."

 

 

 

 

 哭    -  김나현


   결혼하고 나서 상복喪服을 여러 번 입었다. 이 중 제대로 곡哭한 것은 지난달에 돌아가신 아버지 장례 때다. 물론 시어머니 장례 때에도 큰며느리로서 올 굵은 삼베옷을 입고 상장喪杖 짚고 곡했다. 그때가 십오륙 년 전이었는데 죄송스럽게도 크게 울지는 않았던 것 같다. 좀 젊은 때라 문상객 앞에서 곡하기가 쑥스러워 그랬던 면도 있지 않았나 싶다.
   상제가 짚는 지팡이로 아버지 상에는 대나무를, 어머니 상에는 오동나무나 버드나무를 쓴다고 한다. 삼일장을 치르는 동안 내가 잡고 곡했던 대나무 지팡이는 평생 보아온 아버지 모습처럼 작달막하고 다부졌다. 이 대나무 지팡이를 짚고 허리 숙여 ‘아이고 아이고’ 소리를 내면 금방 가슴께가 울컥해 오면서 눈물이 솟구쳤다. 마치 눈물 단추를 꾹 누른 것처럼.
   우리 집 앞 광장은 마을 사람이 세상을 놓았을 때 상여가 출발하는 장소였다. 어릴 적에 꽃상여가 나가는 장면을 담장 너머로 자주 보았다. 아버지는 상여 앞머리에 올라타서 요령을 흔들며 앞소리를 하셨다. 죽은 이가 좋은 곳으로 가서 편히 쉬기를 기원하고 헤어짐을 슬퍼하는 내용이었다. 아버지의 앞소리에 상여를 멘 상두꾼들은 후렴구를 노래하며 발맞추어 한 발짝씩 이동했다. 어린 나이에도 상여 나가는 소리가 어찌나 구슬프던지. 담 너머로 이를 지켜보던 마을 아낙들은 치맛자락을 걷어 올려 눈물을 찍어냈다.
   아버지도 이 광장에서 꽃상여를 타셨다. 당신이 올라타 요령을 흔들며 혼백을 위로하던 상여에 조그맣게 누우셨다. 평생 농사짓던 마을 뒤 감자밭으로 향하는 상여는 걸음걸음이 더뎠다.
   돌아보면 아버지는 소리꾼이셨다. 농사짓는 틈틈이 하신 시조창도 그와 연관이 있었던 셈이다. 아버지는 노래를 좋아하신 것이 아니라 소리를 좋아하신 것이었다. 유행가 곡조를 흥얼거리는 것은 한 번도 들은 적이 없던 것을 보면 그렇다. 평소 당신 앞에서 흥겨운 노래 불러드린 적 없는 자식들이 뒤늦게 곡하는 소릴 들었을지.
   평생 그 자리에 계실 줄 알았던 아버지, 소리로 농사의 고달픔을 달래신 아버지 영면한 자리가 자손이 언변 좋고 예술에 재능을 펼치게 된다니 그 또한 아버지와 무관하지 않은 듯하다. 다음에 찾아뵐 땐 곡哭이 아닌 노래 한 곡 불러드려야지.

 

 

김나현  ------------------------------------------
   ≪수필과비평≫ 등단.  수필집: ≪바람의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