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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과비평 2013년 5월호, 지상에서 길 찾기] 왜, 야구장에 가는가? - 김세관

신아미디어 2013. 7. 1. 08:45

"야구장에 다녀본 사람만이 야구의 참맛을 압니다. 현장에서는 공이 방망이에 맞는 순간에 잡힐 공인지, 안타나 홈런이 될 공인지를 직감적으로 알게 됩니다. 물론 그 직감은 거의 적중합니다. 그러나 TV로 보면 그 감이 달라서 결과가 나오기까지의 그 몇 초가 갑갑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특히 며칠 야구장에서 관전하다가 다음 날에 중계방송을 보려면 그 정도가 더욱 심하게 느껴지지요."

 

 

 

 

 

 

 왜, 야구장에 가는가?   -  김세관


   야구광으로 자처하는 제가 가장 많이 받는 질문입니다. 집에서 해설을 들어가며 편하게 중계로 보면 될 것을, 왜 더운데 고생하며 야구장까지 가느냐는 것입니다. 더구나 제가 사는 천안에서 야구를 하는 것도 아니고, 대전이나 서울까지 가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런 사람에게 인천이나 대구까지 다녀온 이야기를 하면, 이상한 표정으로 저를 쳐다보곤 합니다.
   최근에는 야구장에 가는 일이 많이 줄었지만, 방학 때면 야구장에 다니는 일이 주요 일과가 되었던 적도 있습니다. 비교적 다녀오기가 쉬운 예전의 수원 구장이나 청주 구장은 3일 연속 다녀오기도 했었지요. 오늘은 그 이유를 말씀드립니다.
   첫째는 집중도의 차이입니다. 제가 좋아하는 만큼 야구를 보는 일에만 집중하고 싶은데, 아무래도 TV로 보면 그렇지 못합니다. 전화도 받아야 하고, 집사람이 오가며 시선을 방해하는가 하면 때로는 잔소리도 들어야 합니다. 별로 즐기지 않는 술자리에 불러내는 사람도 있습니다.
   야구를 좋아하는 만큼 야구장으로 향하는 그 자체가 즐겁습니다. 야구가 진행되는 세 시간 정도의 시간뿐만 아니라, 가고 오는 시간까지 7~8시간을 즐기는 셈이 됩니다. 특히 걱정거리가 있어서 심란할 때는 야구장이 최고의 선택입니다. 그야말로 야구는 온갖 시름을 잊게 해주는 명약이라 할 수 있지요.
   한국야구위원회의 사무총장을 지낸 사람이 어떤 회사에 전무로 있었을 때의 일이라고 합니다. 그 공장에 대형 화재가 발생했는데, 사태 수습을 위해 동분서주해야 할 그가 야구장에 있었다고 합니다. 야구광이 아니고선 결코 이해할 수 없는 일이겠지요.
   둘째는 응원단의 역동적인 분위기입니다. 어떤 사람이 그러더군요. 친구에게 이끌려 처음 야구장에 갔는데, 공을 하나 던질 때마다 박수가 터지고 함성을 지르며 아우성이어서 모두가 미친 사람들처럼 보였답니다. 그렇습니다. 모두 야구에 미친 사람들이지요. 야구광의 광狂자가 미칠 광이니까요. 그 미친 사람들의 무리 속에서 야구에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가장 행복한 순간이지요.
   야구장에 가는 것이 더 좋은 것은 큰 점수 차이로 지고 있을 때입니다. 집에서 중계를 보고 있는 것과는 달리, 열심히 응원하고 있는 야구장의 관중석에 있다 보면 금방 역전이 될 듯이 여겨지는 환상 속에 빠져들게 됩니다.
   진정한 야구광은 야구가 끝날 때까지 응원석을 떠나지 않습니다. 10점 정도의 차이로 지고 있을지라도 말입니다. 그렇게 패배가 확정되고 9회 마지막 공격만을 남겨놓고 있을 때, 더 큰 목소리로 응원하며 안타 하나에 방방 뛰며 좋아하는 모습은 가슴을 뭉클하게 하기에 충분합니다.
   셋째로 꼭 이겨야 할 경기에서 지거나, 분하게 역전패를 당했을 때의 문제이지요. 그럴 때 집에 있으면 예외 없이 짜증이 나게 마련입니다. 제가 좋아하는 ≪논어≫에 나오는 말이 있습니다. 또한, 제가 실천하려고 노력하는 덕목이기도 합니다. 노여움을 옮기지 않는다는 불천노不遷怒란 말이 바로 그것입니다. 그냥 잠깐 참아서 될 일이라면 다행일 텐데, 한화의 승부에 목을 맬 때는 좋지 않은 일과 연결되곤 했지요.
   아무리 약이 오르는 패배일지라도 야구장에 있었다면, 문제가 없습니다. 집으로 돌아오며 두 시간 정도의 냉각기를 가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제가 좋아하는 야구를 보며 행복한 하루를 보냈다는 생각으로 기분을 전환하기가 어렵지 않습니다.
   서울에서 부산이나 광주까지 원정 응원을 다니는 진짜 야구광들도 많이 있다고 합니다. 야구광이 야구광을 만나는 것처럼 반가운 일도 없지요. 그런 사람을 만날 때면, 흐뭇한 마음과 함께 저도 그럴 여유를 갖고 살 수 있는 날이 기다려집니다.
   넷째로 현장감의 차이입니다. 저는 관중석의 상단을 선호하는데, 야구장 전체가 한눈에 내려다보이기 때문입니다. 방학이어서 시간이 남아돌 때면, 무려 야구 시작 두 시간 전에 야구장에 도착하곤 합니다. 설렘 속에 야구가 시작되길 기다리며, 어떤 광고 문구를 떠올리게 되지요. 흔히 야구장의 그라운드를 다이아몬드로 표현합니다.
   “한 사람을 설레게 하는 다이아몬드도 있지만, 수많은 사람을 설레게 하는 다이아몬드도 있습니다. 야구, 세상에서 가장 큰 감동의 다이아몬드를 선물합니다.”
   야구장에 다녀본 사람만이 야구의 참맛을 압니다. 현장에서는 공이 방망이에 맞는 순간에 잡힐 공인지, 안타나 홈런이 될 공인지를 직감적으로 알게 됩니다. 물론 그 직감은 거의 적중합니다. 그러나 TV로 보면 그 감이 달라서 결과가 나오기까지의 그 몇 초가 갑갑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특히 며칠 야구장에서 관전하다가 다음 날에 중계방송을 보려면 그 정도가 더욱 심하게 느껴지지요.
   이제 이 글을 읽으신 분들은 야구광들이 왜, 더위에 고생하며 야구장에 가는지 의문이 풀리셨지요. 아직 덜 풀리셨다면 계속되는 저의 야구 이야기를 기대해 주시기 바랍니다.

 

 

 

김세관  --------------------------------------------------

   월간 ≪수필문학≫ 추천으로 등단. 수필집: ≪내가 정말 헐~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