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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과비평 2013년 4월호, 세상마주보기] 마흔에게 띄우는 편지 - 김혜경

신아미디어 2013. 5. 22. 08:16

김혜경님의 수필을 보니 저에게도 편지를 띄워보고 싶네요. '어느 곳에서나 당신과 함께할 수 있어서 행복하고 감사합니다.'

 

 

 

 

 

  마흔에게 띄우는 편지  -  김혜경


   생일 축하해. 벌써 마흔이네. 잠깐 촛불을 바라 봐. 네 개의 촛불이 타들어가는 시간 동안만이라도.
   세상을 다 가질 듯 움켜쥐고 태어난 손엔 많은 것이 들려 있지 않지만, 두 손 하나로 모아 기도할 수 있어서 감사하지 않니. 힘겨운 삶이었다고 해도 곁에 있는 사람들을 돌아보니 절로 웃음이 나지.
   많은 이별을 했지만, 그래도 이겨낸 것 대견해. 그 이별을 통해서 사람이 얼마나 소중한지 알았잖아. 함께한 시간이 얼마나 감사한지 알았잖아. 그거면 됐어. 오랫동안 슬퍼하지 마. 곁에 남은 사람들을 돌아보며 또 그렇게 사랑하며 살아. 지금이 가장 중요하다잖아. 지금 하고 있는 일, 지금 만나고 있는 사람들이. 그들과 함께 또 부대끼고 사랑하고 그렇게 사는 거야.
   많은 상실 속에서 오랫동안 허우적거리지 않아서 멋졌어. 그래도 이 만큼 살고 있잖아. 그런 상실 없었다면 아마 넌, 감사가 뭔지 모르고 살았을지도 몰라. 주어진 일들, 맡겨진 일들. 모르는 체하지 않고 해냈던 시간들이 지금의 너를 만들었다고 믿어. 운명이라고 믿어도 좋고, 숙명이라고 믿어도 좋아. 그 시간을 건너왔기에 이 만큼 평온한 시간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해.
   지금까지 네게 아픔을 줬던 이들을 용서해. 아마도 그들은 네가 아파하는 것도 모르고 있을 걸. 너 혼자 안절부절못하고 끙끙대며 있는 동안 그들은 코를 골며 자고 있었을 거야. 억울해 하지 말고, 다시 생각해 봐. 그들이 네 곁에 없었다면 넌 겸손을 모르고 살았을지도 몰라. 오히려 그들이 있음으로써 네가 더 긴장을 늦추지 않고 너를 다스리고 살았을 거야. 지금까지 억지로 웃음을 지었다면 이제부턴 자연스럽게 미소를 짓는 네가 되었으면 해.
   그리고 이것도 기억해. 올곧은 성품을 가진 사람은 언제든 그것을 시험당할 때가 온다는 것. 지금까지도 잘해 왔지만 언제가 되었든 그 시험을 당당히 이겨낼 힘이 네 안에서 키워지고 있음을 믿을게. 흰머리가 늘어간다고 너무 불평하지 말고, 네 삶이 이어지고 있음에 감사해. 네 일을 사랑하고, 배움에의 열정이 식지 않도록 긴장하며 지내는 거야. 네 웃음이 곁에 사람을 웃게 하고 네 기도가 힘이 되는 그런 시간이 계속 이어지길 나 또한 기도할게. 불혹이라고 하잖아. 마흔은. 그 무엇에도 흔들리지 말고 당당히 네 길을 가.
   이제 힘차게 촛불을 꺼. 다시 처음이다.

 

 

김혜경  --------------------------------
   ≪수필과비평≫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