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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과비평 2013년 3월호, 사색의 창] 소리 - 송차식

신아미디어 2013. 4. 12. 08:30

"모든 생물이나 무생물은 특유의 모양과 소리를 가지고 있다. 아름다운 소리, 그렇지 못한 소리를 갖는다. 한갓 먼지에도 생명이 있다고 하지 않는가. 생명이 있는 것은 소리를 안다. 생물과 무생물은 서로 의존하면서 산다. 공생 공존하는 법을 터득한다. 한목소리의 합일체合一體가 되는 통섭通涉의 원리를 볼 수 있는 자연계의 소리가 마음에 닿는다."

 

 

 

 

 

 

  소리  -  송차식


   봄의 소리는 기름칠을 한 듯 마음속에서 매끈거리며 속삭이는 운치가 있다. 푸르무레한 것이 순한 느낌이 들어 마음에 든다. 여명과 더불어 소리는 빛깔도 있고 형태가 있음직해 보인다. 아침 해가 둥글게 솟아오를 때는 붉은 빛깔에서 붉은 소리가 날 것 같다.
   자연의 흐름 속에는 다양한 소리가 있다. 미세한 풀벌레 소리가 있는가 하면 천둥번개 치는 고성 굉음도 있다. 우리는 사계절의 변화무쌍한 소리에서 묘한 맛을 배우고 느끼면서 살아간다.
   사막의 소리는 모래알이 서걱거리는 운치가 있다. 모래가 휘몰아칠 때는 요란한 군중의 소리처럼 넓은 사막을 휘몰아칠 것이다. 얼음으로 뒤덮인 시베리아에서 살고 있는 사람도 나름대로 느끼는 소리에 적응하며 산다. 빙판의 얼음장 터지는 소리, 액체에서 고체로, 다시 액체로 돌아가는 변화의 몸짓이 빙판을 송두리째 흔들 것이다.
   사계가 뚜렷한 우리나라는 봄에 다양한 꽃이 피는 애틋한 소리도 있다. 장마철의 눅눅한 뒷골목의 소리, 찬바람 서리에 만물이 움츠리는 외로운 소리에도 적응하면서 살아간다.
   개구리는 긴 겨울잠에서 봄 소리를 듣고 깨어난다. 나무 그루터기에서 움이 돋는 소리, 봄을 준비하면서 만물은 보드라운 봄비 소리에 귀 기울이면서 회한의 눈물로 보답을 한다.
   물이 오르는 식물들의 소리는 절정에 이르려는 즐거운 몸짓이다. 한 포기의 풀, 한 그루의 나무도 기세를 치세우며 싱그러운 소리로 그들만의 세계를 채운다. 장마철에 제철을 맞은 곰팡이나 이끼들도 나름대로 즐거운 소리를 한다. 인간들이 들을 수는 없어도 그들만의 소리를 내며 잘 자란다. 그러나 비정한 태풍과 홍수로 아끼던 소유물이 소실될 때는 자연에 대한 원망 섞인 소리를 퍼붓는다.
   가을은 소리의 천국이다. 황금빛으로 탈바꿈하는 곡식들이 한들거리는 풍성한 소리에 마음이 넉넉해진다. 톡톡 튀는 콩깍지 소리에서 정감을 느낀다. 척박한 땅에 심은 무·배추가 무럭무럭 자라는 소리, 자연만이 만들 수 있는 소리가 경이롭다.
   귀에 들리지 않는 소리지만 마음에 크게 와 닿는다. 만물들이 제 몫을 다하였다는 듯이 동절기의 변화에 순응한다. 인간의 삶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실감한다.
   포자식물로, 엽록소의 공생체로, 나무껍질이나 바위에 붙어 살아가는 지의류도 있다. 유기체에 기생하는 균류인 곰팡이나 미생물도 있다. 미생물은 많은 일을 한다. 항생물질을 생성하기도 한다. 항생물질은 다른 미생물의 발육을 억제하거나 사멸시키는 역할을 하면서 보이지 않는 생명의 소리를 잉태하기도 한다.
   나뭇가지는 북쪽으로 부는 바람소리에 기울어 뻗는 것이 견고하고 강하다. 남쪽으로 뻗는 나무는 여리고 약한 감이 있다. 사람도 따뜻한 남쪽의 사람보다 북쪽의 사람들이 추위에 견디는 힘이 강하다.
   식물도 다양한 몫의 소리를 낸다. 야생野生식물, 자생自生식물, 귀화歸化식물 등 쓰임과 환경에 따라서 발육이 달라진다. 식물은 오랜 세월을 거치면서 환경에 적응하여 생존할 수 있는 특성이 변화한다. 그것은 환경을 이긴 자생식물이 된다. 자생식물은 인간의 손을 떠나서 자란다. 거친 환경을 이기느라 생의 비밀을 터득한다. 지역과 계절의 변화에 따라 독특한 맛과 향기와 소리 등으로 살아가는 방법을 익힌다.
   산이나 들, 강이나 바다에 저절로 나서 자라는 것이 자생식물이다. 사람도 스스로의 힘으로 살아가는 경우를 자생력이 강한 사람이라 한다. 또한 잡초 같은 사람이라 이른다. 귀화식물의 경우는 원생지에서 다른 지역으로 옮겨와 그곳의 기후와 풍토에 적응하여 자생하게 된다.
   모든 생물이나 무생물은 특유의 모양과 소리를 가지고 있다. 아름다운 소리, 그렇지 못한 소리를 갖는다. 한갓 먼지에도 생명이 있다고 하지 않는가. 생명이 있는 것은 소리를 안다.
   생물과 무생물은 서로 의존하면서 산다. 공생 공존하는 법을 터득한다. 한목소리의 합일체合一體가 되는 통섭通涉의 원리를 볼 수 있는 자연계의 소리가 마음에 닿는다.

 

 

송차식  --------------------------------------------

   ≪수필과비평≫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