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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과비평 2013년 2월호, 사색의 창] 신神 - 강여울

신아미디어 2013. 3. 5. 12:19

"성경에 하느님은 당신의 모습으로 사람을 만드셨다고 기록되어 있다. 이것은 사람 속에 신성神性성이 들어있다는 말이다. 모든 사람 속에 들어있는 이 신적神的인 부분은 양심良心일 것이다."

 

 

 

 

   신神  강여울

 

   “출식 씨, 이제 교회에 나와 기도하세요. 우리 아버지 하나님께 기도하면 아들의 병도 다 낫게 해 주십니다.”
   “누구 아버지요?”
   “우리 모두의 아버지, 그러니까. 아버지의 아버지, 또 아버지의 아버지, 또 아버지의 아버지, 우리 모두의 아버지 하느님이지요.”
   “할배요?”
   “할배가 아니라 우리 아버지 하나님은 영혼의 아버지 그러니까 신神입니다.”
   “귀신鬼神요?”
   성경책을 들고 손을 잡으며 하는 목사의 말에 어눌하게 한마디씩 던지는 이출식의 말에 관객의 웃음이 터진다. 배우의 탁월한 연기에 웃음의 끝이 서늘하다.
   신神은 무엇인가? 연극 <눈먼 아비에게 길을 묻다>에서 바보 아버지 이출식의 우문愚問은 관객에게 던지는 질문이기도 하다. 이출식이 말하는 귀신鬼神은 악귀가 아닌 바로 돌아가신 아버지의 환영이다. 그의 상식으로 사람은 죽으면 귀신이 된다. 그에게 귀신은 악귀惡鬼가 아니라 신神이 된 아버지, 귀신歸神이다. 자신의 손톱을 깎아주고, 업어주던 따뜻한 느낌으로 기억에 남아 있는 아버지인 것이다. 그가 죽음을 택한 이유도 자신은 살아서는 무력한 아버지지만 죽어 귀신歸神이 되면 아들의 병을 고쳐 줄 수 있는 신神이 된다고 믿은 것으로 보인다. 이는 십자가 아래 아버지의 영정 사진을 놓고 기도한 다음 아버지의 사진을 품에 안고 숨을 거두는 일치의 의식으로 알 수 있다.
   성경에 하느님은 당신의 모습으로 사람을 만드셨다고 기록되어 있다. 이것은 사람 속에 신성神性성이 들어있다는 말이다. 모든 사람 속에 들어있는 이 신적神的인 부분은 양심良心일 것이다. 어린이와 같이 때 묻지 않은 순수한 마음이 신적인 부분이기에 예수님께서도 하늘나라가 어린이와 같은 사람들의 것이라고 말씀하시지 않았을까. 어린이와 같은 마음의 바보 이출식의 자살은 비극적이지만 희극적인 자식의 삶을 희망하는 아버지의 장렬한 의식이었다.
   연극에서 각 막의 역할 또한 산 사람이 아닌 물에 빠져 죽은 딸 선향이 부르는 노래를 하고 있다. 작가는 이출식의 딸이 죽어서도 여전히 그 집에 머물러 있는 모습으로 죽음이 끝이 아니라고 말하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아버지가 귀신鬼神이 되었듯이 딸 역시 죽어서 몸은 사라졌지만 영혼은 가족 곁에 남아 있게 함으로써 이출식의 죽음을 미화시킨 것 같다. 무능력한 아비에게 죽음 말고 다른 어떤 선택이 있었겠는가?
   내게도 어릴 때 소아마비를 앓아 걷지 못하는 친구가 하나 있다. 친구의 남편도 비슷한 장애인이라 그들은 휠체어에 앉아서 결혼식을 올렸다. 부부가 된 지 20여 년이 되는 지금까지 건강한 두 딸의 부모로 행복하게 잘살고 있다. 사랑과 신뢰로 서로서로 도우며 보기에 멀쩡한 우리 가족보다 더 재미있게 산다. 눈에 보이는 장애보다 보이지 않는 양심 장애가 더 큰 불행의 씨앗이다. 사람은 보이는 모습에 상관없이 다 귀하다는 양심의 소리에 따라 편견을 없앤 관심과 사랑으로 세상을 바라보아야 한다. 그럴 때 우리가 가진 신성神性이 살아나고 이 세상도 아름다운 천국이 될 수 있다. 우리 모두는 신神의 자식이니까.

 

 

강여울  ----------------------------------------------
   ≪월간문학≫ 등단.  계간 ≪수필세계≫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