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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수필, 2012년 가을호, 다시 읽는 좋은수필: 짧은 글 긴 여운] 별똥이 떨어진 곳 - 정지용

신아미디어 2012. 10. 10. 11:56

짧지만 긴 여운이 남는 글을 모아서 『좋은수필』에서 소개해봅니다. 즐겁고 행복한 시간..

 

 

 

 

 

별똥이 떨어진 곳

 

   밤 뒤(밤똥-편집자 註)를 보며 쪼그리고 앉았으려면, 앞
집 감나무 위에 까치 둥우리가 무섭고, 제 그림자가 움직여도 무서
웠다. 퍽 추운 밤이었다. 할머니만 자꾸 부르고, 할머니가 자꾸 대
답하셔야 하였고, 할머니가 딴 데를 보지나 아니하시나 하고, 걱정
이었다.
   아이들 밤 뒤보는 데는 닭 보고 묵은세배를 하면 낫는다고, 닭 보
고 절을 하라고 하시었다. 그렇게 괴로운 일도 아니었고, 부끄러워
참기 어려운 일도 아니었다. 둥우리 안에 닭도 절을 받고, 꼬르르 꼬
르르 소리를 하였다.
   별똥을 먹으면 오래오래 산다는 것이었다. 별똥을 주워왔다는 사
람이 있었다. 그날 밤에도 별똥이 찌익 화살처럼 떨어졌다. 아저씨
가 한번 메추라기를 산 채로 훔켜잡어 온, 뒷산 솔 포대기 속으로 분
명 바로 떨어졌었다.

 


별똥 떨어진 곳


마음에 두었다


다음날 가보려


벼르다 벼르다


이젠 다 자랐소 


                     ─『소년』, 1937. 12.

 


 


정지용(鄭芝溶1902~?) :

충청북도 옥천 출생.

1920년대~1940년대에 활동했던 시인으로 참신한 이미지와 절제된 시어로

한국 현대시의 성숙에 결정적인 기틀을 마련한 시인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저서로는 ≪정지용 시집≫, ≪백록담≫, ≪문학독본≫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