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간 인간과 문학/인간과 문학 수상자

[인간과문학 2018년 가을호, 신인추천 / 시부문 당선작] 발자국 - 한성근

신아미디어 2018. 12. 13. 14:22

본지는 신인상 공모와는 별개로 신인 추천제를 시행합니다. 지난 날 우리 문단은 도제식 창작교육과 문예지 추천을 통해 역량 있고 참신한 문인들을 배출해왔습니다. 다년간 존경받는 스승 밑에서 시인·작가의식과 창작방법론을 수련하여 진정한 시인·작가로 거듭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합니다.




발자국    -   한성근



가쁜 숨소리를


저려오다 못해 왜 이토록
미운지 도망칠 수도 없는


매일 발꿈치 끝에 험한 길을
삼키고 사는 참으로 절묘한 몸짓으로


그래 일상을 습관처럼 무거움에
끌고 가는 짐꾼으로


늘 밑으로 헛디디는 무너지는 소리
세상사 휘둘리는
그 많은 사연 꾸며 가는
황홀한 징표는


이제 그곳에 서 있어야
질질 끌려가는 고집 센
뒤뚱거리면서 비겁하게


지독한 사람 내음 풍기며
하루가 쪼개지는 무서운 두려움
두드리며
조심스럽고 위태롭게 서 있다.






신인추천 / 당선소감


  게으름 피우지 않고 열심히 쓰겠습니다

 

   게으름을 피우지 않고 열심히 쓰면서 이 길에 서 있겠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언어로 인해 공해가 심하고 무분별한 정신적 행위를 나무라는 사람도 있지만, 건강하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깊이 설레며 숨어있을 언어들을 찾아 하나씩 풀어 지피려 합니다.
   오랫동안 이 길을 찾아 어둡고 긴 터널을 지나오면서, 소외감과 외로움에 나를 비추어 보던 언어들과 동거하던 많은 나날 속, 의미를 던져 준 물음들이 솟아나고 이 작은 가슴속 파문이 출렁거리며 흔들고 있음을 알았습니다.
   아직 미흡하고 부족하여 채워야 할‘ 나’, 언어의 둥지를 만들어 온 길, 갈 길에 외로움으로 달래며 삶이 내뱉는 숨소리에 취하여 가겠습니다.
   이 길을 열어 주신 교수님과 심사위원님께 감사드리며, 항상 이해하고 배려해 준 예뜰동인과 가족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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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인추천 / 심사평


   시詩 언어의 사변思辯


   새로움과 참모습으로 재현하려는 언어가 가지고 있는 언어 고유의 방식과 언어의 건강함을 주기 위한, 암묵적이고 끊임없이 움직임에 묻어나고 있는 흉내 내지 않는 내적인 모습이 자라면서 서로 융합되어 가는 한성근 씨의 〈발자국〉 외 4편을 추천한다.
   한성근 씨는 가뿐 숨소리에 도망칠 수 없는 공간에 참으로 절묘한 몸짓은 감성을 가두어 두지 않고, 젖어 오는 표현은 얼룩지지 않으며 끌고 펼쳐가는 새로움에 대한 기교와 수법이 시詩 언어들을 예민하게 흔들고 있다 하겠다.
   한성근 씨의 시는 삶을 절룩거리면서도 다양한 모습으로 뉘앙스적 상상력의 모습이 그러하듯이, 서로 다른 굽어봄과 흩어짐 속에 드러내려는 열림 닫힘의 모습들을 과감히 벗어나, 조심스럽게 사물의 변형을 직시하려는 새김이며 그 뒤에 풍기는 시적 긴장감이 번져 전개되고 있다.
   의식 내부로부터 보여준 암묵적인 것 새로움을 끄집어내려는 언어를 통하여 재현해 보려는 역동성 움직임을 고착시키지 않고, 잔잔하게 부딪혀 일어나는 파장이 예사롭게 보이지 않았다.
   한성근 씨가 지향하려는 다층적 모습을 계속 추구해 나가면, 자신만의 시세계에 도달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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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심사위원 : 곽문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