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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월간 『여행문화』 9-10월호, Hot People] 대한민국 수필문학의 현주소 윤재천을 말한다 - 글·사진 김가배

신아미디어 2018. 11. 22. 10:22

윤재천은 한국수필문학의 현주소다. 다른 수식어가 필요 없다. 그에게서는 응집된 수필의 향기가 풍긴다. 오직 수필문학만을 위해 걸어온 그의 행보는 외로웠지만 지금에 와서는 그가 이룬 수많은 업적들로 하여 전혀 외롭지 않다. 한 사람의 생애가 이룬 풍요로운 업적들을 보면 그 외로움이야말로 영광이고 큰 축복이다.






대한민국 수필문학의 현주소

   윤재천을 말한다                                        -   글·사진  김가배


   윤재천 선생님은 자타가 공인하는 수필애호가다. 수필만을 말하고 수필만을 사랑하는 그의 삶이었다. 그는 수필문학의 가장 권위 있는 문학지 계간 <현대수필>의 발행인이다. 1994년 대한민국 최초의 수필 학술지 <수필학>을 비매품으로 발행한 장본인이고 윤재천 수필문학상을 제정한 분이다.
   또한 일만여 권의 수필문학에 대한 방대한 장서를 한국수필문학관에 기증한 바 있다.
   오직 수필만을 위한 그의 외길 행보는 일일이 다 열거하지 못할 정도로 많고 크다.
   그가 제정 선포한 <수필발전을 위한 선언문>을 보면 “21세기는 수필문학의 시대”로 시작하고 있다. 얼마나 당당하고 책임 있는 발언인가. 그만큼 들끓는 애정과 에너지로 받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서초동 르네상스 오피스텔, 잘 정돈된 그의 집필실에는 수필만을 향해 걸어온 그의 행보가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다. 그가 엮어낸 수필을 위한 저서, 그가 작품을 발표한 문예지, 학술지, 수필에 관한 이론서, 연구서 등등으로 넘치게 향기롭다. 서가 한편에는 그가 수집해서 정리한 엔틱한 생활소품들이 자리하고 있다. 일상의 삶에서도 잘 정돈된 그의 따듯한 정서를 보여주고 있는 듯 정연하다.
   작은 소품의 다기茶器에서부터 파이프 생활소품 문구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숫자, 수많은 종류의 소품들이 저마다의 모양새와 향기로 문학을 향한 그의 행보에 격을 더해 주고 있다. 전 생애를 통하여 정갈하게 살아온 그의 행보들을 대변해 주는 듯하다.
   21세기를 사는 현대인들이 삶이 갈수록 세분화 되는 것은 당연지사이고 시대적인 순리다. 예술에서도 마찬가지다. 문학도 그렇다. 수필이라는 문학 장르가 오늘날 크게 빛을 발하고 많은 이들이 애호하는 위치에 이르기까지 그의 노고를 말하지 않을 수가 없다.
   한갓 잡문으로 치부되던 수필 장르를 오늘날 4,000여 명이 넘는 회원을 가진 어엿한 문학장르로 격상시키고 또한 그에 상응하는 커다란 파워플한 문학단체로 우뚝 서기까지는 그의 수필을 향한 노고, 그 열정의 삶이 배어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대학의 교과 과정에 수필과목을 최초로 개설하여 학문의 길로 들어서게 뒷받침하고 수필의 날을 제정하여 공동체를 끈끈한 애정으로 묶은 그의 따듯한 발걸음은 두고두고 칭송받아 마땅하다. 4월 28일 수필의 날이 그의 생신일에 맞춰져있음은 놀랄 일이 아니다.

   뿌린 자가 거둔다는 진리를 보여주는 단적인 증거이리라.
   구름을 사랑하고 동경해온 운정, 그에게서 풍겨오는 문학의 향기.
   사람에게서 문학의 향기가 풍겨온다면 얼마나 그윽한 일이랴!
   청바지에 청셔츠가 잘도 어울리는 멋쟁이 교수님!
   미수를 바라보는 나이에도 청바지가 잘도 어울리는 그에게서는 매력 넘치는 또 다른 향기가 넘친다.
   그가 전 생애를 통해서 가꿔온 수필세계는 작금의 한국문학 어느 장르보다 실하고 풍요롭다.
   한사람의 열정과 수고로 하여 우리들의 정서가 더욱 풍요롭고 아름답게 채색될 수 있다면 얼마나 보람된 일이랴.
   그가 눈 부릅뜨고 지켜온 수필세계!
   그가 구심점이 되어 가꿔온 수필은 변화와 발전을 거듭한다. <종種의 기원>을 발표해서 인류사의 수준 있는 한 페이지를 장식한 챨스 다윈은 ‘어느 종種이 가장 먼 미래까지 살아남을 수 있겠는가’라는 미래지향적 질문에 다음과 같이 답하고 있다.


“그것은 가장 힘이 센 종이 아니요 두뇌가 비상한 종도 아니다.
오직 변화에 잘 적응하는 종 만이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다.”


   라고 갈파하였다.
   변화하는 이 시대 변화하는 종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는 그의 대답은 치명적으로 정확한 대답이 아니던가. 변화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種만이 살아남을 수 있듯 변화하는 수필문학을 강조해온 그의 예감은 적중하여 오늘날 수필문학의 전성기를 맞고 있는 것이다.
   변화를 요구하는 그의 수필학은 그래서 더욱 공감을 얻는다.
   디지털시대에 대응하는 그의 아포리즘은 수필의 다양성을 요구한다. 사람은 변화한다. 역사는 변화하는 시간을 기록하는 영원한 시간의 서책이다.변화하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한다.
   1950년대의 정서가 지금의 젊은이들에게 소통의 방식이 되지 못하듯 디지털시대를 살아내야 하는 우리는 변화에 적응하는 삶의 방식이 요구되는 것이다. 21세기의 화두는 공감과 소통이다. 소통되지 못하는 문학은 예술의 반열에 서지 못한다.
   그가 선장이 되어 망망대해로 긴 출항을 나선 대한민국의 수필호는 멀고 긴 풍랑의 바다를 제패하고 하늘과 별, 구름, 저 출렁이는 풍요로운 바다를 더욱 푸르고 건강하게 항해해 가리라 굳게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