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진님의 변화에 대한 감상을 느껴보세요. 왜....... 사람들은 왜 "왜"라는 질문을 할까요?
밤새 안녕?
누군가 반가운 소식을 전하려고 하늘에서 폴짝 뛰어내렸나?
하루가 지날수록 집 주변의 나무들이 소란스러워지고 있다. 밴쿠버
사람들은 집 안과 밖을 꾸미고 가꾸는 시간 자체를 여가 생활로 즐기며
자랑한다. 그들의 손이 닿는 곳곳은 요술지팡이를 흔들어 놓은 듯 화려
하고 아름답게 변신한다. 집집마다 정원의 파란 잔디와 예쁜 꽃들이 풍
성하게 대궐을 만들고 있다. 울타리와 담장 대신 키 큰 나무들이 즐비하
게 버티고 서서 그늘도 만들어 준다. 향기로운 꽃과 그늘과 잔디가 있으
니 사슴과 토끼와 다람쥐들이 제 집인 양 늘어지게 낮잠을 자다 사라진
다. 어느새 나무들이 파릇파릇 앞서가는 계절을 붙잡기 위해 앞다투어
봄맞이를 시작했다. 우수수 피어나다 바위에라도 부딪혀 상처를 입었을
까. 붉은 피를 줄줄 흘리며 세상에 나온 이파리들은 어쩌면 혹독한 겨울
을 견뎌낸 ‘변화’의 결실일지도 모른다. 연록의 소리 없는 아우성이 가슴
에 와 머문다. 타국에서의 시간을 더욱 감상적으로 만드는 바람이라도
불어오려는지, 눈앞이 어지럽다.
캐나다 밴쿠버 아일랜드에서 딸아이와 둘이 사는 집은 샌드윅 파크
라는 공원을 끼고 있는 빌라촌에 자리하고 있다. 방 둘에 드레스룸, 샤워
실, 보일러실 겸 세탁실, 주방 겸 거실이 벽난로와 함께 아늑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이곳 주거 형태인 리빙룸, 다이닝룸, 아티크, 겔러지 등이 구
분되어 있는 단독 주택보다 작은 규모지만, 게으른 내겐 안성맞춤이다.
주방에는 하얀색 싱크대에 잘 어울리는 검정 대리석이 상판으로 놓여
있고, 오븐레인지, 전자레인지, 식기세척기, 냉장고, 믹서기, 커피포트,
토스트기 등이 진열되어 있다. 거실 한쪽에는 45인치 벽걸이 텔레비전
이, 그 아래로는 벽난로가, 또 그 옆으로는 홈시어터가 있어 마음대로
노래를 들을 수 있다.
아이를 학교에 데려다 주고 온 후의 시간부터 오후 3시까지는 혼자 즐기
는 시간이다. 가끔 꿈꿨던 순간이다. 도착 후, 일주일은 ‘잠만 자기’ 숙제를
실천했다. 이곳에서는 아는 사람을 만날 일도 없고, 핸드폰 안 받는다고
성화할 사람도 없고, 세수를 하지 않고 마냥 풀어져 있어도 보챌 사람 하나
없다. 정말 휴가다. 자연 환경이 좋은 휴양림으로 얼마간 휴식을 취하러
온 셈이다. 차로 5분 내지 10분만 나가면 온통 숲으로 둘러싸인 집들이
있다. 그 집들 사이로 말을 타고 다니는 사람들이 드문드문 보이고, 사슴이
도로 위를 왔다 갔다 여유를 부리며 교통 흐름을 방해한다. 학교에서는
곰이 많이 내려오니 조심해서 다니라는 안내 방송이 나온다. 현대 문명이
낙오되지 않은 전원에서 휴가를 보낼 수 있는 확실한 행운을 잡았다.
내겐 기능 좋은 전자 제품들이 그다지 필요치 않다. 단지 전기밥솥
하나면 부족함이 없다. 타국에서 쌀밥을 지어 먹을 수 있으니 바랄 게
없지 않은가. 밤이면 무수히 많은 별빛이 창문을 두드리는 동화 속 마
을. 저녁 8시만 넘어도 사람들 소리는 들리지 않고 나뭇잎들의 바스락
거림만 환풍기를 타고 들어온다. 자연의 변화는 매년 반복되는 순환이
지만, 나는 이런 ‘변화’를 동경하며 꿈꿔오지 않았던가. 하지만 머릿속은
가족과 지인들과 낯선 곳에 동떨어져 있다는 사실을 쉽게 인정하려 들
지 않았다. 눈을 감고 있어도 온갖 사념은 휴식을 방해한다.
주어진 자유와 변화를 만끽하지 못하는 내게 묻는다.
“너는 캐나다에 왜 왔지? 밤새 안녕하신가?”
이명진 ----------------------------------------------------------------------
≪해동문학≫, ≪수필과비평≫ 등단. 문학평론가.
수필집: ≪창밖의 지붕≫, ≪탈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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