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작가』에서 송차헌님과 함께 삼년산성 둘레길을 돌아보고 있습니다. 같이 돌아보시죠.
1,500년 전 역사의 숨결, 온몸엔 전율이 흐른다
/ 송차헌(보은군 문화관광해설사)
한반도의 중심, 고구려, 백제, 신라의 영토분쟁이 치열하던 당시 신라는 서기 470년 보은에 최고最古의 석축산성을 축성하기 시작한다. 보은읍 소재지와 그리 멀지 않은 해발 430m의 오정산에 축성된 삼년산성은 사적 235호로 신라가 470년 축조를 시작한 우리나라 최초의 석축산성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작은 규 모의 편마암으로 높이는 12~20m, 성의 넓이는 8m, 전체 길이 1,680m의 그리 크지 않은 산성이지만 1,500여 년이 넘도록 성벽을 유지할 수 있는 축성기술은 아직도 재현할 수 없는 우리 조상들만의 기술로 평가되고 있다.
삼년산성 서문지 앞 바위에는 아미지蛾眉池라는 글씨가 새겨져 있다. 이 글씨는 신라의 문장가 김생의 글씨로 추정하고 있다. 김생의 글씨로 확인된다면 이 암각자만으로도 보물로 지정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삼년산성 서문지에서 우측, 성벽을 따라 서북쪽으로 높이 쌓아올린 치성으로 발길을 향한다. 비록 성벽을 오르는 길이 가파른 산성 길이었지만 좌측으로 펼쳐진 보은읍 전경은 힘든 여정을 조금이나마 씻어주는 듯하다. 서북치성에 도달하니 멀리 청주의 상당산성이라도 보일듯 시야가 멀리 트인다. 한동안 청주 방향으로 펼쳐진 풍경을 바라보고 있자니 힘들었던 걸음을 보상이라도 받듯 기분이 상쾌해진다.
서북치성을 뒤로 하고 북문으로 향하는 길은 내리막길, 북문은 서문보다도 성문이 있었던 곳 인지 의심할 정도로 약간의 흔적만을 남기고 있다. 북문으로 향하는 내리막길에서 눈앞에 북동치성 쪽으로 조성된 성벽은 감탄사를 연발할 정도로 성벽의 위엄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
경주의 첨성대 수만 개를 축조한 신라인들의 기술력이 만들어낸, 산의 능선을 따라 포곡형으로 조성된 성벽이 눈앞에 펼쳐지고 있다. 아주 작고 납작한 돌로 우물 정 자의 형태로 20m의 직선 높이로 조성된 성벽 앞에 두 팔을 벌려 그 위엄을 측정해 보았지만 1,500년이 넘도록 무너지지 않은 견고한 기술력은 더 이상 말이 필요 없다. 직접 눈으로 확인해야만 믿을 수 있는 우리의 문화재다.
북동치성에 올라 말티재 너머로 속리산 방향으로 시야를 돌린다. 말티재 능선으로 이어진 백두대간 한남금북정맥이 한눈에 펼쳐지고 있다. 신비로운 보물이라도 찾아가는 느낌이랄까. 갑자기 마음이 급해지고 발걸음은 빨라진다.
북동치성을 지나면 동문지를 만난다. 최근 동문지 발굴을 통해 아주 작은 규모의 문지를 찾았다고 한다. 문지가 있다는 것은 성문이 있었다는 흔적임을 알 수 있어 서문보다는 작은 문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동문지를 지나 남동치성에 올라 성 밖으로 시야를 돌린다. 상주방향으로 이어지는 25번 국도가 펼쳐지고 저 멀리 신라의 도읍 경주 땅이 상상 속에 떠오른다.
삼년산성을 지키던 신라군 역시 이 남동치성을 수비하는 군사라면 신라의 도읍, 경주 땅에 두고 온 부모님과 자식을 걱정하면서 한없는 시간을 보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문득 스친다.
남동치성에서 서문지가 있는 성벽을 따라 삼년산성 1,680m 전체를 둘러볼 수 있지만 발걸음을 재촉해 남동치성과 능선으로 이어진 탄부면 평각리로 향한다. 삼년산성이 위치한 오정산 정상 능선으로 이어지는 이 길은 최근 보은군에서 삼년산성 고분군으로 지표조사를 통해 수천 기의 고분이 발견된 곳이다. 오정산 능선 사이로 구릉지가 유난히 많아 고분군으로 추정되었지만, 최근에서야 고분군이 형성된 지역으로 조사되면서 앞으로 삼년산성과 연계한 고분군 공원을 조성하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산 정상으로 이어진 숲길을 걷다 보면 작은 토굴도 만난다. 6·25전쟁 당시 조성된 방공호라는 이야기도 있고, 무속인들이 기도하는 장소로 보이기도 하여 숲을 걷는 길에 심심치 않은 재미를 느낀다. 이곳은 예전에는 금괭기라고 해서 고려장터였다고 전해지고 있다.
보은의 삼년산성은 1,500년 전의 역사와 숨결이 되살아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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