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 김복혜님이 『수필과 비평』에서 여러분들의 마음의 문을 두드려 봅니다. 똑똑... 똑똑.... 즐거운 감상되세요.
똑똑!
찬바람 몰아치던 고단한 시간 동안 창문에는 뿌연 상흔이 앉았습니
다. 두껍게 내려앉은 찬바람의 무게 때문인지 얼룩진 창으로 보는 세상
은 불투명해 어렴풋이 짐작만 할 뿐입니다. 짐작만 하는 세상은 늘 막연
하고 조심스럽습니다.
밖을 제대로 볼 수 없으니 내 사고와 판단은 안으로만 향합니다. 내
생각이라며 내 마음대로 굴립니다. 오라 하지도 않는다며 가려고 하지
도 않습니다. 울타리 속에서 내 것 하고만 놉니다. 나는 내 안에 갇힌
외곬입니다.
한쪽으로만 향한 고개 때문에 반대편을 보기가 더욱 힘들어졌습니다.
겹겹이 나를 싼 두꺼운 외투도 더 이상 답답하지도 불편하지도 않습니
다. 진저리치던 추위와도 막역해졌습니다. 아집 때문에 소통을 잃었습
니다. 나는 겨울이고 겨울은 나입니다.
베네치아에는 해마다 가면축제가 열립니다. 거리에서 나 아닌 내가
뒤뚱거리고 있습니다. 나는 내 속에 감춰져 겉으로 웃고 속으로 웁니다.
요지부동인 내 속에 이리저리 휩쓸리는 또 다른 내가 있습니다. 나는
왜 나 아닌 나를 데리고 거리로 나왔을까요. 그건 나를 위한 걸음마 연습
입니다. 외곬의 나로는 다음을 기대할 수 없어 변화를 택했습니다. 나
아닌 나의 선택은 결국 나를 위한 선택입니다.
-똑똑!
봄비가 창문을 두드립니다. 빗방울의 토닥임에 웅숭그리고 있던 창들
이 깨어납니다. 똑똑! 말갛게 씻겨 내린 창문 밖으로 풍경이 살아납니다.
똑똑! 닫혀있던 정들이 베란다 물통을 타고 흘러내립니다. 똑똑! 닫힘에
서 열림으로 물꼬가 트입니다. 먼 길 돌아 찾아온 소중한 물길입니다.
-‘틱톡!’
멀리 있는 아이에게 안부를 묻는 메신저입니다. 먼저 긴 숨으로 호흡
을 조절합니다. 감정의 배에 아이를 태워 요동치게 할지도 모르니까요.
별일 없재. 잘되고 있나. 괜찮지. 잘될 거야. ‘틱’ 속에 그리움과 ‘톡’ 속에
간절함을 담아 짧은 스타카토 음에 실어 보냅니다. 꾹꾹 눌러 밀쳐두었
던 정情을 살살 떼어내 잠자는 아이에게 손가락 안부를 전합니다.
겨울은 봄을 선택하고 봄은 여름을, 여름은 가을을, 가을은 겨울을 그
리고 또 겨울은 봄을 선택합니다. 우리는 늘 다음을 선택합니다. 그 선택
은 설렘과 기대를 담은, 나아가는 방향입니다. 혼돈과 혼란 속에서도
어디선가 순풍은 불어옵니다. 찬바람 다음 빗방울, 빗방울 다음 햇살,
햇살 다음엔 봄바람……, 생명을 살리는 행진입니다.
잠에서 깨어난 아이는 설익은 일상들을 단답형 문장으로 답해 옵니
다. 잘 먹고 잘 지내고 잘하고 있어요. 감사하고 사랑해요. 열심히 할게
요. 다음을 선택하기 위해 지금 최선을 다하고 있노라는 짧은 메시지
한 줄에 고드름이던 마음이 녹아내립니다.
똑……, 똑……. -똑똑!
두드림 다음은 열림입니다.
김복혜 ----------------------------------------------------------------
2005년 ≪수필과비평≫ 등단.
수필집: ≪밑줄을 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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