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작가』에서 대한상공회의소 중소기업경영자문단 이종천님과 베트남 여행에 대한 인터뷰를 통해 베트남을 알아보고자 합니다.
내가 본 베트남 / 글·사진 김선주(문학평론가, 건국대 교수)
오전 10시 30분경 여행 작가 사무실에서 오늘의 주인공 이종천님을 만났다. 초면이라 다소 어색한 상태로 인사를 나누고 자리에 앉았다. 옅은 은발에 미소 띤 얼굴이 부드러운 인상을 풍긴다. 문득 그의 손가락에 끼워진 실반지에 눈이 간다. 46년간 한시도 빼놓지 않은 커플링, 그의 아내 사랑은 실로 놀라울 정도다.
그는 “여행은 권태로부터의 도피”라고 말한다. 사뭇 진지하고 겸손한 자세로 자신의 여행담을 설파한다.
특이한 점은 베트남에서의 행적이다. 그는 2012년 2월 1일부터 2013년 1월 말까지 베트남 현지에서 대한민국의 청년 40명을 대상으로 교육하는 모 연수원의 초대원장을 지냈다고 한다. 연수원에선 대학 졸업 후 30세 미만의 청년들에게 비자 및 숙식, 교육 등을 무료로 제공한다. 연수원생은 꿈을 실현하겠다는 의지와 열정이 넘치는 청년을 우선 선발하는데 이는 글로벌 비즈니스 리더를 양성하기 위함이다. 이종천님 역시 베트남 현지에서 자원봉사의 개념으로 무보수로 일하면서 한국의 청년들에게 멘토 역할을 자처한다.
1기 수료생은 연수생 40명 중에서 일부는 자퇴하고 일부는 퇴출하여 33명이 빛나는 결과를 거머쥐었다. 창립부터 일 년 단위로 시행하고 있으니 지금쯤 3기 연수생의 극기 훈련이 진행되고 있을 것이다. 연수생들은 오전 5시부터 기상하여 30분간 건강달리기하고 6시에 조식을 한다. 이윽고 오전 7시 30분부터 본격적으로 강의를 듣고 체력 훈련 등의 교육을 수행한다.
이들은 수료 후 동남아 중심국가나 베트남에 취업(평소 강훈련을 통해 내공을 쌓은 수료생을 베트남 현지에서 선호한다.)하여 3~4년간 근무하면서 아이디어를 창출한다. 이를 토대로 국내(대한민국)에서 창업하거나 국내 중견기업의 인재로 활약하게 된다. 그의 이야기는 계속되고 자연스레 베트남 여행에 대한 일문일답이 시작되었다.
김: 베트남은 우리나라와의 미묘했던 과거를 어떻게 정립했다고 생각하십니까?
이: 50년 전 베트남은 공산주의와 자유세계가 첨예하게 대결하였던 곳입니다. 공산주의를 확장하려는 북부 월남과 자유세계로 남으려는 남부 월남을 지원한 자유진영의 일원으로서 대한민국은 생각이 다를 수밖에 없었죠. 대한민국은 월남의 반반에각각 은원의 관계이기 때문입니다. 돌이켜보면 당시의 이데올로기 상황에서 어쩔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지금에 와서 생각하면 대한민국이나 한국인이 월남이나 월남인에게 미안하게 생각하고 안 하고는 아주 예민한 부분으로 관점을 어느 곳에 두고 해석하느냐에 따라 달라지겠지요. 다행히 베트남 사람들은 당시 우리나라의 처지를 잘 이해하고 있습니다. 대체로 반감을 갖기보다 과거는 잊으려고 노력합니다. 특히 일반 민중의 처지에서 보면 모두 부질없는 일이다. 털어버리고 미래를 위하여 앞을 보고 나가야 한다는 주장을 합니다.
김: 베트남은 매우 더운 나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북부지방은 다르다고 하던데요.
이: 열대지방에서는 해발 1,500m 정도의 고원에 위치한 지역이 인간이 살기에 가장 쾌적한 곳으로 알려졌죠. 케냐의 나이로비, 코스타리카의 산호세, 콜롬비아의 메데진, 필리핀의 바기오 등이 대표적인 마일하이씨티(Mile-High-City)입니다. 남부 월남 호찌민 시의 동북방 300km에 위치한 달랏도 해발 1,600m의 마일하이씨티로 인구 30만의 고원휴양도시입니다. 더구나 주위가 산으로 둘러싸인 분지가 아니고 테이블 모양의 고원이라서 자동차 등의 매연도 바람이 한번 불면 날아가기 때문에 공기가 맑습니다. 달랏(Dalat)은 일 년 내내 시원하고 심지어 밤에는 쌀쌀하기조차 합니다. 나무는 푸르고 일 년 내내 꽃이 만발하죠. 프랑스 식민지 시대에는 프랑스의 귀족이나 총독부 고관들이 대단히 선호한 지역으로 한때는 많은 별장이 있었으나 독립과 통일 이후에는 상당한 수가 호텔이나 식당으로 전환되었습니다. 근래 베트남의 방침은 달랏을 화훼농업과 관광산업으로 특화하고자 하는 계획을 발표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달랏에는 생산 공장 같은 것은 없습니다. 대학과 함께 호텔과 식당 및 별장 등만 즐비하죠. 도시가 깨끗하고 프랑스풍의 정취가 넘치는 곳입니다. 짝수 년 1월에 격년으로 열리는 화훼박람회에는 국내외에서 많은 사람이 몰리고 있어요. 채소가 풍부하고 인근 지역에서 생산되는 과일도 풍부해 입맛을 즐겁게 합니다. 중앙시장(Cho Dalat)은 과일과 토산품을 사려는 관광객과 채소를 사려는 주민이 즐겨 찾는 장소이죠. 이런 좋은 조건으로 가득 찬 곳, 달랏은 신혼부부가 선호하는 곳으로도 유명합니다. 밤이 되면 더욱 거리가 활기에 넘치고 로맨틱해집니다. 태국산 실크가 더 질이 좋긴 하지만 이곳의 실크도 매우 우수하고 유명해 시장에는 다양한 실크 제품이 넘쳐납니다. 호텔 로비에조차 수를 놓고 있는 여인을 볼 수 있습니다. 그들은 참으로 정교하게 수를 놓지요. 사람들이 모여들어 작업하는 것을 보거나 주변을 서성거려도 한눈팔지 않고 자수에 몰두하는 모습은 아름답기까지 합니다. 도심 한복판에 있는 둘레 6km의 춘향호(Ho Xuanhuong)는 주민과 관광객이 함께 어울려 산책과 죠깅(jogging)을 즐기는 곳이다. 춘향호에 면한 18홀의 골프장(San Country Club)과 최고급 팰리스 호텔(Dalat Palace Hotel)은 여유롭게 여행을 즐기려는 사람들에게 특히 인기입니다. 옛날 왕의 여름별장 중에서 일반에 공개하고 있는 별궁을 둘러보는 것도 특별한 경험이 될 것입니다.
김: 베트남 커피가 세계적으로도 꽤 인기가 있던데 많이 즐기셨는지요?
이: 따뜻한 산간지역에서 자라는 커피는 일교차가 심해 여물고 단맛을 지녔습니다.
베트남을 남북으로 달리는 길이 3,000km의 인도차이나 산맥 자락, 해발 800m 전후의 산간지역이 커피나무의 생산지입니다. 주로 그 일대 농민이 재배하고 생산합니다. 초기에는 저렴한 가격으로 세계 시장에 진출하였으나 지금은 품질도 인정받아 세계 2위의 커피 생산국으로 부상했습니다.
달랏 부근에는 해발 800m 전후의 평야에 위치한 소읍들이 인근에서 재배되는 농산물의 집산지 역할을 하고 있다 들었습니다. 특히 커피를 농장에서 집중적으로 생산해 부농도 꽤 있는 듯해요. 제가 즐기던 커피는 ‘카페 쓰어다’인데 로부스타 원두를 강하게 볶아 내 쓴맛이 강하게 납니다. 그러나 잔 밑에 연유를 두툼하게 깔고 커피를 부어 저으면 아주 달콤한 커피가 되지요.
“아! 갑자기 그때 그 맛이 그리워지는데요. 우리 커피 한 잔, 더 주문하면 어떨까요?“
김: 선생님께서 즐겨 가신 곳이 있으셨는지요, 그리고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 베트남에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관광지가 참으로 많은 곳입니다. 우리나라의 경주에 비견될 만한 후에(Hue), 하롱 만(Bay Ha Long) 사파 (Sa pa) 등등. 그러나 그렇게 잘 알려진 곳은 굳이 제가 말하지 않아도 많이 알고들 계시니 생소하지만 작은 도시들을 소개해 드리고 싶군요.
달랏에서 40분 거리인 ‘득종(Ductrong)’은 공항이 있어 접근하기 좋은 곳입니다. 주변엔 아름다운 폭포가 있어요. 떨어지는 폭포를 보면 향수병이 사라지고 일에서 받는 모든 스트레스가 해소돼 속이 다 시원해집니다. 또한, 이곳에서 2시간 거리에 있는 ‘지린(Dilinh)’도 자주 찾던 곳입니다. 이곳은 교통의 요충지여서 인근에서조차 꼭 거쳐야만 하는 지리적 특성이 있지요. 평원지대의 중심이라 그런지 아주 활기가 넘쳐 그 역동성을 좋아했습니다. 달랏에서 3시간 거리인 바오록(Baoloc)역시 잊을 수 없는 곳입니다. 읍내에 호수가 있고 깨끗한 공원과 호텔 및 식당도 있어 특별한 입맛을 즐기러 가곤 했죠. “신 쪼 또이 셈 특 던”(메뉴를 보여 주십시오) 이라 말하며 메뉴에서 음식을 고를 때의 기분은 아주 그만이지요. 주문한 음식에 대한 기대와 입맛을 사로잡을 풍미에 행복하기까지 했으니까요. 베트남은 음식의 천국입니다. 우리가 알고 있기는 쌀국수가 대표 음식으로 알고 있지만 풍부한 해산물과 고기, 과일, 채소가 주재료인 향토음식이 매우 다채롭습니다.
그리고 부온마투옷(Buonmathuot) 역시 꼭 소개하고 싶은 곳입니다. 인도차이나 산맥에 인접하여 인근에 소수민족이 많이 사는 곳입니다. 가는 곳마다 각각의 민속 옷을 입은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마다 독특한 삶의 방식이 흥미로워 외지인인 저를 더 끌어들였던 것 같습니다. 농업은 물론 임업 등도 활발하여 인근의 경제 중심지로 다른 어떤 곳보다 부유하고 여유가 있어 인상적이었습니다.
김: 베트남의 바다는 그림으로 그려낸 듯 아름답기로 유명한데 소개를 부탁합니다.
이: 답냐짱(Nhatrang) 부근과 남쪽으로 붕따우(Vungtau)까지 이어지는 해안지대는 깨끗하고 아름다운 곳으로 정평 나 있습니다. 10km에 달하는데 해안선을 따라 파랗게 빛나는 바닷물이 눈부십니다. 중심가의 동쪽, 산책로는 우거진 야자수의 가로수가 그늘을 드리우죠. 수영하기에 좋고 국내외 관광객이 즐겨 찾는 곳입니다. 월남전 당시는 미군의 대규모 휴양시설이 있던 곳이고 통일 후에는 소련인들이, 소련이 붕괴한 후에는 러시아인들이 대단히 선호하여 지금도 동남아의 어느 곳보다 러시아인을 많이 볼 수 있는 곳입니다.
시내의 쩌담(Chodam) 시장에 물건이 산처럼 쌓여있고 가격도 저렴하지만, 품질은 잘 점검해 봐야 할 것입니다. 바다에는 빈응우엔(Vinhnguyen) 섬 등 크고 작은 섬이 파란 바다 위에 떠 있고 스쿠버 등 여러 수상스포츠 즐기기엔 안성맞춤입니다. 빈응우엔 섬에는 빈펄(Vinpearl) 리조트 및 호텔과 위락시설이 있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습니다.
김: 메콩델타(Mekong delta)는 어떤 곳입니까?
이: 메콩강은 티벳고원에서 발원하여 중국의 운남, 미얀마 라오스, 태국 캄보디아를 잇는 동남아시아의 젖줄입니다. 그 중 메콩 델타란 베트남 남서부 지역을 흐르는 거대한 삼각주를 말합니다. 상류에서 흘러들어 온 비옥한 흙이 쌓여 비옥한 곡창지대를 형성하고 있는 축복의 땅입니다. 호찌민은 사이공강江에 면하여 발전한 가장 큰 도시 중 하나입니다. 메콩강이 바다로 흘러드는 삼각주(Mekong Delta)에 가려면 호찌민에서 적어도 2시간은 소요됩니다. 맹그로브가 우거진 열대 밀림 속에 원시어업과 농업이 병존하는 땅입니다. 풍요로운 자연의 혜택을 누리는 이곳을 현지인들은 낙원이라 부르지요, 베트남 남부지역 사람들을 생활상을 엿보려면 메콩 델타의 초입에 자리한 미토(Mytho) 로 가 보라 권하고 싶습니다. 쪽배를 타고 찾아간 집에는 조상의 묘도 있어 산 자와 죽은 자가 평화롭게 공존하는 모습이었습니다.
김: 베트남의 상징이라면 아오자이와 시클로를 빼놓을 수 없을 것 같은데요?
이: “아오자이”는 베트남 여성들의 민속 의상입니다. 베트남 항공의 승무원까지 아오자이 차림을 하고 있지 않습니까? 베트남 여성들의 허리는 가늘고, 몸매는 여윈 편이라 아오자이와 아주 잘 어울리지요. 우아하고 아름다우면서도 얼핏 얼핏 허리 옆선의 맨살이 보이는 것이 아주 고혹적입니다. 시클로 역시 베트남을 상징하는 아이템 중 하나라 할 수 있습니다. 호텔 및 시장 주변에 많이 포진하고 있고 가장 일반적 대중교통 중 하나이지요. 더운 나라이니만큼 오픈된 시클로가 인기입니다. 시클로를 타며 거리 구경을 하는 관광객이 아주 많지요. 요즘은 외국인에게 바가지를 많이 씌운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타기 전 꼭 흥정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김: 우리나라에서 베트남 쌀국수인 퍼(Pho)가 아주 인기입니다. 맛있게 먹는 특별한 방법이 있을까요?
이: 국물이 뜨겁고 시원해 우리의 음식 취향과 아주 잘 맞는 음식입니다. 특히 먹고 나서 속이 편하고 부담이 없는 것이 특징일 겁니다. 쌀국수에는 채소와 향채가 들어가야 제대로 된 맛이죠. 매운 것을 좋아하는 사람은 물고추를 듬뿍 넣어 화끈하게 드세요. 기호에 따라 레몬즙을 충분히 넣으면 새로운 입맛으로 다가올 겁니다. 혹시 고급식당에서 점잖은 사람들과 식사를 해야 할 경우 후루룩 소리를 내면 빈축을 사게 됩니다. 국물은 스푼으로 얌전히 드시면 됩니다. 국수의 종류는 부드러운 볶음면인 미사오멤, 딱딱한 면 미사오존이 있고 우리나라의 완탕맛과 비슷한 미안탕으로 여러 가지입니다. 그러나 베트남에서라면 역시 거리에서 먹는 쌀국수 맛이 최고지요. 아주머니들이 집에서 정성을 다해 만든 것이라 그런지 푸근하고 은은한 인정까지 덤으로 느끼니까요.
김: 끝으로 베트남 여행을 계획하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 조언 부탁합니다.
이: 어느 여행이든지 해외여행을 하기 전에는 충분한 사전 조사가 있어야 할 것입니다. 여행자의 경험을 토대로 한 책을 미리 사본다든지 교통, 숙박, 식사 등 여행정보를 구체적으로 알고 가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특히 베트남 사람들은 자존심이 강한 강성의 사람들이라 생각하시면 됩니다. 무시를 당한다고 생각했을 때는 아무리 친하게 지냈다고 하더라도 태도를 바꿔 공격해 옵니다. 프랑스도 중국도 미국도 물리친 승전의 나라이지요. 어떤 전쟁에서도 이겼다는 민족적 자부심이 대단합니다. 그러나 그들의 기분을 잘 이해하고 진심 어린 우정을 나눈다면 친절하고 우호적이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 점을 유념해 주시기 바랍니다.
김: 선생님 오랜 시간 감사합니다. 오늘 베트남 이야기 정말 재미있고 흥미로웠습니다. 마치 베트남 여행을 하듯 다 섭렵한 기분입니다. 언제나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길 빕니다. 또한, 베트남과 우리나라와의 친교를 위해 열심히 노력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 저 역시 즐거웠습니다. 베트남을 다시 추억하다 보니 시간 가는 줄 몰랐습니다.
오늘 제 이야기가 독자들께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다면 더는 바랄 것이 없습니다.
좋은 시간 만들어 주신 《여행작가》와 관계자들께 깊이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