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월간 여행문화(여행작가)/여행작가 신인상 수상자

[여행작가 2014년 5 · 6월호, 신인상 당선자] 폐허, 그리고 당신 - 강민지

신아미디어 2014. 5. 2. 15:35

『여행작가』 신인상 당선자

 

   강민지 : 폐허, 그리고 당신


   창원대학교 불어불문학과 졸업. 6년 간 출판사 에디터로 근무. 한국여행작가협회 ‘여행작가 입문과정’ 수료. 현재 프리랜서 여행작가로 활동 중(코레일 웹진 ‘기차로 우리나라 한바퀴’ 계절문학기행, 숲길여행 연재, 동아제약 사외보 ‘인문학기행’ 기고).

 

 

심 사 평

 

   우리의 삶이 살만한 가치가 있는 것은 삶의 길목에 만남이라는 게 있기 때문이다. 만남 여하에 따라 저마다 삶이 달라지게 마련이다. 여행도 그와 같다. 여행이란 일상을 떠나 낯선 곳으로 길을 떠나며 새로운 만남을 하고, 거기서 뭔가 새로운 것을 발견하며 이를 자기화 곧 ‘체화’하는 과정인 것이다. 그래서 ‘인생은 나그네 길’이라고 하지 않던가.
   그런 시점視點에서 이번에 응모된 작품 가운데 강민지의 <폐허, 그리고 당신>과 김나현의 <설국에서 그대에게>는 그러한 만남의 소산이다. 이 두 작품은 눈여겨보거나 애써 생각하거나 또는 상상의 나래를 펴지 못하면 미처 보거나 느끼지 못할 느낌들을 그런대로 잘 담아놓았다.
   기행문이 문학적 창작성을 지닌 기행문학으로 발돋움하려면 여느 장르의 창작처럼 언어의 연관성으로 이어지는 텍스트화로 의미 형태가 이들 기행문처럼 새로운 방향芳香이 풍겨야 한다.
   강민지님의 작품 <폐허, 그리고 당신>은 여행을 통해 자아를 발견하는 과정을 탁월한 묘사로 그려내고 있다. 백제의 정림사지를 돌아보며 스러져간 백제의 흔적을 더듬지만 종내는 그 발걸음이 자신을 향해 걸어가고 있다. ‘과거를 되찾아 내게 도달하고픈 욕망과 나로부터 도망치고 싶은 마음이 팽팽하게 줄다리기를 한 지 오랩니다.’라고 토로하는 가운데 찬란했던 백제의 영화와 ‘치열한 밥벌이에 밀려 청춘이 포속포속 흩어져 간다고 애달파하던 당신.’에 짙은 연민을 느낀다. 물론 여기에서 ‘당신’은 작가 자신이다. 폐허와 지나간 시간을 절묘하게 대비시키는 작가의 능력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김나현님의 작품 <설국에서 그대에게>는 북해도를 여행하며 ‘풍경 눈뜸’을 통해 색다른 착상을 보여주어 좋았다. 더군다나 서간체로 씌어져서 한결 더 친근감을 독자에게 느끼게 해준다. 앞으로도 계속하여 그런 새로운 시도를 해주기 바라며, 견문기적 기행문에 그치지 않고 보다 감성적인 글을 쓰게 되기를 바란다.
   이번 등단을 계기로 두 분 모두 새로운 감동과 창출을 위해서 상상력을 바탕으로 하는 글, 또는 ‘스토리텔링’등 기법을 원용하여 뭔가 ‘보여줌’이나 ‘던짐’이 있어 또 하나의 나를 발견할 수 있는 눈을 뜨게 된다면 ‘길 밖을 떠도는’그런 단조함에서 벗어나게 될 것이다.
   두 분의 문운文運을 빈다. 《여행작가》의 새로운 지평을 여는 작가가 되어주기를 바란다.

 

심사위원    전규태 서정환 정선모

 

 

당 선 소 감


   하늘을 보려 해도 자꾸만 바닥에 눈이 간다. 이 간극을 메울 마음들은 어디로 사라졌을까. 헨젤과 그레텔의 빵 조각처럼, 길섶 어딘가에 마음을 흩뿌려두고 온 모양이다. 내 여행은 온전한 자아를 찾는 일보다, 스스로를 헤집어서 낯설도록 분리하고 또 분리해내는 일에 가까웠다. 나로부터, 지금 이 순간으로부터의 ‘도피’. 떠나고 또 떠나면 하늘이 보일 것만 같았다.
   한날은 기차에서 잡지를 뒤적거리다 아래 문구와 마주쳤다.
   “우리는 삶으로부터 도망치기 위해 여행하는 것이 아니라, 삶이 우리에게서 도망치지 않게 하기 위해 여행한다.”
   아차, 싶었다. 산천을 아무리 떠돈다 한들 두 발은 땅에서 떨어질 수 없는 것이었다. 오늘도, 내일도, 모레도 삶은 나를 꽉 붙들고 놓아주지 않는다. 결국 방황도 일상의 범주를 벗어나지 못했다.

 

   꿈을 사랑했고, 꿈꾸는 이를 사랑했다. 그 꿈이 멀수록 내 사랑은 맹렬했다. 살아가고 살아내는 것은 기어코 꿈을 쓰는 일이다. 오늘도 꿈을 쓰러 품팔이를 나갔다. 늦은 점심을 먹고 휴대폰을 켰더니, 《여행작가》에 몇 달 전에 보낸 글이 신인상 작품으로 선정되었다는 문자가 와 있었다.  
   더는 길 밖으로 도피할 마음이 없다. 카메라와 펜을 단단히 움켜쥐고, 평생 다 쓰지도 못할 두 다리와 마음과 감성을 힘닿는 대로 소진하고 싶을 뿐이다. 격월간 《여행작가》에 자그만 방 한 칸 내어준 것에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