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월간 여행문화(여행작가)/여행작가 신인상 수상자

[여행작가 2013년 창간호, 신인상 당선작] 눈먼 뭉텅이 돈이 둥둥 떠다니는 나라 태국 - 우선<화가, 한국 여행작가회 부회장>

신아미디어 2014. 1. 21. 09:07

"나는 태국에서 15년이나 살고 있다. 그리고 늘 여행하며 살고 있다. 나는 태국을 사랑한다."

 

 

 

 

 

 눈먼 뭉텅이 돈이 둥둥 떠다니는 나라 태국     

/  우선<화가, 한국 여행작가회 부회장>

 

 

   나는 태국에서 15년이나 살고 있다. 그리고 늘 여행하며 살고 있다.
   나는 태국을 사랑한다.
   지금 태국은 비즈니스 천국이다.

 

   한국보다는 적은 노력과 투자로 더 큰 돈을 벌 수 있는 나라가 태국이기도 하다. 좀 건방진 말이긴 하지만 나는 사업에 천부적인 재능(?)을 타고 났다고나 할까……. 사업 머리라면 팽글팽글 잘도 돌아간다 사방을 둘러보면 온통 큰돈 벌거리들만 보인다. 제도권이 안정된 선진국에서는 눈먼 뭉텅이 돈을 만지기가 어렵다.
   반면 태국은 아직 은행과 은행사이에 온라인이 안 되고 있고 제도권이 엉망이라 돈만 찔러주면 뭐나 잘 통하는 돈 만사형통 나라다. 몇 년 전 우리나라에서도 태국과 비슷한 처지에 있을 때 아파트, 빌라 짓고 땅 투기한 사람들은 지식 고하를 막론하고 돈방석에 앉은 사람들이 많았다.
   돈을 잘 벌려면 시대흐름 파악을 잘하는 안목도 있어야 하고 그것을 이용할 줄 아는 지혜도 필요하다. 큰돈 버는 데는 반드시 큰 자본을 가져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처음 태국에 올 때는 한국 돈 200만 원 들고 왔다. 와서 보니 먼저 온 사람들이 좋은 데는 모두 선점해버려 뚫고 들어갈 틈새가 보이질 않았다. 큰돈을 벌려면 남이 안하는, 남이 못하는 짓을 할 수 있어야 한다.
   한국에도 가보면 동네마다 미용실은 수를 셀 수 없이 몇 집 걸러 하나씩이고 분식가게나 식당들은 오죽 많은가? 뭐하나 해 보려고 돌아다니다보면 될 성 싶은 자리는 모두가 차지해버린 터라 보통 사람 눈으로 쳐다보면 무슨 일을 벌여 시작해 볼 일이 도통 보이질 않는다. 그런 안목으로 쳐다보면 태국도 마찬가지다. 한국과 태국은 사회 분위기 자체가 다르다.
   첫째, 한국은 경쟁이 치열하고 비교하는 의식이 극심한 사회이고 태국 사람들은 그런 시각에서 봤을 때 경쟁의식도, 아둥바둥 잘 살아보겠다는 한국사람 같은 근성 자체가 없다. 보편적으로 순박하고 시골 인심 같은 인간미와 해맑은 웃음이 아직 남아 있다.
   그런 면에서 한국 사람들을 보면 너무나 영악하고 탁월하다. 도시 한복판이나 외국인들을 상대하는 소수의 사람들을 제외하고 사회 전반적인 분위기가 그렇다는 얘기다.
   둘째, 한국 사람들은 좁은 땅에서 추운 겨울을 나야하는 사계절이 뚜렷한 나라다 보니 기동성 있고 땅 욕심이 많다. 그러나 태국 사람들은 땅은 넓고 인구는 적으니 풀섶 무성하게 노는 땅이 허다하다. 한국 사람들처럼 그렇게 내 집 내 땅 넓히는 욕심이 별로 없다.
   셋째, 교육열이다. 세계 어느 나라 어느 민족이 한국 부모들의 교육열을 따라 잡겠나. 어쨌든 잘 가르쳐 놓아서 아는 것도 많고 잘났다. 그런데 태국 사람들은 사회 전반적으로 그렇게 살지 않는다. 형편 닿는 대로 그냥 산다. 그러다 보니 많이 배운 상류층들 빼고는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단순하다.
   한국 사람들은 동시에 넷 다섯 가지를 해 치우지만 태국 사람들에게 일을 동시에 두세 가지 주면 아무것도 못한다. 하나씩 주고 끝나면 다음 하나를 줘야 일이 된다. 그 만큼 한국인은 멀티로 돌아가는 시스템에 익숙한 사람들이다. 이렇게 잘난 한국 사람들이 후진국 동남아 여러 국가에 스며들어가 개척하기 시작하면 다방면에 리더로서 성공 할 수 있는 확실한 인적 자원을 갖추고 있다.
   나도 그런 면에서 전형적인 한국 사람이고 그런 입장에서 태국을 바라보니 당연히 돈 벌 거리가 보인다. 그런데 나는 더 이상 돈 벌 욕심은 없다. 내 하고 싶은 것 다 해봤기 때문에 몸도 많이 상해 버렸고 내 인생 최고의 낙인 그림이나 그리면서 나머지 인생을 살고 싶을 뿐이다.
   그래서 누군가 사람 됨됨이가 바로 된 젊은 청년이 꿈을 가지고 있다면 얼마든지 조언해 주고 싶은데 그런 인재가 보이질 않아 안타까울 때가 있다. 그런 면에서 일본사람, 중국 사람들은 자기들끼리 얼마나 단합이 잘되고 서로 돕고 사는지 부럽기만 하다.
   유독 한국 사람들만 외국에 나오면 서로 안 보려고 하고 서로 헐뜯고 죽이기 작전에 탁월한 것 같다. 태국은 물가 대비 임대업이 최고 전망 좋은 투자 사업이 될 수 있다. 임대료가 비싸기 때문인데 인건비도 싸고 한국처럼 월세 받는데 어려움이 없기 때문이다. 그림 그리는 화가가 여기서 사업 이야기를 더하면 그림에 관심 있는 사람들은 다 달아나고 돈 벌고 싶은 사람들만 몰려들까봐 그만 써야겠다.

 

 

우선  ----------------------------------------------

   아시아골프지도자협회 회장, 한국미술협회 회원,  한국 여행작가회 부회장,  종로미술협회 이사,  컬러전문 컨설턴트 강사,  ■  주요저서: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 명상일기, 벗을수록 아름답다, 컬러로 나를 찾아가는 길

 

 

 

심 사 소 감

 

화해와 소통 그리고 미학     /  전 규 태

 

   예술 행위는 그것이 그림을 통해 표출 되든, 음악을 통해 표출되든 스스로의 갈등과 화해를 담게 된다. 화선지라는 작은 자기만의 공간에 구도와 색깔을 담아 칠하는 행위에는 기법이 동원되고 소재가 선택되지만, 이 모든 것들은 단지 하나의 매개에 불과하다.
   인간은 복잡하다. 정신은 한결같지 않다. 갈등한다. 나와 내가 갈등하고 소통되지 않는 타인과 대면하며 닫힌 존재임을 절감한다. 나와 네가 어떻게 숨통 트고 만날 수 있을까. 나와 나 자신과의 화해 없이 나와 네가 화해하기란 불가능하다. 소통은 시작되지 않는다. 온갖 몸짓을 다 해도 제스처에 불과할 뿐, 그저 잠시 아이쇼핑으로 무료한 오후를 보내듯 각종 모임이나 클럽의 멤버십을 통해 어설픈 몸짓만을 반복하는 현대인의 출구는 없는 것일까.
   성별이 다르다는 것으로 종교가 다르다는 것으로, 정치적 이데올로기가 다르다는 것으로, 피부의 색깔이 다르다는 것으로, 사회적 지위가 다르다는 것으로, 빈부의 차이로, 학식의 많고 적음 등으로 나누고 또 나누며 경계짓고 또 경계짓는다. 벽과 벽 사이엔 차가운 냉기만 흐른다. 남과 북은 심각한 대치가 계속되고, 동과 서 사이엔 반목과 질시가 되풀이 된다.
   관념과 마음 사이의 넘을 수 없는 괴리로 갈등하고 이상과 현실의 부조화로 괴로워한다. 벽과 벽 사이에 무엇이 존재하기에 그러할까. 무엇으로 벽을 허물 수 있을까.
   지식사회의 한계는 분명하다. 지식은 부를 창조하고 찬란한 문명을 생성하고 가난으로부터 자유를 가져다주지만, 또 다른 벽을 쌓는다. 지식은 약육강식의 사회에서 강한 이빨을 갈고 닦는 대장간의 풀무질이다. 우선은 화가이며 시인이다. 또한 이미 「나를 찾아떠나는 여행」이라는 저서도 상재한 바 있다.
   자기를 초월하지 못하면 함께 손을 잡을 수가 없다. 태극과 무극은 극단의 대립이 아닌 생명의 휘돌기로 서로를 감싸 안는 화해의 상징이다 강강수월래는 나의 문제이며 우리의 문제이며 민족의 문제이며 세계인의 문제임을 느낀다.
   내가 아는 우선이라는 이미지는 아직 익숙하지 않다. 그런 그녀가 그림을 통해 화해의 철학을 바탕에 깔고 억눌러 왔던 예술적 끼와 재능을 한껏 발휘하며 화폭에 물감을 칠하기 시작했다. 그녀의 화폭엔 더불어 함께 어울리는 춤 사랑의 열정이 담겨있다. 여행작가로서 충분한 자질이 역연하다.
   이번 응모작은 ‘길 위에서 만난 동남아의 여인’이고 그녀가 정착하다시피 살고 있는 태국이야기다. ‘詩畵無異’임을 새삼 절감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