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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과비평 2013년 3월호, 촌감단상] 마두금馬頭琴 - 김광영

신아미디어 2013. 3. 25. 08:41

"사막의 바람은 무소불위의 연주자다. 남자가 어미낙타의 등에 자신의 애장품인 마두금을 매달아놓고 연주를 청하자 고독한 사막을 내달리던 바람이 마두금을 타기 시작한다. 아름다운 음악은 우주만물과 소통하는 공통언어라 했다. 악보도 없는 구슬픈 멜로디가 산고에 지친 낙타의 심금을 울렸을까. 멍하니 서 있던 낙타가 마두금의 애달픈 선율에 취해 눈물을 주르륵 흘린다. 잠시 새끼를 버린 회한의 눈물인가. 암컷으로 태어난 가혹한 운명이 서러웠을까."

 

 

 

 

 

 

  마두금馬頭琴  -  김광영
 

   삐쩍 마른 낙타가 난산을 했다. 산고의 고통이 얼마나 심했으면 귀여운 새끼가 안중에도 없을까. 멀찌감치 서서 ‘내 몸 가누기도 힘든데 새끼가 대수냐.’는 식이다. 하지만 어미의 고통을 알 리 없는 새끼는 비틀거리면서도 어미 젖무덤만 찾는다. ‘낙타야, 제발 새끼에게 젖을 주렴.’ 애가 타는 낙타 주인이 젖병에 양유를 담아 먹여 보지만 새끼낙타는 번번이 밀어내기만 한다. 말이 통하지 않는 짐승과의 소통을 고민하던 주인은 궁여지책으로 음악을 들려줄 결심을 한다.
   사막의 바람은 무소불위의 연주자다. 남자가 어미낙타의 등에 자신의 애장품인 마두금을 매달아놓고 연주를 청하자 고독한 사막을 내달리던 바람이 마두금을 타기 시작한다. 아름다운 음악은 우주만물과 소통하는 공통언어라 했다. 악보도 없는 구슬픈 멜로디가 산고에 지친 낙타의 심금을 울렸을까. 멍하니 서 있던 낙타가 마두금의 애달픈 선율에 취해 눈물을 주르륵 흘린다. 잠시 새끼를 버린 회한의 눈물인가. 암컷으로 태어난 가혹한 운명이 서러웠을까.
   어미낙타가 갑자기 뿌리친 새끼에게 다가가서 슬며시 젖을 물린다. 휴! 눈물로 우울한 마음을 씻었나 보다. 어미의 퉁퉁 불은 젖가슴에 매달린 새끼가 쏟아지는 모유를 물고 떨어질 줄 모른다. 마음 졸이며 지켜보던 시청자들도 가슴이 뭉클했으리라. 음악으로 짐승의 마음을 돌린 마부의 지혜가 무릎을 치게 한다.
   하물며 인간임에랴. 지난여름 우리를 경악케 했던 고약한 산모에게도 음악을 들려줬더라면 그러진 않았을까.

   화질 좋은 모니터에 젊은 여자가 검정 비닐봉지를 묵직하게 채워 지하주차장 구석에 슬쩍 버리고 간다. 얼마 후에 순찰을 돌던 경비원이 검은 물체를 쓰레기인 줄 알고 들춰보다가 놀라 멈칫 뒤로 물러선다. 이럴 수가! 비닐봉지 속에 담긴 것은 쓰레기가 아니라 손발이 꼼지락거리는 갓 태어난 핏덩이 아기다.
   추적한 결과 탯줄에 매달린 새끼를 젖 한 모금 먹이지 않고 쓰레기처럼 버린 사람은 방금 해산한 산모였다니! 어쩌다 사람 사는 세상이 이 지경이 되었을까. 전신에 소름이 돋는다. 자식을 버리는 어미 심정이야 오죽하겠냐마는 그 무슨 변명으로도 용서받을 수 없는 죄악이다. 피치 못할 사정으로 키울 형편이 못 되면 보육원에라도 맡겨야지. 썩은 생선 버리듯 던지고 가다니. 생명에 대한 모독이다.
   사막의 낙타와 사람, 두 산모의 그림을 화면으로 지켜보며 마음이 착잡하다. 문명은 나날이 발전하고 있는데 인류의 마지막 양심인 모정의 추락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갑자기 세상이 무섭다.
   나도 낙타주인처럼 마두금 하나쯤 간직하고 싶다.

 

* 마두금: 몽고 민속 악기의 하나. 현악기의 일종.

 

 

김광영  -------------------------------------------------

   ≪수필과비평≫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