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아침부터 해가 안 나는지 마치 촛불을 켜대는 것처럼
발갛게 피어오르던 우리 방 앞문이 종일 컴컴했다.
그리고 이따금씩 문풍지가 우룽룽 우룽룽했다.
잔기침 소리가 나며 마을 갔던 어머니가 들어오신다.
“어머니, 어디 갔댔어?”
바느질하던 손을 멈추고 어머니를 쳐다보았다. 치마폭에 풍겨 들
어온 산뜻한 찬 공기며 발개진 코끝.
“에이, 춥다.”
어머니는 화로를 마주앉으며 부저로 손끝이 발개지도록 불을 헤
치신다.
“잔칫집에 갔댔다.”
“응, 잔치 잘 해?”
“잘 하더구나.”
“색시 고와?”
“쓸만하더라.”
무심히 나는 어머님의 머리를 쳐다보니 물방울이 방울방울 서
렸다.
“비 와요?”
“비는 왜, 눈이 오는데.”
“눈? 벌써 눈이 와. 어디.”
어린애처럼 뛰어 일어나자 손끝이 따끔해서 굽어보니 바늘이 반
짝 빛났다.
“에그, 아파라, 고놈의 바늘.”
나는 이렇게 중얼거리며 옥양목 오라기로 손끝을 동이고 밖으로
뛰어나갔다.
하늘은 보이지 않고 눈송이로 뽀얗다. 그리고 새로 한 수숫대 바
자갈피에는 눈이 한 줌이나 두 줌이나 되어 보이도록 쌓인다.
보슬보슬 눈이 내린다. 마치 내 가슴속까지도 눈이 내리는 듯했
다. 그리고 나는 듯 마는 듯한 냄새가 나의 코끝을 깨끗하게 한다.
무심히 나는 손끝을 굽어보았다. 하얀 옥양목 위에 발갛게 피가
배었다.
‘너는 언제까지나 바늘과만 싸우려느냐?’
이런 질문이 나도 모르게 내 입 속에서 굴러 떨어졌다.
나는 싸늘한 대문에 몸을 기대고 어디를 특별히 바라보는 것도 없
이 언제까지나 움직이지 않았다. 꽃송이 같은 눈은 떨어진다, 떨어
진다. 『신동아』, 1932.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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