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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수필 2012년 여름호, 다시 읽는 좋은 수필] 돌베개 - 이광수

신아미디어 2012. 6. 25. 14:31

무더운 여름에 춘원, 이광수님의 시원하고 좋은 수필로 행복한 여름을 만들어 보아요.

 

 


돌베개

 

   옛날 한시에 ‘고침석두면高枕石頭眠’이라는 구가 있다. 돌베개
를 높이 베고 잔다는 말이다. 세상을 버린 한가한 사람의 모양을 말
한것이다. ‘탈건괘석벽노정쇄송풍眠巾掛石壁. 露頂灑松風’- 갓벗어
바위에 걸고, 맨 머리에 솔바람을 쏘인다 함과 같은 말이다. 옛날뿐
아니라 지금도 산길을 가노라면, 무거운 짐을 벗어놓고 돌베개를 베
고 자는 사람을 보는 일이 있다. 대단히 시원해 보인다.
   구약 성경에는 야곱이 돌베개를 베고 자다가 좋은 꿈을 꾸었다는
이야기가 있다. 그러나 야곱은 세상을 버리거나 잊은 사람은 아니
요, 한 큰 민족의 조상이 되려는 불붙는 야심을 품은 사람이었다. 그
는 유대 민족의 큰 조상이 되었다.
   나는 연전에 처음 이 집을 짓고 왔을 때에 아직 베개도 아니 가져
오고 또 목침도 없기로 앞개울에 나가서 돌 하나를 얻어다가 베개를
삼았다. 때는 마침 여름이어서 돌베개를 베고 자는 맛은 참 시원하
였다. 그때부터 나는 돌베개를 좋아하게 되었다.
   그러나 돌베개에는 한 가지 흠이 있으니 그것은 무게가 많은 것이
다. 여간 기구로는 도저히 가지고 다닐 수가 없다. 그래서 내가 광릉
봉선사에 유할 때에는 다른 돌베개 하나를 구하였다. 그것은 참으로
잘 생긴 돌이었다. 대리석과 같이 흰 차돌이 여러 만년 동안 물에 갈
리고 씻긴 것이어서 희기 옥과 같았다. 내가 광릉을 떠날 때에는 거
기 두고 왔다.
   내가 돌베개를 베고 자노라면 외양간에서 소의 숨소리가 들린다.
씨근씨근, 푸우푸우하는 소리다. 나는 처음에는 소가 병이 든 것이
나 아닌가 하였더니 그런 것은 아니었다. 이십여 일 연하여 논을 가
느라고 몸이 고단하여서 특별히 숨소리가 크고 또 가끔은 한숨을 쉬
는 것이었다. 못난이니, 자빠뿔이니 갖은 험구를 다 듣던 우리 소는
이번 여름에 십여 집 논을 갈았다. 흉보던 집 논도 우리 소는 노엽게
도 생각하지 않고 갈아주었다. 그러고는 밤에 고단해서 수없이 한숨
을 쉬고 있는 것이다.

 

 

이광수(李光洙, 1892~1950)  -------------------------------------------------

호 춘원春園. 평안북도 정주定州출생. 한국
최초의 근대 장편소설《무정無情》을 쓴 소설가.

주요 작품으로《무정》,《 흙》등을 비롯하여 수많은 논문과 시편이 있으며,

수필집으로는《금강산유기金剛山遊記》, 《 돌베개》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