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따라 삼만리. 전설은 교훈적이면서도 재미있네요. 나이가 들어가면서 전설이 조금씩 진진하게 들린다면 저만의 생각일까요.
호랑이 등에 탄 효자
강원도 원주는 산과 강이 수려하여 자연 관광지로서 그 이름이
높습니다. 아울러 예부터 충신과 효자가 많이 나온 곳으로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가 많습니다.
원주에 가면 황무진이란 사람의 묘와 사당이 있어요. 일제강점기
말엽까지는 명륜동 향교 자리에 있었지만 점차 퇴락해지면서 그
후손들에 의해 골무내기라는 곳으로 옮겨졌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
황무진의 묘 옆에는 호비, 즉 호랑이 비석이 세워져 있습니다.
조선시대 인조 임금 때였어요.
아버지를 일찍 여의고 홀어머니 밑에서 성장한 소년이 있었습니
다. 그런데 집안이 가난하여 태어난 마을에서 살지 못하고 이사를
가야 했어요. 그가 이사 간 곳은 지금의 원주시 문막읍 반계리 골
무내기라는 마을입니다.
황무진은 어릴 때부터 천성이 순하고 효성이 지극했어요. 그리
고 늘 학업에 정진하며 올바르게 살았습니다.
그는 열심히 학업에 정진한 끝에 관직을 얻어 강원 감영에 근무
를 하게 되었어요. 골무내기 마을에서 강원 감영까지는 오십 리
길이나 되었습니다.
“어머니, 다녀오겠습니다.”
그는 매일같이 새벽밥을 지어 먹고 집을 나섰습니다. 감영에 도
착할 때쯤 치악산에서 아침 해가 뜨곤 했지요.
점심밥과 저녁밥은 으레 감영에서 먹을 수 있었어요. 하지만 그
는 늘 집에 혼자 계신 어머니의 끼니 걱정을 했습니다.
그는 자기에게 주어진 저녁밥을 먹지 않았어요. 그 저녁밥을 가
슴에 품고 부리나케 집으로 달려가 어머니께 드리곤 했습니다.
‘오늘도 이 밥을 어머니께 갖다 드려야지. 식기 전에.’
그는 밥그릇을 품에 안고 바쁘게 감영 밖으로 나갔습니다.
그런데 호랑이 한 마리가 앞을 가로막았어요.
너무 무서워 식은땀을 흘렀지만 그는 용기를 냈습니다.
“네 이놈! 어찌 나를 이렇게 놀라게 하느냐! 썩 물러가지 못할
까?”
그러나 호랑이는 끄떡도 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등을 황무진
의 앞으로 내밀었습니다.
“어허, 그럼 네 등에 올라타라는 뜻이더냐?”
담력이 있는 그는 황소만 한 호랑이의 등에 털썩 올라탔습니다.
그러자 호랑이는 부리나케 골무내기를 향해 달려갔습니다.
‘어허, 기이한 호랑이로다.’
그 후로도 호랑이는 줄곧 황무진의 효성을 알아주었습니다. 그
가 감영에서 어머니 저녁밥을 가지고 나오는 날이면 당연히 자기
등에 타게 했습니다.
황무진이 좀 늦게 퇴근하여 어두운 밤길을 달릴 때면 호랑이 눈
빛과 그의 눈빛이 네 개의 등불같이 밝았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를 가리켜 사등 선생이라 부르곤 했어요.
“야, 저기 사등 선생께서 달려가신다!”
그러던 중 며칠 동안 호랑이가 보이지 않았어요.
그는 궁금하여 견딜 수 없었어요. 그런데 꿈속에서, 자기가 타고
다니던 호랑이가 함정에 빠져 슬피 울어대었습니다.
깜짝 놀라 잠을 깬 그는 꿈에 본 곳을 찾아 나섰습니다.
몇십 리 산길을 달려갔어요.
날이 밝고 어느덧 점심때쯤, 충주 어느 산골짜기에 사냥꾼들이
보였습니다.
“이 호랑이를 어떻게 잡아야 할까?”
사냥꾼들은 무슨 의논을 하고 있었습니다.
황무진이 그곳으로 가보니, 자기가 찾아나선 호랑이가 덫에 걸
려 있었습니다.
그는 사냥꾼들에게 자초지종을 이야기하고 그 호랑이를 덫에서
구해 주었습니다. 그를 본 호랑이는 마치 길들인 강아지 같았어요.
사냥꾼들은 그를 가리켜 호랑이를 다루는 용의 아들이라며 ‘자
룡’이라 했습니다.
한편, 황무진은 두 번씩이나 아내와 헤어졌다고 합니다.
“어머니를 잘 모시지 못하는 며느리는 소용없소. 썩 나가시오.”
“여보, 어머니께서 기름 항아리를 오줌통이라 하시며 번번이 쏟
아버리시는 걸 어쩝니까.”
“그래도 어머니를 편히 모셔야지요!”
그가 세 번째로 맞이한 아내 윤씨는 전의 두 아내보다 슬기로웠
습니다. 그녀는 설령 시어머니가 기름 항아리를 가리켜 오줌통이
라 우겨도,
“네, 그러네요. 어머니, 제가 비워 놓겠어요.”
하며 정작 오줌통과 바꿔들고 나가곤 했습니다.
황무진의 어머니는 오랜 병으로 고생이 많았습니다. 특히 겨울
철로 접어들면 기침으로 인해 옆에서 보기 민망할 정도였습니다.
황무진은 어머니를 위해 용하다는 의원은 모두 찾아다녔습니다.
추운 겨울날, 어느 의원이 말했어요.
“잉어를 구해서 약으로 드리면 어머니의 병에 효험이 있을 것이
오.”
“그렇다면 제가 잉어를 구해와야지요.”
그는 찬바람을 맞으며 강으로 나가 두꺼운 얼음장을 깼습니다.
그러자 비늘도 찬란한 잉어 한 마리가 얼음 밖으로 튀어나와 버둥
대었어요.
그는 천지신명께 감사 드리고 그 잉어를 집으로 가져가 어머니
의 약으로 해 드렸답니다.
황무진은 효종 임금 3년 4월에 85세로 운명했다고 기록에 나와
있는데, 그 효행이 너무나 훌륭했어요. 그래서 효종 임금이 ‘충효
공’이라는 시호를 내렸고 사당을 세워 ‘충효사’라 부르게 되었답니
다.
김문기 선생님은 --------------------------------------------------------
∙ ≪동아일보≫ 신춘문예 동시 부문 당선, ≪중앙일보≫ 연말 시조
지상백일장 장원, ≪전남일보≫ 신춘문예 희곡 부문 당선.
∙ 저서 : 동시집 ≪산을 돌아 고추밭 옆에≫ 외, 동화책 ≪종로 3가에 뜨는 별≫ 외,
어린이 교양자료 ≪컴퓨터 황제 소년 빌 게이츠≫ 외,
기획 시리즈물 ≪교원출판사 철학동화 시리즈 1권≫ 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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