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

김은수 에세이 "길에서 상실을 말하다: 헤어지는 곳, 산티아고에서" 를 독자분들에게 전합니다.

신아미디어 2019. 3. 11. 20:46

   길은 어느 곳에서나 있다. 하지만 길을 걷는 방식이 다르다. 인생길에서 얻은 아픔이 미래의 거름이 되는 것임에도 현재의 아픔에 몸살을 앓는다. 그러면서 저벅저벅 나이테를 타고 오른다.
   나이테가 쌓여가며 어디에서 온지 모르게 상실감으로 깊이 파이게 되었다. 상실 속에서 빠져나오려 애쓰는 중에 나이를 펼쳐 놓고 햇볕에 말리듯 조아리고 싶었다. 떠나야 했다.
   산티아고라는 바로 이런 상실을 맞닥뜨리기 위한 최상의 조건을 가진 곳이었다. 불안과 흥분을 동반하여 떠나기로 결심하기까지, 부족한 심신을 단련하면서 젊은 나이테로 거슬러 내려가는 여행의 발을 내딛었다.

- 중 략 -

   석 달 동안 220센티 사이즈 발을 감싸주었던 빨강 운동화, 나에겐 대단한 용기의 상징이라 하겠다. 몸보다 먼저 움직여주는 빨강 운동화의 대담한 발걸음 덕분에 나는 당당해졌다. 많은 사람들에게 나도 빨강 운동화 역할을 하고 싶다는 바람으로 책을 쓰기로 한다.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에게 상실은 피할 수 없다. 상실로 인해 내가 겪었던 공황장애가 준 아픔을 같이 나누고 싶어 용기를 내어 보기로 한다.

 - "책머리에" 중에서



   순례길에서 많은 사람들의 영혼을 위해 기도를 하는 동안 나의 길일수도 있음을 감지한 발가락들이 혼신을 다해 같이해 왔다. 발가락 하나씩 죽어가면서 얻어지는 자유로운 가슴도 결코 공짜일 수는 없었다. 괜찮을 거라고 우기는 심장의 외침도 고통을 수반할 수밖에 없었다. 오직 이겨 나가기 위해 쇳덩어리 속에 욱여 넣듯 긍정의 감정으로 욱여 넣을 수밖에 다른 도리가 없었다. 나를 죽여야, 내가 살 수 있다.
   바뀔 수 없는 내 속에서 얽혀진 나를 털어내고 오롯이 내 속에서 올라오는 감정의 나를 볼 수 있다. 뜬구름 같았던 나를 잡을 수 있다. 꼬여진 감정이 아니라 어느 감정인지도 모르고 어느 지점에 서 있는지 모르는 혼란 속에서 찾아낸 나다. 순례자는, 모두가 만나고 모두가 헤어지는 곳에 있었다.
   산티아고! 신호등이 있다.
   불이다, 파랗다. 이제야 길을 건넌다.

-<순례길의 마무리>에서

 

김은수님은 1961년 출생, 평택이 고향이며, 2003년『문학저널』,「시와비평」신인상, 국어국문학 전공, 대학원 철학 전공.


목     차

첫 번째 이야기
기다림 _ 13
흔들리는 욕망 _ 20
인생, 새로운 출항 _ 26
대장정의 시작점, 생장 피르 데 포르트 _ 34
수비리에서 부서진 마음 _ 45
걷는 길 위에서 _ 56

두 번째 이야기
천사가 있는 도시 _ 67
조용한 푸엔테 라 레이나 _ 73
바람의 도시, 로스 아르코스 _ 81
단절의 시간 _ 86
그래 그랬구나 _ 96
바람에 맞다 _ 102

세 번째 이야기
새로움의 만남 _ 109
아프다는 것, 힘들다는 것 _ 115
사람은 사람이다 _ 125
눈동자 _ 137
폰세바돈에서 _ 142
걸음이 주는 깨달음 _ 152

네 번째 이야기
십자가로 이어진 산 언덕길 _ 159
하늘과 닿은 곳 _ 165
순간 _ 170
나의 눈물이 감동이라니… _ 178
오름이 주는 그 이름 _ 193
순례길의 마무리 _ 199